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 한낮,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학교 정문 앞
세월이 무상하다지만, 30년 만에 공개된 사진 한 장에선 뚜렷한 세월이 느껴지지 않는다. 모교 앞에서 집회를 하던 22살의 대학생이 경찰의 폭력으로 사망한 당시를 담은 일련의 사진들은 잘 보존된 선명한 색과 형태는 물론 세련된 화면 구성도 보여준다. 사진은 역사적 아이콘으로 남은 이한열 열사의 이미지를 보다 가까이 끌어당기고, 세월 사이의 거리가 실제로 좁혀진 듯한 효과마저 낳는다. 사진의 힘일까, 시간이 흘러도 크게 변하지 않은 세상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