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11월을 아쉽게 보고만 있다면? 이달 25일부터 27일까지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제8회 언리미티드 에디션(Unlimited Edition)’(이하 언리밋)을 주목하자. 독립책방 ‘유어마인드’가 주최하는 언리밋은 2009년 시작해 매년 11월마다 꾸준히 이어진 서울 아트북 페어/독립출판 시장이다.

“2009년 계간 [GRAPHIC]의 김광철 편집장과 함께 모여 [언리미티드 에디션] 행사를 기획했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은 이름이었다. 스스로 어떻게 불릴 것인가. 어떤 이름으로 호소하거나 울먹이지 않으면서 하나의 태도를 쌓아갈 수 있을까. 그때 우리는 ‘폭발’을 떠올렸다. 모든 면에서 한정적인(Limited) 책(Edition)들이 한 공간에 모였을 때 어쩌면 그 양상은 무한정판(Unlimited Edition)을 향한 폭발로 보이지 않을까. (…)” -이로(유어마인드 운영자)

초기 지하 갤러리를 빌려 시작한 언리밋은 회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졌다. 몇백 명 안팎이던 관람객 숫자는 2014년 8,000명을 돌파했고, 참여 팀의 숫자 또한 꾸준히 늘어났다. 개최지 역시 신사동 ‘플래툰 쿤스트할레’(제2, 3회)에서 상수동 ‘무대륙’(제4, 5회), 이태원 ‘NEMO’(제6회)를 거쳐 2015년에는 서울의 중심 광화문에 있는 ‘일민미술관’으로 공간을 확장하며 참여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2015년의 경우 총 177팀이 참가했고, 15,000여명의 시민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매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책들이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 조망하는 자리이자 독립출판 제작자들과 관람객을 이어주는 공간인 언리밋에서 주목받은, 또 계속 주목해야 할 작가들과 그들의 작업물을 5개의 분야로 나누어 꼽아봤다.

 

1. 길종상가

을지로 4가에 있는 ‘길종상가’는 테이블, 의자, 선반 같은 각종 가구를 만드는 관리인 박가공을 중심으로, 김윤하, 송대영이 함께 운영한다. 이들은 배우고 느끼고 겪어온 모든 것을 활용하여 적절한 금액을 받고,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이나 인력, 그 밖에 일들을 돕는다.

제5회 언리밋 부스 제작(좌), 제7회 언리밋 테이블 제작(우)
(출처: 길종상가 홈페이지)

 길종상가는 2013년 언리밋에서 안내/계산을 돕는 부스를 주최측의 요청으로 며칠 만에 뚝딱 제작했고, 이들만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일일 달력을 판매했다. 2014년에는 채소 자석, 다있다 선인장 뱃지(몇 시간 만에 동이 났다고 한다) 같은 독특하고 아기자기한 제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작년 언리밋은 파티션과 테이블을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전방위로 활동하는 이들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아래 홈페이지를 방문해보자.

☞ 길종상가 홈페이지 [바로가기]
☞ 길종상가 페이스북 [바로가기]

 

2. 리플렉타

사진가들의 커뮤니티인 ‘리플렉타’는 2015년 처음으로 언리밋 행사에 나섰다. 구성원들은 2층에 마련한 부스에서 니나안, 윤재원, 이윤호, 이차령, 최낙원, 최다함 같은 사진가 22명의 사진집을 선착순으로 한정 판매했다. 특이한 점은 이들 중 다수가 처음으로 독립 출판물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언리밋은 이들이 직접 사진을 고르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확인하는 동시에 자생력을 키우는 데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관객들은 필름 카메라로 찍은 인물사진을 담은 독립잡지 [VKRzine](1~3권), 사진과 텍스트가 함께 엮인 이강혁의 [NIGHTGLOW:Prototype], 집에서 복사기로 손수 제작한 듯한 피터 서덜랜드의 사진 묶음, 사진가 LESS의 [sunshine kiss], 강민구의 [LOVE/BACK] 처럼 각기 다른 시선이 담긴 작품들을 취향 따라 고르며 앞으로 주목할 사진작가들의 이름을 각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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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가든, 프로파간다, 신모래

사전 행사로 처음 진행한 ‘포스터 온리(Poster Only)’는 국내외 창작자 40여 팀의 포스터를 한 데 모아 판매하는 자리였다. 구매자는 다양한 포스터를 한꺼번에 구경하는 선택의 즐거움을 누리며 3,000원부터 20,000원대로 가격이 매겨진 낱장의 인쇄물로 소장할 수 있었다.

