29초.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전화통화를 하고, 누군가는 업무의 피곤함을 달래기 위해 커피를 내리며, 또 누군가는 아끼는 다이어리에 오늘의 계획을 꾹꾹 눌러 담을 수 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하나의 영상으로 담아낸다면 의미는 더욱 특별해질 수 있다.

‘누구나 영화감독이 될 수 있다’는 슬로건 아래 2011년 첫발을 내디뎌 지금까지 수 백만 명이 참여한 국민 영화제로 자리 잡은 ‘29초 영화제’는 박카스 광고로도 널리 알려지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29초의 짧은 순간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내야 하기에 내용은 보다 더 함축적이고 간결해야 하며, 사람들의 가슴에 단번에 꽂을 수 있을 만큼 강렬한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혹자는 ‘에이, 29초에 그게 어떻게 가능해?’라고 코웃음을 칠 수도 있다. 하지만 영상을 보고 있는 동안 마음 한구석이 조금이나마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면 당신은 이미 찰나의 순간에 매료된 것이다. 아래 그간의 수상작들을 만나보자.

 

▲ 박준영 감독 <밥상>(2011)

박준영 감독의 2011년 ‘29초 영화제’ 출품작 <밥상>. 공개하자마자 네티즌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며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 박기홍 감독 <죽어도 좋아>(2012) 

2012년 ‘경쟁’을 주제로 한 출품작들 가운데서 일반부 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다. 대학입시, 공무원시험, 취업 등 온통 경쟁 거리로 가득한 이 시대에 경쟁보다 중요한 건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넌지시 던진다. 남자아이의 표정 연기와 영화 후반부의 배경음악이 ‘코믹’ 포인트.

▲ 조현일 감독 <N극 S극>(2011) 

N이라는 negative와 S라는 steeze의 동일인물이 길 위에 있다. 자석의 끌림처럼 S는 N을 끌어당기고 N은 S를 따른다. Steeze, 즉 긍정적인 마음과 자신감은 부정적인 요소를 변화시킨다는 내용이다. 보고 나니 하염없이 S극으로 끌려가고 싶은 기분이 든다.

▲ 황시원 감독 <나에게 커피란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2015)

고단한 수험생활을 달래기 위한 잠깐의 여유, 이제 막 꽃피는 청춘의 발랄한 립스틱 자국, 혹은 상사의 압박에 지쳐 하염없이 태운 담배꽁초. 커피 한잔에 담긴 건 누군가의 인생이라는 감독의 통찰력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 유경웅 감독 <Good Father>(2011)

늦은 저녁, 일하러 나간 아빠는 딸의 전화 한 통에 큰 위로를 얻는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이 시대 아버지들의 어둡고 슬픈 단면을 담았다. 하물며 악한 사람이라도 자녀에게는 가장 좋은 걸 줄 줄 아는데, 요즘 들어 빈번히 일어나는 아동학대나 유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더 많은 출품작들은 ‘29초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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