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일러스트의 시대’다. 이토록 무해하고 사랑스러운 일러스트는 우리 주위 곳곳에 함께하며, 존재 자체로 충만한 위로와 행복감을 안긴다. 반짝이는 개성으로 중무장한 국내외 일러스트레이터들 중, 중국에서 태어나 전 세계적으로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는 신진 작가 3인을 소개한다.

 

1. Manshen Lo

©Manshen Lo

중국에서 태어나 자란 Manshen Lo는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 RCA)에서 애니메이션학을 전공했으며 현재는 런던을 기반으로 단편 애니메이션, 포스터, 광고 등 다양한 분야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2015년 대학을 졸업하고 프리랜서로 나섰을 당시 주로 정밀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펜슬 드로잉 작업에 주력했지만, 최근 일 년 사이에 그리는 대상이나, 색의 사용, 선의 표현 등 화풍을 완전히 바꾸면서 새로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군더더기 없이 유려하게 뻗은 선과 지나치게 시선을 교란하지 않는 부드러운 색감은 어딘가 건조하고 어눌해 보이는 그림 속 인물을 만나 묘한 매력을 풍긴다.

©Manshen Lo
©Manshen Lo

연환화(連環畫)로 대표되는 중국의 전통 만화에 깊이 영향받은 Manshen Lo의 그림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꾸미지 않은 수수한 모습으로 등장하며 흐릿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한다. 동시에 그와 상반되며 뒤로 풍성하게 가지를 뻗친 식물과 자연환경의 묘사는 공허와 무능함, 나태 따위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구현한다. 삶의 일상적인 단편들에 주목하면서도, 자신만의 시각적 언어와 고유한 분위기를 듬뿍 끼얹어 표현한 Manshen Lo의 일러스트는 곱씹을수록 진한 맛을 우려낸다. 아직은 듬성한 작가의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피드가 더 깊고 풍성한 이야기로 꽉 차기를 기대하며 작품을 감상해보자.

Manshen Lo 홈페이지
Manshen Lo 인스타그램

 

 

2. Ruohan Wang

©Ruohan Wang

Ruohan Wang의 작품 속에는 머리와 몸통이 따로 분리된 괴생명체나, 중식칼, 토막 난 나뭇가지들이 무분별하게 떠다닌다. 그림 속 형상은 최대한 단순하고 색상이 화려하며 그래픽적인 것이 특징인데, 캐릭터들은 기묘한 동시에 풍자와 해학을 두루 품고 있다. 중국 베이징패션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Ruohan Wang은 2010년 대학교를 졸업한 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베를린예술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사진, 회화, 사운드 등 다양한 요소를 결합한 콜라주 기법을 익혔다.

©Ruohan Wang
©Ruohan Wang

얼핏 낙서처럼 보이기도 하면서 강박적일 만큼 디테일한 묘사가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일러스트와 포토그라피, 현실과 비현실, 구상과 추상이 한 데 뒤섞인 자유분방한 모양새를 띠고 있다. 산뜻한 색상과 대비되는 괴기한 표현과 세계를 섬세하게 파고드는 풍자적 시각, 어딘가 꼬인 듯한 시선에서 비롯된 그의 그림은 저마다의 의도를 갖고 보는 이들에게 다양한 상상과 영감을 안겨준다. Ruohan Wang은 2013년부터 자신의 스튜디오(‘Studio R3’)를 설립하고 클라이언트의 러브콜에 응해 전시, 포스터, 광고 등 여러 분야를 헤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무엇보다 그가 수많은 클라이언트와 바쁘게 작업할 수 있는 건 그들의 요구에 맞는 무한하고 다채로운 세계를 펼쳐낼 수 있는 까닭이다.

©Ruohan Wang
©Ruohan Wang

최근 Ruohan Wang은 독일 베를린에서 개인전 <Toys everywhere>을 열고 포스터, 티셔츠, 에코백 등 다양한 굿즈를 제작해 함께 선보였다. 아래 숍 홈페이지를 통해 구입이 가능하다.

Ruohan Wang 숍 홈페이지
Ruohan Wang 인스타그램

 

 

3. Jun Cen

©Jun Cen

중국 광저우에서 태어나 자란 Jun Cen은 대학교에서 판화를 배웠다. 이후 2011년 미국 볼티모어로 건너가 메릴랜드예술대학(Maryland Institute College of Art)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고, 2013년 활동 반경을 뉴욕으로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일러스트레이터 겸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의 경력을 쌓았다. 주로 건축물과 공간, 그 속에 살아가는 인물들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며, 그 작업물들은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보그(Vogue), 노틸러스(Nautilus) 같은 매체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그 밖에도 광고, 페스티벌 포스터, 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작업해온 Jun Cen은 어느새 4만 명에 가까운 SNS 팔로워를 거느린 유명 작가가 됐다.

©Jun Cen
©Jun Cen

Jun Cen은 연필과 파스텔, 과슈를 이용한 온화하고 산뜻한 터치와 식물, 강, 폭포 등 인물들을 포근히 감싸고 있는 풍경을 통해 따스한 감성을 연출해내는 데 탁월한 작가다. 동시에 작품 속 어느 부분을 확대하거나 크롭해도 똑같이 아름다운 미감과 한 장의 그림에 적지 않은 정성과 이야기가 담긴 듯한 기분은 Jun Cen의 그림을 완성하는 중요한 덕목이다. 이렇게 완성된 세밀함과 공간감은 보는 이의 마음을 쉽게 빼앗는다. 고요하고도 깊은 침묵이 감도는 작가의 작품을 그의 홈페이지에서 마음껏 구경하자.

Jun Cen 홈페이지
Jun Cen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