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나 드림웍스의 영화 작업을 같이하면서 친해진 애니메이터 윌리엄 조이스(William Joyce)와 브랜든 올덴부르크(Brandon Oldenburg)는, 2009년 함께 윌리엄 조이스의 고향 루이지애나주에 문봇 스튜디오(Moonbot Studio)라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설립했다. 두 사람이 창립 작품으로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 <The Fantastic Flying Books of Mr. Morris Lessmore>(2010)은 이듬해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포함 10여 건을 수상하면서 그들이 정상급의 애니메이션 창작자임을 증명했다.

2011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수상 장면

책을 사랑하고 책에 헌신하는 감동적인 서사뿐만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 미니어처 그리고 전통적인 손 그림 기법이 조합된 크로스오버 애니메이션으로 화제를 뿌렸고, 영화 외에도 그림책이나 아이패드 앱으로 출시가 되었다. 애니메이션 산업의 불모지였던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감격하여 이들에게 카퍼레이드 행사까지 열어주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단편 <The Fantastic Flying Gooks of Mr. Morris Lessmore>

 

1. 아동 출판을 위해 헌신한 윌리엄 모리스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모리스(Morris)란 이름이 나오는데, 평생을 아동서적 마케팅에 바친 출판사 하퍼콜린스(HarperCollins)의 아동서적 출판인인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를 모델로 하였다. 그는 학교와 도서관에 주로 판매되던 아동서적을 직접 판매하는 시장으로 바꿔 놓은 인물이다. 그를 멘토로 삼았던 윌리엄 조이스 감독은 그를 만나기 위해 오른 비행기에서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를 구상했다고 한다. 그리고 윌리엄 모리스는 조이스 감독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지 며칠 후 눈을 감았다.

 

2. 위대한 무표정, 버스터 키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모리스의 캐릭터는 무성영화 시절의 배우이자 스턴트맨 버스터 키턴(Buster Keaton, 1895~1966)을 모델로 그렸다. 그가 즐겨 썼던 포크파이 모자나 위대한 무표정(The Great Stone Face)이라 불렸던 생김새가 몹시 닮았음을 알 수 있다. 초반의 폭풍우 치는 장면은 키턴의 <Steamboat Bill, Jr.>(1928)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버스터 키턴의 <Steamboat Bill, Jr>의 폭풍우 장면

 

3. <오즈의 마법사>의 흑백-컬러 대비 효과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선보인 테크니컬러 기법처럼, 이 애니메이션 또한 흑백 화면과 컬러 화면을 대비하는 기법을 사용했다. 폭풍우로 인해 책이 사라진 암울한 세상은 흑백으로, 의인화한 책이 날아다니는 평화로운 세상은 컬러 톤으로 묘사하였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화려한 색상으로 ‘오즈’를 표현한 장면

 

4. 책에 대한 작가의 사랑

이 작품에는 시나리오를 쓴 윌리엄 조이스 감독의 책에 대한 사랑이 배어 있다. 인쇄물이 사라지고 디지털 북으로 대체되는 아쉬움은, 책들이 사는 마법 도서관 장면, 그리고 책장에서 떨어져 사망 위기에 처한 책(쥘 베른의 <달세계 일주>로 나온다)을 모리스가 되살리는 장면에서 은유적으로 표현된다. 이듬해 <The Fantastic Flying Books of Mr. Morris Lessmore>는 아이패드용 앱과 그림책으로도 출간 되었는데, 첫 페이지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모리스는 글자를 사랑하였다.
그는 이야기를 사랑하였다.
그는 책을 사랑하였다.

이 그림책은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 <환상적인 날아다니는 책>(도서출판 ‘상상의 힘’) 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