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들(Yodel)은 스위스 알프스 지방,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에 사는 주민들 사이에서 불리는 전통 민요의 한 장르다. 그러니까 몽골로 치면 흐미, 우리나라로 치면 판소리 같은 전통 음악인 셈인데, 그보다 퍽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머금고 있어 진입장벽이 낮고 친숙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매력이다. 흉성과 높은 가성이 엄청나게 빨리 교체되는 창법이 특징으로, 산에서 가축을 방목할 때나, 산중에서 멀리 있는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불렀던 것이 오늘날 요들이라는 장르로 완성됐다. 여기까지는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이고, 아래 요들의 다채로운 면면을 통해 그 기상천외한 매력을 샅샅이 헤쳐본다.

 

1. 요들송과 요들러

Franzl Lang ‘Auf und auf voll Lebenslust’

요들 장르의 음악을 요들송, 그 음악을 전문적으로 하는 가수를 요들러(yodeler)라고 부른다. 플란츠 랑(Franzl Lang)은 요들송을 말할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인물이며, 독일 바이에른이 낳은 가장 유명한 요들 스타다. 1957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세상을 떠난 2015년까지 주옥같은 요들 명반을 남기며 요들킹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행보를 펼쳤다. 위 영상을 보면서 혼을 반쯤 쏙 빼놓는 그의 요들 세계에 입문해 보시라.

 

esch's die Dritten ‘Jodeln ist cool’ MV

무엇보다 요들은 알프스 산을 배경으로 불러야 그 맛이 산다. Oesch’s die Dritten은 가족으로 구성된 스위스의 요들 그룹으로 1998년 데뷔앨범 <Mit neuem Power>를 발매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1987년생인 딸 Melanie Oesch과 그의 어머니 Annemarie Oesch가 노래를 부르고, 그의 아버지와 형제들이 각각 아코디언과 기타를 연주하며 목가적인 사운드를 쌓아간다. 이들이 사는 곳은 스위스 베른, 알프스와 아레강을 배경 삼아 평화와 긍정의 에너지로 가득 찬 요들을 부른다. 최근까지도 15곡이 담긴 앨범 <Jodelzirkus>을 발매하는 등 지치지 않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Takeo Ischi ‘New Bibi Hendl’ MV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독일에서 요들러로 성공한 일본인도 있다. 타케오 이시이(Takeo Ischi)가 그 주인공인데, 26살 때 독일 바이에른으로 유학을 갔다가 우연히 술집에서 부른 요들이 좋은 평을 얻게 되고, 그대로 독일에서 요들러로 활동하게 된다. 위 영상은 타케오 이시이의 대표적인 곡으로, 포크 기반의 일반적인 요들송과 달리 전자음을 베이스로 한 편곡과 요들 특유의 음을 꺾어 부르는 창법, 중간중간 반복적으로 재생되는 닭 울음소리를 기가 막히게 버무려낸 요들송이다. 유튜브에서 그의 다른 곡들을 찾아 들어보면 알겠지만, 너무 코믹함으로만 소비된 데 대한 아쉬움이 남는 요들러다.

 

김홍철과 친구들 ‘아름다운 베르네 산골’

독일에 요들킹 플란츠 랑이 있다면, 우리나라엔 요들의 대부 김홍철이 있다. 요들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요들을 배우기 위해 스위스로 유학까지 떠났던 그는, 지금도 한국에서 요들송 가수를 떠올릴 때 일 순위에 거론되는 요들의 대명사가 됐다. ‘아름다운 베르네 산골’을 부른 서용율을 비롯해, 방윤식, 이은경, 김성범 등 한국의 여러 요들러가 요들송을 발표했지만, 김홍철만큼 탄탄한 창법과 능수능란한 기교를 구사하는 요들러는 드물다. 지금까지도 밴드 ‘김홍철과 아이들’을 이끌며 공연, 페스티벌, 콘서트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요들을 들려주고 있다.

