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얼어붙었을 것만 같은 지난 한 해 동안에도 일상은 평소와 다름없이 흘러갔다. 공연과 무대가 사라지는 와중에도 묵묵히 땅을 일구고 자신의 음악을 피워낸 아티스트들의 일상도 그러하다.

어제 '2021 한국대중음악상' 후보가 발표됐다. 올해로 벌써 18회째다. 여러 시상식이 점차 네티즌 참여를 적극 확대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대중음악상은 여전히 매체 노출이나 대중의 선택과 상관없이 오롯이 전문가 및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 의해 좋은 음악과 진정한 음악인에 상을 수여하고 있다. 물론 후보와 수상을 결정하는 선정위원회가 매년 공정하고 치열한 선정과정을 거친다고는 하지만, 예술에 대한 판단에는 정답이 없고, 수상 후보의 숫자 역시 지극히 한정되어 있다. 2018, 2020년에 그랬듯이 인디포스트는 올해도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오를 법했지만 오르지 못한 음악들을 돌아보며 아쉬움을 달래 본다.

* 음반과 노래 부문을 가리지 않고 장르별 한 팀씩 선정했습니다.
** 노래와 선정 리스트는 인디포스트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과정 및 결과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최우수 록 부문 | 빌리카터

2015년 데뷔 EP로 한국대중음악상 록 부문 후보에 올랐던 파워풀하고 사이키델릭한 매력의 블루스록 밴드 빌리카터는 사실 어쿠스틱 프로젝트로 출발한 팀이다. 2012년 런던으로 건너가 어쿠스틱 편성 및 사운드로 도시의 거리와 무대를 누볐고, 이후 국내에 돌아와 팀을 새로이 단장해 발표한 EP 한 장으로 한국대중음악상 3개 부문 노미네이트, 한국콘텐츠진흥원 K-루키즈 선정 등을 휩쓸며 탄탄한 실력과 새로운 에너지에 걸맞은 주목을 받았다. 전작에서 주로 날것의 거친 느낌을 물씬 풍기던 이들은 4년만에 두 번째로 발표한 정규앨범에 좀 더 꽉 찬 사운드와 멜로디 지향적인 훅, 메시지를 중시한 가사를 선보이며 개러지와 펑크록, 팝록의 장점을 두루 담아냈다.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내용을 담은 첫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Invisible Mosnter’(2020)를 시작으로, 아일랜드의 임시중절법 시의 문구를 따온 ‘My Body My Choice’, 다름을 혐오하고 배척하는 포비아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Fear’까지. 여기에 빌리카터는 여성 록 음악가들의 목소리를 담은 <We, Do It Together>(2020)에도 참여해 지옥 같은 현실을 노래한 바 있다. 뜨거운 록의 정신과 시원한 록 사운드의 구현이 모두 한 자리에서 이루어진 한 해다.

빌리카터 ‘Invisible Mosnter’ 뮤직비디오

빌리카터 인스타그램

 

최우수 모던록 부문 | 위댄스

코로나19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위댄스의 음악을 드디어 음원 사이트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위댄스는 인디포스트에서 일찌감치 새소년과 함께 소개한 바 있는 ‘위기’(위댄스의 기타)와 ‘위보’(위댄스의 보컬)의 2인조 밴드다.(링크) 그 단순하면서도 뜻 명료한 이름처럼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함께 몸을 흔들든 마음이 흔들리든 춤을 추게 하는 무대와 퍼포먼스의 매력이 강점인 이들이다. 2011년 즈음부터 활동해 어느덧 활동 10년이 넘었지만, 자작곡을 담은 CD들을 공연장에서만 판매해 음원으로는 손쉽게 만나볼 수 없던 이들이기도 하다. 그런 위댄스가 2020년, 11곡을 한 장의 앨범에 소중히 담아 세상에 내놓았다. 위댄스를 예전보다 훨씬 쉽게 만나볼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과 무관하게 이들 장르를 가늠할 수 없는 조촐하면서도 화려하고, 이상하면서도 공감 가는 음악의 매력은 여전하다. “어떤 상황에서든 듣는 이의 기분을 바꿔버리는 마법”을 부리고 싶다는 위보의 말처럼, “이상하고 불친절한 매력이 오히려 마음의 휴식을 준다”는 장기하의 설명처럼 <Dance Pop>을 듣는 우리는 위댄스의 마법에 빠져 멈추지 않는 휴식의 춤을 추게 될 것이다.

