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년, 실리카겔, 코가손, 위아더나잇, 아이엠낫, 바이바이배드맨까지. 비슷한 온도로 한국 인디 음악 신을 이끄는 밴드들이 최근 새로운 앨범을 발매했다. 더욱 풍부한 퀄리티와 사운드로 돌아온 이들의 음악을 만나자.

**최신 앨범 순으로 작성.

 

실리카겔 <SiO2.nH2O>(2017. 11. 7)

멤버들의 입대로 휴식에 들어가는 실리카겔(Silica Gel). 지난 10월 토쿠마루 슈고, 샴캣츠와의 콜라보 공연을 마친 이들이 당분간 마지막일 EP <SiO2.nH2O>를 발매했다. 이 앨범의 여섯 트랙은 모두 하루 중 특정한 시간대를 담고 있다. 오후 2시를 배경으로 한 첫 트랙 '낮잠'을 시작으로, '뚝방길'(아침 8시), '불한당'(자정), 'NEO SOUL'(저녁 9시)', '그린내'(해 질 녘)까지, 이 음반 속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영상과 음악으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실리카겔이 이번엔 작정하고 모든 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변화무쌍한 노래 분위기에 맞춘 영상이 탄성을 자아낸다. 에디터가 특히 꽂힌 곡은 '불한당', 특히 꽂힌 뮤직비디오는 '뚝방길'과 'NEO SOUL'. 결국 모든 트랙을 들어보길 바란다는 이야기.

실리카겔 ‘NEO SOUL’ MV

 

위아더나잇 <들뜬 마음 가라앉히고>(2017.11.5)

'별, 불, 밤', ‘티라미수 케익’ 등 그동안 담백한 신시사이저가 돋보이는 곡으로 사랑받은 밴드 위아더나잇(We Are The Night)이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했다. 이전보다 발라드 느낌이 한층 짙어졌지만, 감수성을 더하는 어쿠스틱 사운드와 신시사이저를 활용한 통통 튀는 일렉트로닉 편곡이 위아더나잇만의 감성을 드러낸다. 특히 본인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써 내려간 노랫말은 ‘아마도 큰 사람은 되지 못할 것이고, 별거 없는 생활을 하다 끝이 나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며 살아가는 모든 청춘에게 담담한 위로를 건넨다. 짙은 가을에 놓인 앨범인 만큼, 한층 차분하고 깊어진 이들의 음악적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들뜬 마음 가라앉히고' 당신에게 이 음악을 권한다. 2017년, 근 1년간의 마음이다.
당신은 음악을 믿고 있을까? 나는 아직 음악을 믿고 있다.

- 함병선(위아더나잇 보컬), 앨범 소개 글 가운데 

위아더나잇 ‘있잖아’ MV

 

새소년 <여름깃>(2017.10.26)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신인, 인디 신의 슈퍼루키로 강렬한 존재감을 새긴 밴드 새소년이 드디어 10월 26일, 여섯 곡이 담긴 첫 EP를 내놓았다. 새들이 이전 계절의 헌 깃털을 떨어내고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깃털로 갈이하는 것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이제 본격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이려 하는 ‘새소년’의 새로운 깃털, 첫 EP <여름깃>이다. 데뷔 싱글 ‘긴 꿈’을 포함해 공허한 외로움을 반복적인 노랫말과 섬세한 연주로 담아낸 ‘나는 새롭게 떠오른 외로움을 봐요’, 첫 싱글의 서정성과는 완전히 다른 화끈한 에너지로 신선한 충격을 안긴 ‘파도’ 등 새소년의 반짝이는 재능이 십분 발휘된 곡들이 두루 담겼다. 사이키델릭과 모던록, 블루스와 신스팝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이들의 컬러풀한 음악 세계를 기어코 음반을 통해 확인해볼 일이다.

새소년 ‘나는 새롭게 떠오른 외로움을 봐요’ MV

 

바이 바이 배드맨 <Always in Love>(2017. 10. 25)

올 한 해 바이 바이 배드맨(Bye Bye Badman)은 누구보다 부지런했다. 4월 EP <너의 파도>를 발매하고 9월엔 싱글 <Monolove>를, 바로 이어 10월에 <Always in Love>를 냈다. 게다가 모든 작업물에서 각기 다른 빛깔을 느낄 수 있다. 전작 'Monolove'은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을 통통 튀는 멜로디로 표현한 곡. 이에 비교해 'Always in Love'는 사뭇 몽롱하고 신비로운 감상을 안겨준다. '오늘은 특별한 게 단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슬퍼지기도 전에 하루가 다 흘러 버렸네. 내일은 어떡할래? Everything's going to be okay, 생각나기도 전에 그대로 잠들어버렸네.'라는 가사를 나른한 멜로디로 듣고 있으면 정말 아득해진다. 곡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뮤직비디오도 재미있다. 'Always in Love'와 'Monolove' 뮤직비디오를 연이어 보자. 막 오려던 잠이 확 깰지도 모른다.

바이 바이 배드맨 ‘Always in Love’ MV

 

아이엠낫 <Come Back>(2017. 10. 13)

밴드 아이엠낫(iamnot)은 2015년 첫 싱글 <THE BRAND NEW BLUES>로 데뷔했다. 데뷔 연도로 보면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밴드일 것 같지만, 멤버(임헌일, 양시온, 김준호)는 모두 이미 신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이들의 음악에서 고유한 깊이와 내공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 지난 10월 발표한 싱글 <Come Back> 역시 그렇다. 이 노래는 '이별 후유증을 겪는 남자의 독백'을 그렸다는데, 흔히 생각하는 이별 후유증과는 감정의 진폭이 꽤 다르다. 크게 흥분하지도 슬픔을 격하게 표현하지도 않는다. 천천히, 정확하게 깔리는 베이스와 드럼 사운드 위로 시종 덤덤한 보컬이 얹힌다. 이별이 휘몰아친 후 생에의 의지까지 옅어진 자의 노래 같다.

아이엠낫 ‘Come Back’

 

코가손 <생각나>(2017.10.10)

밴드의 마스코트 ‘가손이’는 이번 앨범에서 물 위에 어렴풋이 띄워진 채로 커버를 장식했다

지난 6월 EP <오늘의 할 일>을 통해 4인조 밴드로서의 성공적인 업그레이드를 마친 코가손은 새로운 계절과 함께 선보이는 디지털 싱글 <생각나>로 씩씩한 행보를 이어간다. 직관적인 구성, 군더더기 없이 맑은 멜로디와 어쩐지 내 얘기 같은 노랫말을 갖춘 코가손의 명료한 팝 사운드는 여전히 변함없지만, 그로부터 새어 나오는 서정성은 다른 밴드와는 사뭇 다른 결을 품는다. 이전보다 한층 섬세하고 아련한 목소리로 설레는 사랑의 감정을 전달하는 타이틀곡 ‘생각나’를 들어보자. 어깨에 힘을 빼고 한층 더 유연해진 코가손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코가손 ‘생각나’ M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