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첫 여성 변호사 리디아 포에트(Lidia Poet)로부터 영감을 얻은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 <리디아 포에트의 법>(2023). 작품의 주연 마틸다 데 안젤리스(Matilda De Angelis)는 떠오르는 스타다. 열여섯의 나이에 팝 밴드 럼바 데 보다스(Rumba De Bodas)의 보컬로 활동하다가, 그의 페이스북 사진을 우연히 본 영화감독 마테오 로브레(Matteo Rovere)의 눈에 띄어 어느 날 갑자기 영화 <Italian Race>(2016)의 주연급 배우로 데뷔하였다. 이 영화의 주제곡 ‘Seventeen’을 작곡하고 노래까지 불러 영화제 신인상과 영화음악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본격적으로 이탈리아 영화와 드라마의 주연급 배우로 출연하였다. 그러다, HBO 미니시리즈 <언두잉>(The Undoing, 2020)에 니콜 키드먼과 휴 그랜트의 상대역으로 출연하여 세계 무대에도 인상적인 데뷔를 하였다.

럼바 데 보다스의 멤버로 ‘Sweet Crazy Sunshine’를 부른 마틸다 디 보다스

데뷔 5년도 채 안 된 지금 그의 얼굴을 찾아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광고나 유명 패션 잡지, 유럽의 음악 페스티벌 무대에서도 그의 이름을 볼 수 있고, 넷플릭스에도 그가 출연한 작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가 출연한 작품 네 편과 더불어 작품의 배경이 된 실존 인물들도 함께 소개한다.

 

<리디아 포에트의 법>(2023)

마틸다가 연기한 리디아 포에트(1855~1949)는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변호사이자 여성인권 운동가였다. 하지만 당시 법무부 장관은 여성이 법정에 출석하는데 불만을 품고 그의 변호사 자격을 박탈했으며, 이는 여성 인권에 대한 사회적 논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그의 변호사 자격은 65세이던 1920년에 회복되었는데, 그를 평생 여성인권 신장을 위한 사회운동에 전념케 한 동기가 되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리디아 포에트의 법>(The Law According To Lidia Poët)은 대학에서 법을 전공한 자유분방한 근대 여성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무릅쓰고 변호사인 오빠를 도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다. 모두 여섯 편으로 구성되어 로튼토마토 83%의 호평을 받았고, 곧바로 넷플릭스 드라마 상위권에 올랐다.

넷플릭스 드라마 <The Law According to Lidia Poet>(2023) 예고편

 

<언두잉>(2020)

여섯 편으로 구성된 HBO 미니시리즈 <The Undoing>에는 니콜 키드먼과 휴 그랜트가 뉴욕의 상류층 전문직 부부로 등장한다. 이 마틸다는 두 사람 사이에서 신비한 매력을 풍기는 여성 ‘엘레나’ 역을 맡은 미스터리 드라마다. 인기 소설 <You Should Have Known>(2014)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구성으로, 전주 대비 매회 시청률이 상승한 진기한 기록을 남기면서 2020년 HBO 최고의 드라마라 평가되었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생전 처음 뉴욕을 방문한 마틸다는 불안정하고 다중적인 연기를 소화하여, 국제 무대에 처음 얼굴을 알렸다.

미니시리즈 <The Undoing>에서 엘레나(마틸다 데 안젤리스)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

실제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 모습(왼쪽)

1968년 5월 이탈리아의 엔지니어 조르지오 로사(Giorgio Rosa)가 리미니(Rimini)에서 11킬로미터 떨어진 아드리아해 공해 상에 인공 플랫폼을 짓고는 독립 국가임을 선포하였다. 이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기획하는 데는 10여년이 걸렸지만, 불과 다섯 명이 한 팀이 되어 수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완성하였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이 섬 아닌 섬을 불법 건축물이라 규정하고 이듬 해 2월 폭발물로 모두 철거하였다.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2020)은 이 사건을 배경으로 만든 코미디 영화로, 이탈리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다비드 디 도나텔로상을 수상했다. 마틸다는 주인공의 연인 가브리엘라 역을 맡았다.

영화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2020) 예고편

 

<무솔리니의 보물을 털어라>

1943년 연합군의 시칠리아 상륙으로 전황이 불리해지자 무솔리니는 궁지에 몰렸고, 다시 한번 나지의 지원을 받아 밀라노에 이탈리아 사회공화국, 일명 살로 공화국을 세우고 폭정을 일삼았다. 당시 그가 재위에 있으면서 부정축재한 금괴를 스위스로 수송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영화 <무솔리니의 보물을 털어라>(Robbing Mussolini)는 이를 배경으로 만든 하이스트(Heist) 또는 케이퍼(Caper) 영화다. 마틸다는 주인공 ‘이솔라’의 연인이자 카바레 가수 ‘이본네’ 역을 맡아 무대에서 나서 직접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영화에 대한 반응은 그리 좋지는 않았으며, 2022년 10월부터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영화 <무솔리니의 보물을 털어라> 주제곡으로, 마틸다가 부른 ‘Tutto Nero’(Paint It Bl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