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작가 Silin Liu(刘思麟)는 사진과 디지털 아트의 경계를 넘나든다. 1990년에 태어난 그는 이미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대를 목격했고 살아가고 있다. 작가는 요즘 세대가 어디서나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행위를 ‘비이성적인 숭배’에 비유한다. 습관처럼 사진을 찍고 나누는 일로써 사람들은 환경에서 비롯한 무력함을 잊고, 비로소 스스로 원했던 제 모습을 새롭게 창조하게 된다는 것. Silin Liu는 이 생각에서 <I’m Everywhere>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 프로젝트 안에서 작가는 ‘Celine Liu’라는 새로운 인물이 되어, 가고 싶은 어디든 가고 놀고 싶은 사람과 논다. 시간과 공간마저 뛰어넘어서.

<Diana Spencer & Celine Liu>(2014)
<Pablo Picasso & Celine Liu>(2015)
<Andy Warhol & Celine Liu II>(2015)

<I’m Everywhere> 시리즈의 Celine은 피카소와 그림을 그리고 마릴린 먼로와 함께 포즈를 취한다. 사진 속에선 앤디 워홀, 다이애나 스펜서, 알버트 아인슈타인, 프리다 칼로 등 활동 분야와 시대가 다른 유명인들이 모두 Celine의 친구다.

<Simone de Beauvoir & Celine Liu II>(2014)
<Winston Churchill & Celine Liu>(2015)

Silin Liu는 우선 중국과 서양에 모두 어필할 만한 유명인들의 사진을 찾는다. 그리고 그 안에 또 다른 자아 ‘Celine’을 붙여넣는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사용하는 포토샵 기술은 지극히 기본적이며, 포토샵 작업보다는 Celine을 촬영하는 일이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원본과 결합해도 이질적이지 않도록 빛을 정확하게 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그렇지만 촬영 장비는 간소하다. 주로 아이폰으로 찍는데, 친구가 찍어주거나 셀프 타이머를 활용해 여러 번 시도한다.

<Frida Kahlo & Celine Liu I>(2014)
<Audrey Hepburn & Celine Liu>(2014)
<Mao Zedong & Celine Liu>(2017)

어떤 시대와 장소에도 자연스레 묻어나는 인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작가는 부모님의 옷장을 파헤쳐 적당한 의상과 소품을 찾아낸다. 여의치 않을 땐 인터넷을 뒤져 딱 맞는 물품을 사기도 한다. 작가는 자신만의 기준과 욕망에 따라 역사를 재조합한다. 이렇게 만들어낸 시리즈 <I’m Everywhere>엔 당당하고 유쾌한 사진들이 가득하여서, 사진을 보는 우리는 익숙하고 낯선 무드를 동시에 느끼게 된다.

<Marilyn Monroe & Celine Liu>(2014)
<Albert Einstein & Celine Liu>(2014)

또한 좋아하는 인물 옆자리, 혹은 영원히 남을 역사적 순간에 제 모습을 박아 넣은 젊은 작가는 그 자체로 새로 등장한 세대를 표상한다. Silin Liu는 이 시리즈로 ‘Jimei x Arles Discovery Award 2016’에서 상을 거머쥔다.

 

 

Silin Liu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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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