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레이블 NBDKNW(노바디노즈)는 이름 그대로 ‘대중이 잘 모를 법한’, 그러나 막상 알고 보면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아티스트들과 음악을 앞장서 소개하고 있다. NBDKNW 출신으로 2019년 <Quarrel>과 <re:FLEX*ion>을 내놓으며 세상에 등장한 NET GALA(넷 갈라)는 비록 그해의 화제작 <GENERATION>에 밀려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신인으로서 한국대중음악상 일렉트로닉 부문 후보에 오른 명실상부 그해의 주인공 중 한 사람이었다.

NBDKNW가 2020년 공개한 신인은 WONA(워나). 2020년 9월, 적잖이 묵혀 두었던 곡들을 모으고 다듬은 데뷔작을 정규앨범으로 발표했고, 곧이어 올해 1월에는 이에 대한 리믹스 앨범도 발표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독특하고 분위기 녹여낸 파격과 개성을 인정받아 국내 음악 리뷰 미디어 <온음>의 ‘2020년 베스트 일렉트로닉 트랙’(링크)으로, <음악취향Y> ‘올해의 신인’(링크)으로 선정되었으며, 인디포스트(링크)도 그를 소개한 바 있다. 아직 코로나19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가 유지되던 연초, 온라인으로나마 WONA에게 앨범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해 데뷔 정규앨범을 발표했고, 올해 초에 정규앨범의 리믹스 앨범을 발표했어요. 최근에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Thanatoide Butterfly>가 뚜렷한 제작 기간을 두고 만든 앨범이 아니라 5년가량 작업해왔던 곡을 모은 작품이다 보니 1년 동안 앨범화를 하면서 많은 것을 쏟아낸 기분이 들었어요. 게다가 이후에 리믹스 앨범을 바로 준비하느라 쉬질 못해서 지금은 잠시 휴식 중이에요. 음악에 관련된 것을 전혀 하지 않고, 다음에 어떤 음악을 낼지 고민하는 정도입니다.

 

5년 동안 쌓아온 작업을 발표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나 경위가 있을까요?

그동안 내가 만든 것을 내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어요. 작업물을 쌓아온 5년 동안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도 있었고, 단순히 작업 자체에 대한 슬럼프도 있었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고착화된 궤도를 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별한 계기보다는 그 순간 용기와 절실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 제작 방식을 이전까지 쓰던 DAW 툴에서 에이블톤으로 바꿨어요. 그렇게 해서 처음 나온 곡이 ‘When I Was Dead’입니다.

<Thanatoide Butterfly> 앨범 재킷

NBDKNW에서 앨범을 발매했어요.

앨범을 내겠다고 용기를 낸 순간부터 음악 색깔이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레이블을 모색했어요. 그중에 NBDKNW가 제 음악을 가장 잘 이해해줄 것 같다고 생각을 했고, 바로 인연이 닿아서 데모 트랙을 보냈어요. 당시 현재 정규앨범에 나온 트랙들을 전부 보냈습니다. 물론 현재 버전과 완전히 같지는 않아요. 예를 들어 타이틀곡 ‘Lament’는 발매 곡이 세 번째 버전인데, 첫 번째 버전의 리듬이 현재 앨범의 ‘Bathe’이고, NBDKNW에 보낸 데모는 두 번째 버전이에요. 다행히 보낸 데모 트랙들을 NBDKNW에서 좋게 들어주셔서 함께하게 되었어요.

 

발매 후 공연은 몇 차례 했나요?

발매 한 달 후 10월에 <UNDERRAID 2020>에서 뮤지션과 DJ 20팀 정도 모여 스트리밍 페스티벌을 한 적 있어요. 11월에는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에서 Two Tone Shape 등과 함께 두 번째 라이브 공연을 했고요. 아무래도 모처럼 앨범을 낸 만큼 영상과 함께하는 공연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는 했는데, 나만이 아니라 모두가 공연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 아쉽기는 했어요.

<UNDERRAID 2020> 포스터

<Thanatoid Butterfly>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음악인데, 주제도 그렇고 정서적으로 굉장히 어두워요. 뮤직비디오도 독특하고요.

‘Lament’ 작업 당시 저를 오랫동안 옭아맸던 것들이 많이 부서지는 경험을 했어요. 앨범 작업을 한 시발점은 ‘When I Was Dead’지만, 제 생각이 가장 크게 변한 건 ‘Lament’ 작업을 통해서였습니다. 당시 ‘구원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지만, 그에 가까운 존재)를 만나게 되면서 쓴 가사였어요. 그런데 음악을 듣고 뮤직비디오 감독님(Nany Kim, Bang Jae Yeob)이 해석과 아이디어를 말씀해주시는데 잘 맞아떨어지더라고요. 영상 중간에 댄서 말고 등장하는 할머니 한 분이 바로 ‘구원자’ 역할입니다.

