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의 중환자실(ICU)에는 삶과 죽음의 극적인 장면이 교차한다. 죽음을 앞둔 환자와 하나 둘 찾아와 오열하는 가족들, 이들을 어떻게 위로하고 어떤 방안이 최선일지 고민하는 의사가 있다. 이들의 하루를 담담히 기록한 영상은 그 자체로 극적이며, 우리에게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에 관해 심대한 과제를 안긴다.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두 편의 단편은 30분 내외 길이로 길지 않지만, 이를 보고 나면 많은 시간이 지났다는 피로감과 함께 온몸을 짓누르는 무게감을 느끼게 된다. 두 편은 2016년과 2018년에 각각 아카데미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작에 올랐다.

 

<Extremis>(2016)

엑스트리미스(Extremis)는 죽음에 임박한 환자 상태를 가리키는 의학 용어다. 단편 다큐멘터리 <Extremis>(2016)는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하이랜드 병원 중환자실에 들어가 죽음을 앞둔 환자들과 그들을 돌보는 의사 제시카 지터(Jessica Zitter)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중환자실의 특수성 때문에, 카메라는 그 어떤 기교도 부리지 않고 그 현장을 24분 길이의 다큐멘터리에 담았다. 이 작품은 2016년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최우수 단편상을 받았고, 이듬해 아카데미시상식 후보에 올랐다. 중환자실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돌보는 의사 제시카 지터는 하바드대를 졸업하고 말기 치료(End-of-Life Care) 분야에서 여러 편의 논문과 서적을 낸 전문가다. 그는 중환자실에서의 오랜 경험에 비추어, 환자를 치유하는 것만이 의사의 일은 아니며, 어떻게 죽을 것인지 환자와 그 가족이 잘 선택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단편 다큐멘터리 <Extremis>(2016)

 

<End Game>(2018)

다큐멘터리 <엔드 게임: 생이 끝나갈 때>에 등장하는 샌프란시스코 대학병원의 의사 스티븐 팬틸라트 역시 죽음을 앞둔 불치 환자들의 고통을 줄여주는 말기 치료 전문가다. 또 한 사람의 의사 B. J. 밀러는 의사가 되기 전인 19세의 나이에 철로의 전압에 감전되어 두 다리와 한쪽 팔을 절단하며 죽음의 고통을 경험했는데, 이제는 말기 환자를 위한 병원인 젠 호스피스(Zen Hospice)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돕는다. 약 40분 길이의 다큐멘터리에는 여섯 명의 말기 환자와 가족들이 등장하며, 삶과 죽음에 관한 의사들의 자조적인 대화는 되새겨 들을 만하다. 팬틸라트는 시작 무렵에 “건강한 사람은 어떻게 죽을지 생각하고, 아픈 사람은 어떻게 살지 생각하죠.”라고 무덤덤하게 말하며, 밀러는 “우리는 죽음에서 달아나려고 하지만, 죽음도 삶의 일부입니다.”라고 전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영화제와 선댄스 영화제의 최고 단편영화 후보에 올랐다.

단편 다큐멘터리 <End Game>(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