 

2. 요들, 꺾임을 만드는 발성

왕페이 ‘몽중인’ MV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요들은 주로 흉성과 가성을 급격하게 교차시켜 꺾임을 만들어내는 창법을 구사한다. 그런 점에서 왕페이(王菲)의 창법은 요들의 발성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위 영상은 왕페이가 직접 부른 <중경삼림> OST ‘몽중인(梦中人)’ 뮤직비디오다. 왕페이 특유의 톡 쏘는 음색과 멜로디를 자유자재로 꺾어 부르는 창법을 확인해볼 수 있는 곡이다.

 

The Cranberries ‘Dreams’

왕페이의 ‘몽중인’은 아일랜드 록 밴드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의 ’Dreams’를 번안한 곡이다. 본래 크랜베리스의 음악에는 요들 특유의 꺾임이 포함된 후렴구가 꼭 들어갔고, 그들 자신도 앨범에 그런 발성을 요들이라고 분명하게 표기해 놓은 바 있다. 무엇보다 실제로 크랜베리스에게 많은 영감을 얻고, 그들에게서 곡을 받는 등 많은 음악적 교류를 나눈 왕페이의 창법에서 요들 발성의 래퍼런스를 찾는 것이 너무 억지스러운 주장만은 아닐 것이다.

 

자우림 ‘Hey hey hey’ Live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도 적잖이 음을 꺾어 부르는 발성으로 유명한데, 특유의 잡티 없이 맑고 깨끗한 음색과 독특한 창법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우림만의 사운드를 구축하는 데 한몫했다. 김윤아는 한 예능에 출연해 어릴 적 요들을 배웠으며, 요들이 자신의 창법에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윤아의 아버지가 ‘김홍철과 친구들’의 멤버였으며, 김홍철 3집 음반의 수록곡 ‘행복이란 무엇일까’를 작곡하고 듀엣했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3. 요들의 확장

‘동아오츠카’의 오로나민C 광고 영상. 전현무 표 ‘방정맞은’ 춤사위도 춤사위지만,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중독성 강한 CM송 덕분에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원곡은 ‘She Taught Me How To Yodel’라는 유명한 요들송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김홍철의 ‘아름다운 스위스 아가씨’라는 제목의 번안곡으로도 익숙하다. 요들송의 대표적인 후렴구인 ‘요를레이히’와 ‘오로나민C’의 발음이 비슷하게 들리도록 교묘하게 오버랩한 지점이 재미있다.

카더가든의 요들송 배우기

‘카더티비’는 카더가든이 라디오(‘카더가든의 무임승차’) 중간에 시간을 때우기 위해 제작하는 웹예능 형식의 짤막한 영상이다. 3화에서는 카더가든이 요들 장인을 찾아가 요들송을 배우는 과정을 그렸다. 통기타 한 대에 의지한 채 편안하고도 올곧은 자세로 요들을 부르는 요들 장인의 모습에서 순간적인 신성함마저 느껴진다. 요들 장인의 닉네임은 ‘목장주인’. 요들 강습도 간간이 진행한다고 하니, 요들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해보길 바란다.

우리가 평소에 판소리를 배우고, ‘아리랑’을 부르지 않는 것처럼, 스위스 알프스지방과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의 사람들도 요들을 일상적으로 연주하거나 부르지는 않는다. 다만 오늘날에 이르러 요들은 특유의 독특한 창법 때문에 일부러 개그의 소재로 사용되거나, 새로운 악기의 편곡을 가미하고 샘플링함으로써 형태의 확장을 이뤄내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니까 요들 고유의 장르적 특징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을지 몰라도, 음악 전반에 심어 놓은 ‘대책 없이’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는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 사운드트랙 ‘The Lonely Goatherd’

가족 뮤지컬의 고전으로 불리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1965) 중, 딱딱하고 엄격하기만 했던 아버지의 마음이 아이들의 인형극으로 완전히 열리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장면에서 바로 이 유명한 요들송 ‘The Lonely Goatherd’가 흐른다. 요들은 이렇게나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기운의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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