 

뮤직비디오 마지막 부분에 직접 출연해요.

영상에 꼭 개입했으면 좋겠다고 감독님이 요청했어요. ‘Lament’의 가사가 조금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일 수 있어도, 그 배경이 된 이야기는 제게 현실이잖아요. 뮤직비디오 영상 역시 비현실적인 요소가 있지만, 제가 직접 출연하면서 현실성이 생기는 측면이 있다고 여겼어요.

WONA ‘LAMENT’ 뮤직비디오

자신이 겪은 고통이나 감정을 작업으로 다루는 데 있어 어려움은 없었을까요?

예전에는 감정이나 생각을 일일이 글로 기록했어요. 글로 적다 보면 그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저에 대해 맹목적으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글에 적힌 게 있는 그대로의 나 같아서 텍스트에 갇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다행히 음악으로 기록하는 건 좀 달랐어요. 제게 있었던 일을 그냥 ‘아, 이랬었지.’라고 넘기게 되거나, 사운드나 순간에 몰입할 수 있었거든요.

 

작업하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 음악이 특정한 분위기와 정서가 두드러지는 부분도 있지만, 이는 제가 그런 감정을 지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담긴 것으로 생각해요. 평소에 정서 외에 사운드와 텍스처에도 특히 집중하는 편이에요. 듣는 사람이 단지 소리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분명히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소리와 박자를 엄청나게 쪼개기도 했고요.

평소 좋아하는 음악이 궁금해요.

음악을 하고 싶은 욕심이 크게 들었던 건 Portishead 음악을 들으면서부터예요. 기본적으로 스스로 Portishead의 음악을 먹고 자랐다고 생각해요. 그밖에는 레이블 Tri-angle Records나 Modern Love의 아티스트들이 하는 음악을 무척 좋아합니다. 자연스럽게 그 영향을 받고, 표출하게 된 것 같아요.

 

앨범 소개에 ‘안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전자음악가’라는 지역성을 이례적으로 내비쳤어요.

안산에서 나고 자라서 자연스럽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작업실은 현재 서울에 있지만, 거주는 안산에서 계속하고 있어요. 처음 음악을 시작한 것도 안산에서였고, 본격적으로 음악을 배우러 간 학교도 안산에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안산이라는 곳이 무척 흥미롭다는 생각도 합니다. 대한민국에는 이미 엄청 크고 화려한 서울이 있지만, 안산 역시 그 못지않게 화려하고 사람이 많아요. 사람들이 많이 찾지는 않지만 많은 것들이 뒤섞여 있어요. 특히 큰 공단이 많아서 여러 문화권과 언어를 접할 수 있고, 이국적인 풍경도 적지 않아요.

Portishead 대표곡 ‘Roads’(1994)

정규앨범 발매 후 4개월도 안 되어 리믹스 앨범이 나왔어요.

앨범 발매 당시에는 리믹스 앨범을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다만 ‘내 음악이 다른 아티스트의 손을 거치면 어떨까?’라는 호기심이 들기는 했는데, 마침 NBDKNW에서 먼저 리믹스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해줘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정규앨범 제목의 뜻이 ‘가사(假死, Suspended animation) 상태의 나비’예요. 온전히 죽지도, 살아있지도 않은 이 나비가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재구축되는 것을 기대하는 심정으로 다른 아티스트분들에게 부탁을 드렸어요. 이 과정에서 ‘부활’(resurrection)이라는 키워드가 강하게 다가왔고, 제목도 자연스럽게 <Resurrected Butterflies>가 되었어요.

 

리믹스 앨범 참여 아티스트와 곡들은 어떻게 결정했나요?

대부분 원래 잘 알고 있던 친구들이거나 음악을 이미 들어서 알던 지인이에요. 대표적으로 Two Tone Shape는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알던 친구들이었고, Salamanda님은 NBDKNW의 추천이 있었어요. 가까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이미 알고 있는 친구들에게 부탁하는 게 자연스럽기도 하고, 제게 의미도 더 크다고 생각했어요. 선곡 역시 전적으로 아티스트에게 맡겼어요.

앨범의 피지컬 음반 발매 소식도 알려 주세요.

정규앨범과 리믹스 앨범의 수록곡 14곡과 히든 트랙 및 보너스 트랙을 모두 담은 피지컬 카세트 음반이 발매돼요. 일반 매장에 유통해요.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나요?

음악을 하는 누구나 비슷한 마음일 거로 생각하는데, 제 이름 ‘WONA’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게 분명했으면 좋겠어요. 사운드든 뭐든 ‘제2의 누구’가 아닌 그냥 ‘WONA’였으면 좋겠습니다. 시작할 때부터 바람이 하나 있었다면 그거인 것 같아요.

WONA 신곡 ‘Gasi’

 

WONA 인스타그램

 

인터뷰 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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