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잰 브로버그와 소아성애범 로버트 버치톨드

2017년에 제작된 범죄 다큐멘터리 <Abducted in Plain Sight>(국내 제목: 위험한 이웃)는 50여년 전인 1972년에 발생한 소아 유괴 및 성범죄 사건을 조명하였다. 뉴 포트 비치 영화제, 피닉스 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받으며 선전했지만, 극장에서 개봉되지 않고 2차 유통시장으로 넘어갔다. 넷플릭스가 이 영화의 판권을 구입하여 전 세계에 서비스하면서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 당시 피해자와 가족들이 등장해 사건을 회고하는 형식의 전형적 범죄 다큐멘터리지만, 그 내용이 너무 황당하여 시청자들의 분노와 허탈감을 유발한다.

<Abducted in Plain Sight> 예고편
(*아래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당시 12세의 쾌활한 소녀 잰 보로버그(Jan Broberg)는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던 이웃집 남자 로버트 버치톨드와 함께 승마하러 나갔다가 그에게 유괴를 당한다. 영화 제목처럼 눈에 빤히 보이는 데서(In plain sight) 유괴당한 것이었다. 5남매의 가장이던 범인은 잰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접근하여 그의 가족의 경계심을 점차 허물었고 마치 그의 양아버지와 같은 존재로 행세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를 데리고 멕시코로 달아나 5주 동안 머물며 결혼식까지 치룬 소아성애범(Pedophile)으로 주변을 경악케 했다. 게다가 외계인의 지령으로 아기를 함께 낳아야 한다는 거짓을 잰이 믿게끔 세뇌시켰다. 요즘에는 인터넷이나 CSI와 같은 범죄 드라마에서 각종 범죄 정보를 얻어 일반인들도 전문가 못지 않지만, 당시에는 용어 자체도 생소한 시절이었다.

토크쇼에 출연한 피해자 잰 브로버그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스카이 보그맨(Skye Broberg) 감독은, 피해자와의 인터뷰 도중 너무 화가 나서 한 동안 작업을 계속하기 어려웠을 정도라고 한다. 시청자들 역시 너무나 황당한 사건 내용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첫번째 유괴 후 범인은 기소되지 않은 채 피해자 집을 마음대로 드나들었고, 2년 후에 또 다시 잰을 캘리포니아로 유괴했다. 두번째 납치는 5개월 동안 지속되었고 마침내 체포된 범인은 정신병적 원인으로 치부되어 6개월의 정신병원 수감 후 풀려났다. 그는 피해자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피해자의 부모와 각각 성적관계를 맺었다는 사실 역시 드러났다. 다큐멘터리는 이토록 충격적인 범죄가 어떻게 처벌받지 않고 오랫동안 계속될 수 있었는지를 피해자 가족들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다.

범인에게 세뇌당한 피해자가 범인을 ‘B’라고 부른 데서 원제는 <Forever ‘B’>로 지었다

잰 브로버그는 점점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서 부모에게 사실을 털어놓았고 범인을 멀리한다.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꽤 유명한 배우로 성장한 그녀는, 수십 년이 지난 후 어머니와 함께 <Stolen Innocence: The Jan Broberg Story>(2003)라는 제목의 책을 써서 그의 범죄 실상을 낱낱이 세상에 밝힌다. 수십 년간 만나지 않던 로버트 버치톨드는 다시 그의 가족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그들의 관계는 파국을 향해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