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영화감독 박찬욱. <올드보이>(2003), <박쥐>(2009)로 칸 영화제 2회 수상을 기록하고, 얼마 전에는 한국인 최초로 이탈리아 피렌체시에서 문화예술에 뛰어난 성취를 이룬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키아비 델라 치타' 상까지 거머쥔 것까지 떠올린다면 그가 얼마나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감독인지에 대해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의 동생 역시 만만치 않다. 박찬욱 감독의 두 살 아래 동생인 박찬경은 다양한 사진과 설치 작업을 아우르며 예술성을 인정받는 미디어 아티스트다. 2014년에는 장편 연출작 <만신>을 통해 형 못지않은 훌륭한 영화감독의 기질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찬욱, 박찬경 형제가 공동 연출한 첫 번째 작품 <파란만장>(2011), 아이폰4 기기만으로 촬영한 30분 길이의 이 단편영화는 2011년 베를린영화제 단편부문 황금곰상을 비롯한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각자 예술계에서 남다른 두각을 드러내 온 두 형제가 2010년부터 탈장르의 작품 활동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는데, 그 이름이 ‘파킹찬스(PARKing CHANce)’다. 함께 협업해온 곳도 통신사부터 잡지사, 아웃도어 브랜드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상업적 프로젝트로 시작한 이들의 협업은 되려 상업 작품의 프레임을 넘은 뛰어난 예술성을 발휘하며 8년 동안 끊기지 않는 작업을 이어왔다. 오는 7월 8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는 <파킹찬스 PARKing CHANce 2010-2018> 전시는 ‘파킹찬스’라는 이름으로 두 형제가 그동안 제작한 영상과 사진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인다. 파킹찬스가 2010년 결성된 뒤 단독 전시회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기에 이번 전시는 더욱 특별하다.

파킹찬스의 세 번째 작품 <청출어람>(2012), 코오롱스포츠가 40주년을 맞이해 기획한 필름 프로젝트 작품으로, 백발 분장을 한 송강호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이번 전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ACC 포커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작년부터 시작된 ACC 포커스는 장르 간 융합을 실험하고 창의적인 비전을 제안하는 작가와 그룹을 초청해 대규모 신작 제작을 지원하고 전시하는 프로그램이다. 2017년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토마스 사라세노(Tomás Saraceno)와 함께 건축과 과학, 현대미술의 경계를 넘나들었다면, 올해에는 영화 이외에 뮤직비디오, 광고 등 장르와 매체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간 파킹찬스의 실험적인 작품들을 조망한다.

분단 상황의 남북관계와 이중스파이를 모티브로 한 신작 단편영화 <반신반의>(2018)는 이번 전시를 위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지원 제작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파킹찬스가 제작한 총 6편의 중단편 영상과 미공개 사진에 주목한다. 첫 작품 <파란만장 (2011)>을 시작으로 판소리 스승과 제자의 하루를 다룬 <청출어람 (2012)>, 서울을 주제로 한 크라우드 소싱 다큐멘터리 <고진감래 (2013)>, 신작 <격세지감 (2017)>, <반신반의(2018)>로 빼곡히 이어지는 전시는 온전히 파킹찬스만을 위한 영화관을 방불케 한다. 그 밖에 박찬욱 감독이 ‘세상 만물과 나누는 대화의 방식’이라 명명한 그의 사진 작품 70여 점과 박찬경 작가의 연작 사진 작품 2점도 전시장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PARKing CHANce’라는 이름이 보여주듯, 각각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한 두 형제의 협업은 이미 새로운 예술의 영역에 주차할 기회를 마련한 것 같이 보인다. 영화와 현대미술이라는 제한된 틀을 벗어던진 형제의 기발한 시선을 전시를 통해 자세히 느껴보길 바란다.

 

장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5관
일정 2018년3월9일(금)~2018년7월8일(일)
시간 화~일 10:00~18:00, 수/토요일 10:00~19:00
요금 통합관람권 3,000원~5,000원
문의 02-1899-5566
홈페이지 https://www.acc.go.kr/
(사진 및 자료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