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문화였던 스윙(Swing)이 1940년대 들어 점점 퇴조하면서, 카바레에서 연주되는 댄스 음악으로 탄생한 재즈는 재즈클럽에서 감상을 위한 비밥(Bebop)이 주류가 되었다. 비밥 재즈 최고의 인기스타가 된 찰리 파커(Charlie Parker, 1920~1955)는 그가 출연한 모든 재즈클럽을 인산인해로 만들었다. 그러나 찰리 파커의 화려했던 인생의 이면에는 술과 마약, 여자에 탐닉하는 문란한 생활로 피폐해 지기 시작했다.

찰리 파커 (출처 Wikipedia)

 

마약에 빠진 재즈천재의 씁쓸한 인생

찰리 파커의 인기가 절정이었던 1955년, 그는 맨하탄에 있는 여자친구의 아파트에서 35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당시 검시관은 그의 시신을 보고 검사보고서에 사망자의 나이를 50~60대로 잘못 적었을 정도로 찰리 파커는 마약중독으로 찌든 삶을 살았다. 1950년 그의 나이 31세 때 찍은 영상을 보면 그가 얼마나 실제 나이보다 들어 보이는지 알 수 있다. 먼저 등장하는 왼쪽의 콜맨 호킨스(Coleman Hawkins, 테너 색스폰)가 찰리 파커보다 16살이 더 많다.

콜맨 호킨스와 찰리 파커(1950)

 

최고의 속주 연주자, 현재까지 영감을 주다

그의 연주가 얼마나 빠르고 화려한 프레이징을 하는지 영상 속에서 엿볼 수 있다. 그가 평범한 연주자에서 절치부심 최고의 속주 연주자로 거듭난 계기는, 유명해지기 전 드러머 조 존스(Jo Jones)가 연주 도중 그에게 심벌즈를 던지면서 조롱한 때부터 였다고 한다. 이 유명한 에피소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가 제작한 그의 일대기 영화 <Bird>에서 자세히 묘사되었으며, 국내에서 화제작이 되었던 <위플래쉬>에서도 패러디 된 바 있다.

영화 <버드>의 한 장면

그의 가장 중요한 음악적 동지였던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 1917~1993)와의 협연 실황(1951년)을 감상해보자. 당시 유행하던 빠르고 자유분방한 비밥(Hard Bop)의 전형적인 연주를 들을 수 있다. 과연 이 영상에서도 두 살 연상인 디지 길레스피보다 찰리 파커가 더 나이 들어 보이는지 확인해 보자.

TV에 함께 출연한 콜맨 호킨스와 디지 길레스피(1952)

파커는 생전에 자신이 죽으면 뉴욕에 묻어 달라는 말을 자주 했다. 자신에게 성공을 가져다 준 뉴욕에 대한 애착이 컸던 것이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였고, 파커 모친의 의사대로 고향인 캔자스 시티의 링컨묘지(Lincoln Cemetry)로 옮겨져 영원한 휴식에 들어갔다. 캔자스시티 다운타운에 위치한 퍼레이드 공원 인근 그의 동상은 지금도 많은 팬들이 모여서 추모행사를 여는, 비밥의 성지가 되었다.

 (메인 이미지=캔자스 시티에 있는 Charlie Parker Mem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