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도시에서 삭막한 공장 지대가 ‘핫 스폿’으로 탈바꿈한 경우를 적잖이 볼 수 있다. 런던의 쇼디치(Shoreditch)나 시드니의 치펀데일(Chippendale) 같은 지역은 이젠 누구도 더 이상 칙칙한 공장 지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재개발 프로젝트에 이어 아티스트들의 예술적 색채가 더해지며, 가장 트렌디하거나 힙스터들이 모여드는 핫한 장소로 부상했다. 대도시는 아니지만 일본의 다카마쓰에도 이런 공간이 있다. 바로 버려진 창고를 개조한 ‘기타하마 아리(北浜アリ一)’다.

기타하마 아리, ‘우미에’와 ‘북 마루테’로 올라가는 입구 전경

다카마쓰는 일본을 구성하는 4개의 섬 중 가장 작은 섬인 시코쿠의 가가와현에 자리한 도시. 소도시라 큰 볼거리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리쓰린 공원은 일본에서 손꼽힐 만큼 아름다운 정원이다. 또 이곳은 4년마다 다카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가 개최되는 문화 도시이자 ‘예술의 섬’으로 불리는 나오시마로 향하는 관문 도시이기도 하다. 특히 항구 근처에 자리한 기타하마 아리는 골목을 거닐며 숍들을 구경하고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 2001년, 오래되고 낡은 창고를 개조해 개성 있는 상업시설로 만들었으며, 지금은 다카마쓰에서 가장 트렌디한 장소로 꼽힌다. 기타하마 아리에는 카페, 레스토랑, 독립서점, 라이프스타일숍 등 10여 곳의 매장이 모여있다. 그중 꼭 가볼 만한 곳들을 추천한다.

 

 

1. 우미에(Umie)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우미에의 바(bar) 좌석

카페 겸 레스토랑 우미에는 빈티지 소품들로 가득한 공간. 바다가 내다보이는 창가에는 바 좌석이 마련돼 있고 실내에는 각기 다른 디자인의 빈티지 가구들이 배치돼있다. 전체적으로 은은한 조명은 낮이나 밤이나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창고를 개조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으며 곳곳에 골동품과 책, 아티스트의 그림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우미에의 빈티지 소품들

기타하마 아리에서도 늘 많은 사람이 찾는 인기 장소라 예약 없이 방문한다면 발길을 돌릴 가능성도 높지만 막상 앉아서 식사를 하면 부산한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다. 비프 스튜와 스프, 커리, 피자, 다양한 빵과 샐러드 메뉴를 갖추고 있고 커피와 디저트, 주류 메뉴도 있다. 낮 시간에 방문해 식사를 하거나 커피 한잔을 해도 좋고, 저녁 시간에 항구 산책 후 들러 맥주나 와인 한잔을 해도 운치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우미에의 커리 메뉴

 

 

2. 북 마루테(Book Marute)

북 마루테 입구

우미에의 바로 옆에는 그냥 지나쳐선 안 되는 작은 독립서점이 있다. 사진집과 아트북을 주로 취급하는 이 서점은 개성 있는 북 큐레이션이 돋보이는 북 마루테. 입구 앞에는 지역의 각종 문화행사를 소개하는 리플렛과 엽서 등이 놓여있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주인장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책들이 진열돼 있다.

북 마루테 내부

안쪽에는 큰 테이블을 마련해두고 간단한 커피 메뉴를 제공하는 카페도 겸한다. 이곳의 주인장은 본래 골동품을 취급하다가 서점을 오픈한 뒤 갤러리와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하기 시작했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작지만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문화공간. 갤러리는 서점 바로 옆에 자리하는데 방문 기간에 전시 중이라면 작품 관람도 할 수 있다. 다음 전시로는 오사카를 기반을 활동하는 안도 토모(Ando Tomo) 작가의 개인전이 5월 19일부터 6월 4일까지 열릴 예정. 서점의 신간 입고 소식이나 갤러리의 전시 소식 등은 페이스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건물 1층에 놓인 북 마루테와 갤러리 마루테 간판

북 마루테 페이스북 

 

 

3. 래그 스타일(Rag-Style)

래그 스타일 입구

기타하마 아리에서 가장 흥미로운 숍을 꼽으라면 래그 스타일이 1순위다. 입구에서부터 귀여운 고양이 인형이 방문객을 반겨주는 이곳은 에스닉한 스타일의 잡화로 가득하다.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국가의 아이템을 모아뒀는데, 옷과 가방, 신발, 독특한 액세서리 등 패션잡화부터 아기자기한 수공예품과 그릇까지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고 선물하기에 적당한 아이템이 많다.

래그 스타일 내부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패브릭 코너와 조명 코너. 화려하거나 이국적인 패턴의 테이블 러너나 침대 커버가 눈에 띄고, 독특한 전등갓의 스탠드도 시선을 끈다. 보물창고 같은 공간을 누비다 보면 취향에 맞는 아이템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

 

 

4. 206 츠마무(206 Tsumamu)

206 츠마무 외관

노란 벽면에 숫자 ‘206’이 도장처럼 찍혀 있는 206 츠마무는 키슈가 유명한 카페. 20여 종이 넘는 키슈 메뉴를 갖추고 있고 먹음직스러운 까눌레도 재료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로 매일 구워낸다. 20여 종의 키슈 중에서도 인기 메뉴는 일찌감치 팔리므로 특별히 맛보고 싶은 키슈가 있다면 이른 시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206 츠마무의 키슈 메뉴들
2층 공간

그런데 키슈가 너무 유명한 까닭에 커피에 대한 명성은 살짝 가려진 느낌이다. 핸드드립 커피를 맛보고 나면 나오는 길엔 이곳에서 판매하는 원두를 구입하고 싶어질 것. 1층과 2층이 완전히 다른 분위기인데, 2층은 공간이 넓고 조용하므로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여행지에서의 여유로운 시간을 누리기 좋다. 오래됐지만 감각적인 공간이 자아내는 특별한 정취를 느껴보길 권한다.

206 츠마무에서 판매하는 커피 원두

 

 

 

ㅣ필자소개ㅣ
안미영(Miyoung Ahn)
잡지사 <노블레스>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사람과 문화예술에 대한 글을 쓴다. 저서로는 런던 여행에세이 <셀렉트 in 런던>과 10명의 ‘일하는 여성들’을 인터뷰하고 회사생활과 퇴사에 대한 생각을 담은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가 있다.

안미영 네이버포스트 
안미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