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숲과 신비로운 민담으로 가득한 덴마크. 무엇보다 그곳에는 존 켄 모텐슨(John Kenn Mortensen)이 포스트잇 위에 창조한 괴물들의 나라가 있다. 희번덕거리는 눈과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괴물들이 사람들 틈에 섞여있는 이곳은 낱말 하나 없이도 감춰진 이야기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분명 기괴하지만 왠지 자꾸만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이 매력적인 세계를 한번 탐험해보자.

 

포스트잇에 그린 그림

<Deadtime Story>(2011.11)

덴마크의 애니메이션 워크숍에서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존 켄은 감독 및 각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졸업 후 코펜하겐 봄베이 제작사를 거쳐 어린이 TV 프로그램의 각본을 쓰고 제작해왔으며, 2007년과 2008년에는 각각 <Fishing With Spinoz>, <Office Noise>라는 10분 미만의 단편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건 틈날 때마다 포스트잇에 그린 그림을 블로그에 올리면서부터다.

존 켄의 작품들은 모두 이렇게 탄생한다 via ‘Moist Design’ 
그의 작품세계에서 집 안은 안전하기만 한 공간이 아니다
집 밖 역시 안전하지 않다

그의 손끝에서 포스트잇은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문이 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온갖 괴물과 유령이 등장하는 세계가 펼쳐진다. 북유럽 특유의 서늘한 분위기가 곳곳에 녹아 있는 이 세계는 유년시절 누구나 꾸곤 했던 악몽과도 닮았다. 

 

무섭지만은 않은 괴물

초기 작품들(2009) 

사실 그의 초기작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어딘가 친근하고 귀여워 보이기까지 하는 그림체 때문일까, 마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의 작품은 특유의 어둡고 기괴한 분위기로 자리를 잡아간다. 

2013년 作
2017년 作
보는 이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인물들의 표정은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흥미롭게도 괴물들은 항상 무시무시한 존재로 묘사되지 않는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이기도 하고 사람과 마주친 걸 두려워하기도 하며, 장난꾸러기 친구나 반려동물처럼 일상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기도 하다. 자꾸 보다 보면 초점 없는 눈에 헤 벌린 입이 어수룩한 꼬마처럼 귀엽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Cannibal 1>(2012)
스티븐 킹의 <It> 을 소재로 한 작품(2016) 
존 켄의 그림과 스토리텔링으로 제작된 Said the Shark ‘True Love’ MV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풀어내는 게 좋을 뿐이라는 존 켄. 오늘도 그의 펜 끝에서는 새로운 괴물들이 탄생하고 있다. 신비로운 민담에서부터 문학작품, 공포영화까지, 친숙한 소재가 곳곳에 숨어 있는 이 괴물들의 나라를 좀 더 탐험해보고 싶은 여행자들이라면 존 켄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기웃거려도 좋을 것 같다. 

존 켄 블로그
존 켄 인스타그램

 

이미지 출처 ‘존 켄’ 블로그

 

Writer

언어를 뛰어넘어, 이야기에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마음속에 새로운 씨앗을 심어주고, 새로운 세계로의 통로가 되어주니까. 그래서 그림책에서부터 민담, 괴담, 문학, 영화까지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있다. 이렇게 모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중. 앞으로 직접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며 더 풍성하고 가치 있는 세계를 만들어나가기를 꿈꾸고 있다.
전하영 블로그 
전하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