위댄스 ‘그저 하고 싶다는’ 뮤직비디오

위댄스 인스타그램

 

최우수 메탈&하드코어 부문 | Monsters Dive

메탈이나 하드코어 같은 척박한 장르 신에도 늘 새로움을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 얼터너티브 메탈, 뉴메탈 밴드로 출발해 다양한 요소들을 결합하고 실험하며, 고유한 정체성의 포스트 하드코어 밴드로 거듭나고 있는 Monsters Dive(몬스터즈 다이브)가 대표적이다. 몬스터즈 다이브는 2011년 기타리스트 김상완을 주축으로 결성한 밴드. 2018년 어렵사리 EP <Neonate>를 발매한 후 존재감을 쌓아가 2020년 텀블벅 펀딩의 도움을 받아 데뷔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초장부터 무반주로 강렬한 외침을 쏟아내는 ‘Venom’부터 서정적인 반주 위에 작은 희망을 얹어낸 마지막 트랙 ‘My Universe’까지. Synsnake(신스네이크)의 Serah(세라)가 매끈하고 창쾌한 보컬을 보탠 ‘Trauma’부터 간주 이후 래퍼 Hunger Noma(헝거 노마)가 인상적인 랩을 쏟아낸 ‘Hell Is Other People’까지. 다채로운 아이디어와 사운드가 총천연색의 강렬함을 뽐내는 몬스터즈 다이브의 이 앨범은 전통적인 헤비메탈이나 메탈코어를 듣는 것과 또 다른 매력이 넘쳐난다. 

몬스터즈 다이브 ‘My Universe’ 뮤직비디오

몬스터즈 다이브 인스타그램

 

최우수 팝 부문 | Red Velvet

대중의 이목이 쏠리는 팝 부문의 경우 인기와 차트 성적은 물론 그 음악성에서도 기존 후보 못지않은 좋은 평가를 받았던 BLACKPINK(블랙핑크)나 Red Velvet(레드벨벳)의 후보 미진입이 두고두고 아쉬울 수 있다. 그중에서도 2019년 12월 발매한 레드벨벳의 정규앨범 <‘The ReVe Festival’ Finale> 타이틀 ‘Psycho’는 여러모로 미련을 남기는 곡. 발매 이후 곧장 일어난 멤버의 부상으로 그룹이 정상적인 활동을 이어나갈 수 없었고, 2020년에는 또 다른 멤버의 음악 외적인 구설수로 다소 빛이 바래기는 했다. 하지만 ‘Psycho’의 매력은 지난 시상식에서 수상하거나 노미네이트 된 노래 ‘러시안 룰렛(Russian Roulette)’(2016), ‘빨간 맛(Red Flavor)’(2017) 못지않으며, 그 세련미 역시 2집 <Perfect Velvet - The 2nd Album>(2017)이나 노래 ‘Bad Boy’(2018)에 뒤지지 않는다. 모든 코러스 파트가 훅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쉼 없는 멜로디의 매력, 한껏 노련하게 다듬어진 레드벨벳표 사운드의 완성도, 환상적이고 우아하면서도 현실로부터 완전히 동떨어지지 않은 콘셉트와 안무 등이 팬심을 넘어 만족감을 주는 노래다.

레드벨벳 ‘Psycho’ 뮤직비디오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부문 | Wona

비록 수상은 못 했지만 앞선 ‘2020 한국대중음악상’ 댄스&일렉트로닉 부문 후보 Net Gala(넷 갈라)의 <re:FLEX*ion>은 해당 장르 분야 2019년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였다. 그러한 넷 갈라의 앨범을 내놓은 레이블 NBDKNW(노바디노즈)에서 지난해 내놓은 야심작이 바로 신인 Wona(워나)의 데뷔 앨범 <Thanatoid Butterfly>. 대중음악사 가장 독특하고도, 독보적인 뮤지션 중 하나인 비요크(Björk)의 아트워크와 패션을 담당했던 제스 켄다(Jess Kenda)나 자수 아티스트 제임스 메리(James Merry)의 작업을 연상하게 하는 기이한 데칼코마니 형태의 앨범 재킷부터 심상치 않다. 테크노의 기운과 트립합의 정서를 기반으로 다크 앰비언트(dark ambient)나 일비언트(illbient)에 가까운 서늘하고 섬뜩한 소리를 들려주는 음악은 또 어떨까? 분명히 친절한 음악은 아니지만, 그것이 선사하는 강렬한 경험과 정서는 2020년의 음악 중 단연 최고 수준이라 자부한다. 게다가 흑백의 화면과 컬트적인 소재, 로컬의 배경과 현대 안무가 어우러진 뮤직비디오를 보고나면 궁금증은 더욱더 깊어진다.

