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페르소나’(Persona)는 원래 자유의사를 가진 독립된 인격체를 의미한다. 영화에서는 종종 감독과 호흡이 척척 맞아 그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분신과도 같은 배우를 말한다. 감독과 배우 간의 페르소나 관계의 원조는 존 포드 감독과 존 웨인(메인 이미지)라 할 수 있다. 1940년대에 유행하던 서부극 감독으로 유명한 존 포드는 젊은 배우 존 웨인을 등용하여 무려 21편의 영화를 함께 하며 그를 ‘정의로운 보안관’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감독과 배우 사이의 페르소나 관계가 예전만큼 활발하지는 않지만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명감독과 명배우 사이에 서로 신뢰하고 의지하는 대표적인 페르소나 관계 셋을 알아보았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로버트 드 니로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1973년부터 50여 년 동안 로버트 드 니로와 단편영화 1편을 포함하여 영화 10편을 함께했다. 이들 대부분 당대의 걸작으로 평가될 만하다. 그보다 한 살 아래인 젊은 배우 로버트 드 니로를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으로부터 소개받아, 단역을 맡았던 그를 주연급으로 캐스팅한 첫 영화 <비열한 거리>(1973)를 시작으로 <택시 드라이버>(1976), <성난 황소>(Raging Bull, 1980), <좋은 친구들>(Goodfellas, 1990), <카지노>(1995)를 위시해 최근 <아이리시맨>(2019)까지 협업은 계속되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도 영화 다섯 편을 함께 한 바 있으며, 두 사람의 배우는 감독의 최신작 <Killers of the Flower Moon>(2022)에 함께 출연할 예정이다.

영화 <택시 드라이버>는 폭력 장면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팀 버튼 감독과 조니 뎁

팀 버튼 영화 속에서 조니 뎁이 연기한 캐릭터

판타지 영화의 거장 팀 버튼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등장하는 독특하고 기이한 캐릭터에 항상 조니 뎁을 캐스팅하여 이제까지 여덟 편을 함께 했다. <가위손>(1990)의 ‘에드워드 시저핸드’을 시작으로, <슬리피 할로우>(1999)의 ‘크레인’, <찰리와 초콜릿공장>(2005)의 ‘윌리 웡카’, <스위니토드>(2007)의 이발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의 모자 장수, 최근에는 <다크 섀도우>(2012) ‘바나바스 콜린스’가 있었다. 조니 뎁은 데뷔 초기에 말썽부리는 틴에이저 배역만 주어져 실망하던 차에, 팀 버튼 감독의 <가위손> 대본을 읽고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을 글썽거렸다는 일화가 있다. 1989년에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무성영화 시절의 클래식 호러 영화에 대한 취향을 함께 나누며 친해졌고, 팀 버튼 감독은 조니 뎁을 <오페라의 유령>(1925)의 명배우 론 체니(Lon Chaney)에 비유했다. 최근작 <다크 섀도우>의 혹평과 미주지역의 흥행 실패로 협업을 자제했으나, 최근에 팀 버튼 감독의 초기작 <비틀쥬스>의 신작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다.

영화 <가위손>(1990) 예고편

 

데이비드 핀처 감독과 브래드 피트

두 사람이 함께 한 영화는 단 세 편에 지나지 않지만, 세 편 모두 컬트 클래식으로 남은 대단한 의미를 가진 영화다. 데뷔 초의 브래드 피트는 ‘잘생긴 배우’ 이미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고, 영화 <뱀파이어 인터뷰>(1994)에서는 톰 크루즈의 연기와 대조되면서 혹평을 받기도 했다. 이 즈음 심리 스릴러 전문이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그를 <세븐>(1995)에 캐스팅하면서, 연기파 배우로 이미지를 쇄신하고 단번에 MTV상을 받았다. 두 번째 협업 영화 <파이트 클럽>(1999)은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컬트 클래식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영화로 남았다. 이 영화 촬영을 위해 브래드 피트는 복싱과 태권도를 배웠고 일부러 앞니를 뽑았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세 번째 협업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는 아카데미 13개 부문 후보로 올라 3개 부문에 수상하였고, 그는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두 사람은 한 살 차이로 주기적으로 만나 함께 영화를 보면서 의견을 나누는 아주 가까운 친구로 남았다.

영화 <파이트 클럽> 수상 소감을 말하는 에드워드 노튼, 브래드 피트, 데이비드 핀처 감독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제작한 ‘하이네켄 광고에 출연한 브래드 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