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라는 명사에 따라붙는 ‘고유 동사’가 추가되어야 하는 시기가 왔다. Playing game과 더불어 Watching game의 시대가 펼쳐진 것이다. 게임 BJ들이 인기를 얻고, 게임을 ‘보면서’ 즐기는 유저들이 늘어나며 게임의 정의와 콘텐츠의 역량이 대중적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탄탄한 스토리, 환상적인 영상미, 웅장한 BGM 등 이게 과연 영화인지 게임인지 유저를 헷갈리게 하는 게임 세 편을 소개한다.

 

1. 에디스 핀치의 유산 (What remains of Edith Finch)

<에디스 핀치의 유산> 트레일러

<에디스 핀치의 유산>은 워킹 시뮬레이터로 게임 예술의 정점을 이루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워킹 시뮬레이터란 말 그대로 게임 유저가 ‘걷는’ 행위에 집중하여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 주된 특징인 게임을 말한다.

이 게임은 ‘에디스 핀치’가 핀치 가문에 내려진 저주의 비밀을 밝히고자 고향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핀치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이상하리만큼 운명적인 죽음을 맞았는데, 유저들은 에디스의 몸을 빌려 가문 사람들의 방을 방문해 그 죽음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내레이션이 재현되는 방식, 각 인물들의 죽음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연출, 그리고 그에 따라 변하는 웅장한 BGM 등이 게임 유저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는다.

 

2. 리틀 나이트메어 (Little nightmares)

<리틀 나이트메어> 트레일러


<리틀 나이트메어>는 마치 한 편의 잔혹동화를 보는 것 같은 연출을 뽐낸다. 노란 우비를 쓴 작은 소녀 ‘식스(Six)’는 더 머우(The maw)라는 어두운 배 한구석에서 눈을 뜨고, 그곳을 탈출하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작은 악몽’이라는 뜻의 타이틀처럼, 소녀가 마주하는 광경과 기괴한 크리처들은 유저가 실제로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과연 이 작은 우비 소녀는 누구인지, 그녀를 억압하는 배 안의 크리처들은 무엇인지 궁금증을 가지고 그들을 피해 스테이지를 올라가다 보면 마치 영화를 보듯 게임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다.


특히 이 게임을 정교하게 만드는 요소 중의 하나는 바로 사운드. 몽환적인 BGM과 으스스한 ‘무언가’의 소리들이 뒤엉켜 게임을 진행하는 유저를 서서히 옥죄어 온다. 게임 중 그 소리가 들려온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일단 뛰는 것을 권장한다.

 

3. 네버 마인드 (Never mind)

<네버 마인드> 트레일러


이번엔 당신이 심리 치료사가 될 차례다. 이 게임이 유저들에게 내리는 미션은 트라우마에 걸린 환자들의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가 그 원인을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유저는 시각화되고 물체화된 환자들의 내면을 누비고 다니면서 그들의 공포를 마주해야 한다. 단서를 찾아 퍼즐을 풀고, 기억의 조각들을 모으다 보면 ‘진실’에 조금씩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그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유저를 둘러싼 배경은 점점 기괴하고 두렵게 변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을 떠오르게 하는 이 게임은, 영화였다면 미처 다 표현하지 못했을 내면의 형상을 게임적 요소를 활용하여 더욱 ‘판타지스럽게’ 담아내고 있다.
2016년 11월, 제작진들이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짧았던 플레이 시간을 보완하는 동시에 이제는 VR(증강현실)로도 <네버 마인드>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을 보고 이 게임들에 관심을 가진 미래의 유저가 있다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싶다.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에서 구매하여 게임을 직접 즐기는 것. 그리고 게임의 플레이 영상을 찾아 감상하는 것이다.
선택과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어느 쪽을 택하든, 이 매력적인 세계에 푹 빠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테니까.

 

Writer

아쉽게도 디멘터나 삼각두, 팬텀이 없는 세상에 태어났지만 그 공백을 채울 이야기를 만들고 소개하며 살고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고, 으스스한 음악을 들으며, 여러 가지 마니악한 기획들을 작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