워나 ‘Lament’ 뮤직비디오

워나 인스타그램

 

최우수 랩&힙합 부문 | 김심야

2019년 인디포스트가 XXX를 만났을 때, 각자 솔로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던 김심야와 FRNK(프랭크)는 준비 중인 그것이 사랑 노래라고 했다.(인터뷰 기사) 김심야는 그 전부터 대중성 있는 음악에 관해 꾸준히 말해오기도 했다. 2020년 말, 그렇게 <Dog>가 발매됐다. 일찌감치 반전을 예상한 사람들의 예상이나 기대처럼 말랑말랑한 사랑 노래나 쉬운 노래는 전혀 아니었다. 여전히 신선하고 실험적인 비트, 반대로 더욱 짧고 가볍게 메시지를 흩뿌린 압축적인 랩 방식, CL(씨엘)과 Rad Museum(라드 뮤지엄) 등 뜻밖의 피처링진의 가세로 오히려 신선함이 더해졌다. 다만 세계를 겨냥했던 공격적인 태도가 내면을 향함으로써 그 의미를 숨겨 두었던 이전과 전혀 다른 의미로 가사를 꼽씹게 된다. 어쩌면 그가 말한 대중성은 단지 기존의 대중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대중과 치열하게 소통하는 데 있는 게 아닐까?

김심야 ‘Butting on the Glass’ 뮤직비디오

김심야 인스타그램

 

최우수 알앤비&소울 부문 | SUMIN

앞선 빌리카터나 김심야처럼 SUMIN(수민) 역시 한국대중음악상 후보 유경험자다. 2019년과 2020년에 2년 연속으로 최우수 알앤비&소울 부문에 노래와 음반이 모두 오른 적 있으며, 데뷔작 <Your Home>(2018)의 타이틀 ‘너네 집 (Feat. Xin Seha)’으로 수상까지 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멈추지 않았다. 단지 알앤비와 소울만이 아니라 전자음악 소스와 팝적인 감각, 음악의 비주얼라이징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영역을 넓힌 수민은 ‘Neo K-Pop’ 아티스트라는 다소 도전적이고 발칙한 수식이 부끄럽지 않을 감각을 선보이며 떠오르는 대세가 되고 있다. 2020년 발매한 EP <XX,>, 그중에서도 타이틀곡 ‘불켜(TURNON)’은 그런 수민의 감각을 숨기지 않고 한껏 뽐내는 노래다. 미니멀한 비트와 키치한 가사 실험이 은은하게 흔들리는 촛불처럼 공존하고, 얼터너티브 알앤비에서 과감한 일렉트로닉으로 변화하는 진행이 뜨거운 폭염처럼 폭주한다.

수민 ‘불켜’ 뮤직비디오

수민 인스타그램

 

최우수 포크 부문 | 예람

2020년, 자신의 첫 정규앨범 <성> 제작을 위해 펀딩 페이지를 공개하며, 예람은 자신을 ‘‘함께 사는 삶’에 대해 고민하고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더불어 ‘추운 이야기를 쓰고, 나누면서 따뜻해지길 꿈꾼다’고 했다. 그가 들려주는 포크 음악에 잘 어울리는 이 두 문장은 어쩌면 우리가 음악과 예술에 기대하는 전부가 아닐까? 다행히 예람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다. 2017년 데뷔 EP <새벽항해>를 내놓으며 세상에 나타난 그는 무대만이 아니라 젠트리피케이션 현장이나 성주 소성리 연대 활동에 늘 함께였다. 음악과 생을 동일시하는 그이기에 그렇게 발표한 <성> 역시 반드시 누구나 함께해야 할 주제와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스스로 밝혔듯 ‘성’은 곧 성(castle)이기도 하고, 성(gender)이기도 하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이 쌓지 않은 성에 갇혀 때때로 고난과 역경을 겪고, 때때로 슬픔과 외로움을 느낀다. 그러나 예람은 주저앉지 않고 성문을 지나고, 바다를 넘어간다. 그리고 우리에게 동참을 촉구한다. 차가운 현실을 따뜻한 목소리와 풍성한 은유로 그리는 자신의 음악과 ‘함께’ 하자고.

