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 무비, 틴 드라마는 언제나 있어왔지만 시대가 변하고 ‘젊음’을 대표하는 감각과 감성도 변하는 만큼 작품의 주제와 스타일도 계속 변화합니다. 새해를 맞이해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범상치 않은 틴 드라마들을 선정해봤습니다.

 

1. <아메리칸 반달리즘> 2시즌 종영

<아메리칸 반달리즘>은 비록 최근 넷플릭스에서 새 시즌 방영이 무산되며 두 시즌 만에 종영하는 불운을 겪었지만, 방송계의 퓰리처상이라 불리는 피버디상 수상작이자, Z세대를 가장 잘 표현한 10대 TV물로 평가받는 드라마입니다. 2018년 여름 깜짝 흥행한 영화 <서치>와 유사한 장르인 모큐멘터리/탐사보도 형식의 추리물로, 실화 범죄 소재의 다큐멘터리 <살인자 만들기(Making A Murderer)>등을 패러디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반달리즘’이란 문화유산이나 예술, 자연경관 등 공공재를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다소 생소한 개념을 주요 소재로 쓴 <아메리칸 반달리즘>의 첫 번째 시즌은, 교직원 차량 및 기물 파손 등의 혐의로 지목된 문제아 ‘딜런’이 뚜렷한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과거의 행실이 문제가 되어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자, 방송반 ‘샘’과 ‘피터’ 두 친구와 함께 사건의 의문점을 오목조목 반박하는 자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작품은 기성세대의 결여된 윤리의식이 아직 모든 것이 불안정하기만 한 10대 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공합니다.

<아메리칸 반달리즘> 시즌1 예고편

작품은 누군가에게 섣불리 낙인을 부여하는 일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합니다. 첫 번째 시즌의 1화 오프닝과 마지막 화 엔딩에서 동일하게 사용한 내레이션은 많은 사람들이 은연중에 품게 되는 타인을 향한 선입관, 편견에 대해 의미심장한 교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SNS와 친숙한 10대 청소년들의 문화를 적극 활용한 점입니다. 트위치 라이브 중계나 스냅챗 등이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하는 중요한 장치가 됨으로써 실제 젊은 시청자와 극중 인물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10대나 10대 문화를 소재로 한다고 해서 얕보고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아쉬운 좋은 작품입니다.

<아메리칸 반달리즘> 시즌2 예고편

 

 

2. <빌어먹을 세상 따위> 1시즌 공개 중 (시즌2 2019년 방영 예정)

<빌어먹을 세상 따위>는 같은 제목의 그래픽노블이 원작인 영국 드라마입니다. 지난 2017년 첫 시즌이 공개된 후 로튼토마토 신선도 100%를 기록하는 등 평단의 줄지은 호평으로 크게 화제를 모았습니다. 자신이 사이코패스라고 믿는 17살 소년 ‘제임스’가 동급생 ‘앨리사’를 죽일 목적으로 앨리사의 동반 가출 권유를 승낙하고, 두 사람이 각자 다른 뜻을 품은 채 로드 트립을 떠난다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충동적인 여정은 제임스와 앨리사가 머무를 곳을 찾아 외딴 빈 집에 침입하면서 예상치 못한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소녀는 제임스가 자신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와 주길 바라고, 반대로 일상에서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던 소년은 앨리사와 동행하며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상호작용 속에서, 두 사람은 각자 온전한 '나'를 지각하는 경험을 합니다. 지난 2017년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빌어먹을 세상 따위>를 근래 들어 본 가장 중독적인 드라마로 꼽는 등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2018 브리티시 아카데미 텔레비전 어워드’에서 드라마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등 각본, 캐릭터, 음악 등이 어우러진 작품성은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빌어먹을 세상 따위> 시즌1 예고편

<빌어먹을 세상 따위>는 사회성이 결여된 어른도 아이도 아닌 두 사람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한층 더 성장해가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들이 로드트립 중 경험하게 되는 범죄와 아수라장은 결국 양상만 다를 뿐 많은 젊은이들이 삶에서 방황하는 여정의 일부와 다르지 않습니다. 여정이 끝났을 때 그들은 자신과 타인을, 사람을 이해하게 됩니다. 여덟 편의 에피소드는 각각 20분 남짓으로 짧지만,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잘 짜여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사실 이 시리즈의 장르가 다크 ‘코미디’라는 점입니다. 분명 어둡고 진중한 이야기가 결코 어둡게만 느껴지지 않는 건 두 10대의 관계와 성장을 흐뭇하게 응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19년 새 시즌이 무척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빌어먹을 세상 따위> 시즌2 티저

 

 

3. <별나도 괜찮아> 2시즌 공개 중 (시즌3 2019년 방영 예정)

<별나도 괜찮아>는 인디포스트에서 단독으로 소개된 바 있는 작품입니다. 미국 인기 시트콤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 <골드버그 패밀리>를 맡았던 제작자 로비아 라시드의 신작으로, 홀로서기를 앞둔 10대 자폐아 소년 '샘'과 그동안 샘에게 일생을 헌신했던 가족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코미디 작품입니다. 자폐증을 비롯해 갖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을 가진 아이와 그 가족들에게 많은 이들이 열린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작품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상담사로부터 “여자친구를 만들어 보라.”는 제안을 받은 샘이 이성친구를 사귀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 밖에도, 샘 때문에 부모로부터 뒷전이 된 동생 ‘케이시’의 외로움, 샘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 오랜 시간 샘을 과보호해온 엄마 ‘엘사’가 뒤늦게 자신의 인생을 돌보게 되는 이야기까지. 어쩌면 <별나도 괜찮아>의 주인공은 샘과 함께 성장하는 주변의 모든 인물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 이야기가 처음부터 많은 공감을 자아냈던 것은 아닙니다. 자폐아를 희화화하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일부 장면들로 인해, 평단과 자폐아동 돌봄 가정으로부터 적지 않은 비판과 뭇매를 맞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제작진이 자폐아동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시즌 2부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배우들과 작가들을 기용하는 등 이를 적극 보완하며, 거꾸로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이끌어냈습니다. 자폐증을 소재로 한 상업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진부한 클리셰를 피하고 차별화를 꾀하는 노력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2019년 새로운 시즌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신선한 틴 드라마를 기대한다면 일단 시작해 보길 추천하는 시리즈입니다.

<별나도 괜찮아> 시즌1 예고편
<별나도 괜찮아> 시즌2 예고편

 

메인 이미지 <아메리칸 반달리즘> 스틸컷, 출처 - IMDB

 

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