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이일주, 피바람이 부는 와일드 월드
이일주 그림의 주된 테마는 폭력이다. 낙서처럼 보이기도 하면서 강박적일 만큼 디테일한 묘사가 돋보이는 날카로운 정서는 우리 안에 눅진하고 검은 타르처럼 엉겨 붙은 감정을 쿡쿡 찌른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세상의 악에 대한 대체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누군가를 찌르고 싶다는 기분을 느껴본” 적 있다면, 대신 자신의 그림을 보라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부디, 직접 찌르지는 말라는 말. 꼭 내 안의 잔인함을 엿보기라도 한 듯 그는 묵묵히 피가 튀기는 장면들을 부지런히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