이틀간 열린 행사는 평균 입장 시간이 1~2시간에 달했을 만큼 큰 반응을 끌어냈다. 전시장 한쪽에는 주목받는 일러스트레이터 이규태(kokooma)와 신모래의 사인회가 열리기도 했다. 특히 그래픽 디자이너 김가든의 달 홀로그램 포스터는 큰 반향을 이끌어내 일찍이 품절됐고, 일러스트레이터 신모래의 분홍빛 파스텔 색상이 어우러진 그림 포스터, [내일을 위한 시간], [모던 타임즈] 같은 영화 포스터를 작업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의 포스터 등도 인기를 모았다. 프로파간다는 작년에 홍상수 감독전 아트 포스터 시리즈를 판매하고, 언리미티드를 후원하기도 했다. 김가든은 2016년 언리미티드 에디션에도 참가한다.

 

4. 독립출판물들

언리밋에서 가장 핫한 코너는 아무래도 ‘독립출판물’일 터. 근래 많이 생겨난 독립 서점의 수만큼 행사에는 독특하고 다양한 독립 서적이 한자리에 모인다. ‘아침’을 주제로 인터뷰, 에세이, 레시피, 리뷰 등을 담은 라이프 매거진 [Achim]은 신문처럼 펼쳐 읽는 타블로이드 판형으로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소소한 취미와 맛있는 일상을 다루는 취미 잡지 [쏘-스]는 2015년 행사에서 청소를 주제로 한 신간 7호를 발표했고 2014년에는 잡지 전권(1-5호)과 틴케이스 캔들 세트를 25,000원에 한정 판매하기도 했다. 그 외 19금 도색잡지를 표방한 [젖은 잡지], 양띠, 말띠, 뱀띠 세 남자가 모여 ‘털’에 관해 쓰고 그린 책 [털 보고서],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는 배우들의 사진집 [덕지덕지], 생수 맛 비교, 혼자 놀기 같은 독특한 소재로 덕질을 장려하는 [The kooh], N포 세대의 일상을 다룬 격 월간지 [월간 잉여], 직장인이라면 폭풍 공감할 책 [사표], [삼년차 직장인] 등이 눈길을 끌었다. 아마추어 시인들을 위한 출판사 ‘문학과 죄송사’는 2015년 행사에서 박준범 시집 [우주는 잔인하다], 박경석 시집 [남기면 쓰레기], 문학과 죄송사 로고가 프린팅된 안전모와 고무장갑 등의 굿즈를 함께 판매하며 이목을 끌었다.

 

5. 인디 레이블

2015년 헬리콥터 레코즈 X 컬리솔 레코즈 X 노 뮤직 판매부스 (출처: 파티 51 페이스북)

하헌진, 김일두, 위댄스 등의 앨범을 발매한 독립 레이블 ‘헬리콥터레코즈’는 그간 꾸준히 언리밋에 참여해왔다. 2013년에는 피날레 프로그램으로 혼성 댄스 듀오 위댄스의 공연을 열었고, 2015년에는 부스를 마련하여 하헌진의 새 앨범 [나아진 게 없네]를 200장 한정 카세트테이프로 판매했다. 이외에도 이랑의 만화집 [내가 30대가 됐다], 다큐멘터리 [파티51] 해외판 DVD를 비롯한 뮤지션들의 작업물을 판매하기도 했다. 헬리콥터레코즈는 2016년 행사에서 작년에 이어 또 한번 일본 음악가의 음반을 수입하고 내한 공연을 기획하는 컬리솔 레코즈(Curlysol Records), DJ 예스예스, 콩부, 유튜브 그리고 디자이너 신동혁이 함께하는 음악 집단 노뮤직(No music)과 부스를 함께할 예정이다. 또한 신도시’의 출판물, 뮤지션 ‘쾅 프로그램’의 신보 카세트테이프를 판매한다.

☞ 헬리콥터레코즈 홈페이지 [바로가기]
☞ 컬리솔 레코즈 트위터 [바로가기]
☞ 노뮤직(No music) 인스타그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