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페스티벌은 이제 전 세계 어디서나 열린다. 미국의 뉴포트, 캐나다의 몬트리올, 덴마크의 코펜하겐, 스위스의 몽트뢰는 지명에서부터 재즈를 떠올릴 정도로 유명한 재즈 페스티벌 도시가 되었다. 하지만 프랑스 중서부에 위치한 인구 1,200명이 거주하는 마을 마르시악(Marciac)은 관광 스폿으로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마을이지만, 여기에서 매년 7월 말부터 2주간 열리는 페스티벌 ‘Jazz in Marciac’(JIM)은 세계 전역의 재즈 팬 20여 만명이 모일 정도로 유명하다. 이 마을은 파리에서 777킬로미터나 떨어진 외진 곳이고, 철도역이나 공항에서도 상당히 멀다. 그만큼 재즈 음악에 깊이 파묻힐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2018년에도 7월 27일에 개막하여 20일간의 축제에 빠져든다.

제40회 ‘Jazz in Marciac 2017’의 소개 영상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마르시악 마을

1977년 첫 행사를 가진 이래 40주년을 넘겼다. 호텔이나 여관이 넘쳐나는 대도시와는 달리, 이곳은 마을 전체가 공연장이나 행사장이 되고, 모든 가정집은 손님을 맞는 B&B(Bed & Breakfast) 숙박으로 변신한다. 멀리서 페스티벌을 찾은 손님들은 느긋하고 친절하고 가정적인 분위기에서 한여름의 재즈 음악을 만끽한다. 아마추어 연주자들은 거리나 카페에서 무료로 연주하면서 자신을 알리고, 손에 꼽을 만한 정상급 연주자들도 자신의 스케줄을 조정하면서 이곳을 찾는다. 윈튼 마살리스(Wynton Marsalis)는 이 페스티벌에 매료되어 마르시악에 주택과 와이너리를 구입하여 21년 연속으로 페스티벌에 참가한 대표적인 후원자이자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이 페스티벌의 매력 포인트를 몇 가지 키워드로 알아보자.

윈튼 마살리스는 매년 페스티벌에 참가해 마스터 클래스를 연다

 

창설자 장 루이스 기오몽(Jean-Louis Guilhaumon)

장 루이스 기오몽(Jean-Louis Guilhaumon)는 마르시악 고등학교 교장 재직 시절 재즈를 수업 과목으로 채택할 정도로 열정적인 재즈 팬이었다. 1970년 마르시악의 시장으로 당선된 후, 주민들을 설득하여 프랑스 남서부의 작은 마을을 세계적인 재즈 페스티벌 개최지로 만들려는 비전을 세웠다. 별로 알려지지 않았고 도시에서 멀리 떨어졌다는 이유로 페스티벌 참여를 망설이는 재즈 아티스트에게 헌신적인 편지를 보내 설득했다. 첫해에는 인근에 살던 빌 콜먼(Bill Coleman)을 설득하여 첫 행사를 성공적으로 완료하였고, 마을 전체의 열성적인 분위기는 입소문을 타고 재즈계에 퍼져 나갔다. 이제는 세계 재즈 페스티벌 TOP 10에 드는 대형 페스티벌이 되었고, 장 루이스 기오몽은 시장 퇴임 후 페스티벌 디렉터로 일하며 자신의 비전을 완성하고 있다.

장 루이스 기오몽의 인터뷰 영상

 

자유롭고 편한 페스티벌 분위기

페스티벌 기간 중 천막으로 뒤덮인 중앙 광장

마르시악은 중세의 회랑이 남아있고 마을 중앙에 광장이 있는 전형적인 중세 도시다. 대도시처럼 공연장, 공원, 쇼핑가와 같은 페스티벌 시설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페스티벌 시기가 되면, 마르시악의 럭비 운동장은 6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으로 변신하고, 중앙 광장은 수많은 천막 상점과 노천카페가 줄지어 선다. 페스티벌에 온 사람은 럭비 운동장에서 매일 열리는 유료 공연을 즐길 수 있고,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진행되는 아마추어 연주자의 무료 공연을 즐길 수도 있다. 마을 주민들의 집에서 B&B로 묵을 수도 있고, 텐트를 빌려서 야영을 할 수도 있다. 도시의 산만한 페스티벌과는 달리, 마을 전체가 오롯이 재즈 페스티벌 분위기에 휩싸이는 것이 매력이다.

노천카페에서도 무료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프랑스 중서부 지역의 요리

이 곳은 중세부터 농업이 발달하여 가스꼬뉴 와인(Gascon wine)과 아르마냐크 브랜디(Armagnac brandy)의 산지로도 유명하다. 주변의 와이너리에서는 페스티벌 기간 중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한, 레스토랑에서는 프랑스 남서부 지방의 대표 음식인 푸아그라, 오리 콩피, 오리 가슴살 등 다양한 오리 요리를 맛볼 수 있다.

2016년 페스티벌 참가자들의 편집 영상

 

재즈 스타를 저렴한 입장료에 만날 기회

페스티벌의 인기만큼 유명한 재즈 레전드의 공연을 저렴한 입장료로 관람할 수 있다. 2017년에도 노라 존스, 디디 브리지워터, 조지 벤슨, 로이 하그로브, 스탠리 클락, 그레고리 포터, 윈튼 마살리스, 조슈아 레드맨, 허비 행콕 등 이름만 들어도 왠지 오금이 저리는 재즈 스타들이 개별 공연을 펼친다. 개별 입장료는 30유로 내외, 즉 4만 원 정도로 다른 재즈 페스티벌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단, 조기에 매진되므로 예약은 필수다.

‘Jazz in Marciac’ 공식 유튜브
‘Jazz in Marciac’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