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는 가짜다. 그것이 결코 현실이 아님을 알기에 우리는 영화든 게임이든 호러 장르가 선사하는 스릴과 쾌락을 즐길 수 있다. 기왕에 즐기는 가상의 공포다 보니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더욱더 자극적이고 새로운 스릴을 원한다. 그리고 그런 기대에 발맞추어 호러도 무궁무진하게 진화 중이다. 근래 회자한 신개념 호러 명작들을 소개한다. 공포에도 신선함과 창의성이 존재함을 새삼 알게 될 거다.

* 출시일순

 

생존, 오로지 생존!

<리마더드: 고통받는 아버지들>, 2018년 1월 30일 출시

호러 게임 대부분의 목표는 주인공의 생존이다. 우리는 주인공이 결국 곤경에 처할 것을 알면서도, 이를 막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그리고 바로 이 생존에 집중할 수 있게만 한다면 플레이어는 별다른 의심 없이 게임 속에 빠져든다.

3인칭 호러 게임 <리마더드: 고통받는 아버지들(Remothered: Tormented Fathers)>은 이와 같은 호러 게임 대원칙에 충실하다. 비록 스토리는 난해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생존 방식이 한정되지 않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순간순간 소름을 돋게 하는 공포영화 같은 장면들로 특별함을 인정받았다. 제작사의 데뷔작임에도 '2017년 올해의 인디게임상'을 받은 수작으로, 3부작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으로 기획되었다.

스토리는 주인공인 의사 '로즈마리 리드'가 한 가문의 저택에 발을 들이면서 끔찍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게임의 장점은 생존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 주변의 지형지물을 활용한 갖가지 잠입과 도망이 가능해 현실적인 공포와 긴장감을 유발한다. 아케이드적 요소인 '체력 바'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아 자신의 몸을 관찰해 체력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는 점, 고퀄리티의 사운드 효과와 OST를 갖춘 점도 이 게임이 마련한 공포에 효과적으로 몰입하게 하는 장치다.

 

무의식에 접속하라!

<트랜스퍼런스> 2018년 9월 18일 출시

공포의 대상이나 분위기가 꼭 현실일 필요는 없다. 그것이 실재 가능한 환상이라면 이야기는 얼마든지 자유로워질 수 있고, 더욱더 공포스러워질 수 있다.

<트랜스퍼런스(Transference)>는 실사 화면이 녹아 든 실감나는 그래픽과 개인의 무의식을 배경에 둔 플레이 연출로 마치 실제 상황과 같은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 호평을 받았다. 플레이어는 현실과 무의식이 뒤섞인 미로와 같은 공간을 탈출하는 게 목표다. VR로 플레이하면 게임 설정에 더욱더 몰입할 수 있다. <레이맨>,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로 유명한 유럽 최대 게임 제작사 유비소프트(UBISOFT)의 신작.

제목인 '트랜스퍼런스'는 '전이'라는 뜻의 정신분석학 용어다. 어렸을 때 경험했던 사고나 행동 유형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을 의미한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무의식은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등장하는 세 인물(아버지 '레이몬드 헤이스'와 아내 '캐서린', 아들 '벤자민') 각 사람의 무의식에 따라 똑같은 집이 게임에서 전혀 다른 공간으로 나타나는 방식을 취한다.

직접 플레이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발견하게 될 거다. 마치 현실인 듯 현실 같지 않은 게임의 이야기 속에 정신없이 몰입해서 뭔가를 찾고 있는 자신을. 그러니 조금 어지러워도 꼭 VR로 플레이 하시라.

 

회사에 취직해, 마녀를 잡아라!

<여피 사이코> 2019년 4월 25일 출시

출시되자마자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수많은 유튜버들의 플레이 영상을 낳은 게임이다. 호러 게임 명작으로 꼽히는 잔혹동화 <루카노르 백작>을 제작한 바로크 디케이(Baroque Decay)의 후속작. 앞서 <루카노르 백작>을 소지한 사람은 <여피 사이코(Yuppie Psycho)>의 데모 버전을 플레이 할 수 있었으며, 정식 버전 출시 이후에는 25%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이 게임이 인기를 끈 것은 그와 같은 마케팅 덕은 아니었다.

<여피 사이코>는 신선한 설정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탄탄한 스토리 전개가 무척 인상적인 작품이다. 설정은 이렇다. 주인공 '브라이언 패스터낵'이 우연히 입사하게 된 세계적인 기업 첫 출근 날 괴상한 사건에 휘말리고, 심지어 “마녀를 잡으라.”는 특명까지 받게 되는 것. 호러 판타지 설정과 지금과도 딱히 다르지 않은 1990년대 도시풍 무대가 교묘하게 어우러진다.

제목의 '여피(young urban professionals)'는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도시의 빌딩에서, 그리고 보수적인 기업 문화에서 일했던 젊은 지식노동자들을 일컫는 말로, 회사 건물 안에서 펼쳐지는 이 게임의 전반적인 배경을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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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실패하고도 여전히 사랑을 믿는 사람. 나를 어리석게 하는 모든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것들의 총체가 곧 나임을 믿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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