예람 ‘성’ 뮤직비디오

예람 인스타그램

 

최우수 재즈 부문 | 하인애

국내 재즈 신의 수요 확장은 아직 요원한 반면에 훌륭한 재즈 뮤지션은 끊임없이 나타난다. 이번 ‘2021 한국대중음악상’만 봐도 그렇다. 다른 부문과 달리 재즈&크로스오버 부문에는 올해의 신인 부문에 오른 서보경을 비롯해 김수경, 크로스오버 부문의 배가영 등 새로운 얼굴이 다수 포함되었다. 훌륭한 데뷔 앨범을 발표했으나 후보에 들지 못한 유하영, 이승은, 이하림, 임수원 등도 있다. 색소포니스트 서보경을 제외하고, 전부 여성 재즈 피아니스트들이다. 물론 하인애는 신인도, 피아니스트도 아니다. 보컬리스트이자 어엿한 2집 가수다. 그러나 독특한 음색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과감히 드러낸 정규 데뷔작 <Walk with Me>(2018)에서와 달리 보컬을 절제하고,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오르기도 한) 조윤성의 피아노 등 연주자들의 역량을 극대화한 2집 <In My Window>(2020)는 마치 노련한 신인을 보는 것과 같은 반가움과 만족감으로 충만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마냥 뒤로 물러난 것만은 아니다. 직접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은 섬세한 악곡은 마치 수록곡 제목의 이미지를 묘사하듯 아름다움과 구체성이 뚜렷하고, 서정적인 음악과 쌍을 이루어 별도 화폭에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들은 재즈 연주가 선사하는 감상의 폭을 한껏 높인다. 이에 더해 MC 메타 등 타 장르 아티스트와 협업하거나 직접 프로듀싱과 보컬을 맡는 등 그의 다재다능한 솜씨를 확인할 수 있는 한 해였다.

하인애 ‘In My Window’ 뮤직비디오

하인애 인스타그램

 

최우수 크로스오버 부문 | 심은용

잠비나이 활동으로 한국 대중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연주자 김보미, 심은용은 2019, 2020년 연이어 개인 앨범을 발표했다. 해금 연주자 김보미의 선택이 전통 해금 산조 앨범이었다면, 심은용의 선택은 현대 미술과의 협업을 꾀한 크로스오버 앨범 <잔영(殘影)>(2020)이었다. 독일에 사는 회화 작가 김현수와 함께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미술 / 미술에서 영감을 받은 음악’, ‘보이는 음악 / 들리는 그림’을 주제로 2년 동안 소통한 결과물이다. 잠비나이 내에서도 과감한 주법과 혁신적인 퍼포먼스로 선율과 리듬 파트를 오가며 존재감을 뽐낸 그이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팀으로부터 독립한 만큼 더욱더 자유분방한 기지를 발휘하며 앨범의 메시지를 농밀하게 전하고 있다. 곡 중간에 김현수가 그림을 그리는 소리를 직접 삽입한 ‘Motion’, 니어 이스트 쿼텟 활동 등으로 한국대중음악상에 자주 이름을 올린 손성제가 색소폰으로, 전방위로 활약하는 전자음악가 하임(haihm)이 함께 기묘한 앙상블을 이루는 ‘독소 (Intoxication)’, 처연한 슬픔과 기괴한 공포감이 공존함으로써 성폭력 피해자들의 시각을 그리는 ‘어느 잔혹한 동화(An Eerie Tale)’ 등 <잔영(殘影)>이 만들어내는 음악에는 한계가 없어 보인다. 제한된 편성과 러닝타임, 정서에 충실한 연출을 통해 그저 난해한 순수음악으로 남지 않은 영리함도 돋보인다. 이날치, 추다혜차지스의 선전이 대중음악 내 국악의 가능성을 한층 더 다양하게 보여준 가운데 이 앨범 또한 자기 역할을 보란 듯이 해냈다.

심은용 ‘Motion’ 무대 영상

심은용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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