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국토를 가진 미국에서 매년 실종자 수는 10만 명에 이르며, 그 중 1만 명 이상이 결국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고 미결 사건(Cold Case)으로 분류된다. FBI 관련 페이지를 검색하면 그 중 젊은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되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다큐멘터리 <사진 속의 소녀>(Girl in the Picture)를 통해 이것이 얼마나 심각하고 소름 끼치는 범죄인지 알 수 있다. 다큐멘터리는 2022년 7월 초 넷플릭스에 공개되어 70여 개국에서 톱 10에 올랐으며, 로튼토마토 97%의 호평을 받았다. 앞서 인디포스트가 소개한 <위험한 이웃>(Abducted in Plain Sight, 2017)을 연출한 다큐멘터리 전문 감독 스카이 보그맨(Skye Borgman)의 작품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사진 속의 소녀>(2022) 예고편

영화는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미국 오클라호마 시티에서 뺑소니 사고로 사망한 토니아 휴스라는 여성으로부터 카메라의 추적이 시작된다. 하지만 토니아 휴스는 20여 년 전에 사망했고, 사망한 여자는 그 이름을 도용하여 거짓 인생을 살아왔다는 정황이 점차 밝혀졌다. 나이 차이가 많은 남편은 원래 양아버지였으며, 어릴 때부터 그의 도피 행각에 함께 따라다니다가 부부 관계가 되었고 그의 아이까지 낳은 것이다. 남자의 이름은 프랭클린 플로이드(Franklin Floyd)이며, 오랜 수사와 재판 끝에 현재 1급 살인죄로 사형 선고를 받고 아직 복역 중에 있다. 거짓 이름으로 살다가 의문의 사고로 죽은 여자는 ‘샤론 마셜’의 이름으로 대부분의 생을 살았으며, 진짜 이름은 ‘수잔 세바키스’라는 사실이 2014년에야 밝혀진다. 영화를 본 시청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 끔찍한 실화에 몸서리를 치며 충격을 받았다.

<Girl in the Picture: A 25-Year Mystery Solved>와 스카이 보그맨 감독 인터뷰

이 영화는 두 권의 책 <A Beautiful Child>(2004)와 <Finding Sharon>(2018)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영화에 직접 출연하여 인터뷰했던 작가 맷 버크벡(Matt Birkbeck)는 <보스턴 매거진>, <뉴욕 타임즈>, <보스턴 인콰이어러> 등에 범죄 르포기사를 썼는데, 2002년 친구로부터 한 장의 사진을 받고 사건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10여 년 전 의문의 사고를 당한 ‘샤론 마셜’과 그의 아들 마이클 실종 사건을 다시 파고들어 <A Beautiful Child>(2004)를 출간한 것이다. 이 책은 대단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해외에도 번역되어 출간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이때부터 ‘샤론 마셜’의 신원을 밝히기 위한 다양한 경로의 추적이 시작되었고, 작가는 비영리단체인 NCMEC(National Center for Missing and Exploited Children)과 함께 DNA 분석에 착수했다. 비록 DNA 탐색에서는 성과를 얻지 못했지만, FBI가 다시 개입하면서 감옥에 있던 프랭클린 플로이드로부터 결정적인 자백을 끌어냈다.

2002년에 시작된 맷 버크벡의 추적은 마침내 결실을 맺어 12년 만에 희생자의 신원이 ‘수잔 세바키스’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작가는 10여 년 동안 그의 작업을 정리하여 후속 서적 <Finding Sharon>(2018)을 출간한 것이다. 수잔 세바키스는 네 살 무렵에 엄마가 한 달 동안 투옥된 사이 양아버지에게 납치되어 그의 딸과 아내로 노예 같은 삶을 살다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삶을 마감한 후 24년이 지나서야 신원이 밝혀진 것이다. 트위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희생자의 신원을 밝힌 데에는 희망을 놓지 않고 끈질기게 추적한 작가의 공이 컸다는 찬사가 속속 올라왔다. 참고로 수잔과 함께 양아버지에게 납치되었던 남동생은 2020년에 발견되어 DNA 테스트로 확인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