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가와쿠보. 아마 우리는 그의 이름보단 그의 브랜드인 꼼 데 가르송을 더 친숙하게 느낄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견고하게 형성된 신비롭고 독특한 세계관은 많은 디자이너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그는 최초 촬영 후 화상 속 피사체가 흐릿해질 때까지 다른 카메라로 다시 현상물을 찍는다. 이렇게 몇 번의 동일한 작업을 반복함으로써 작품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관객과 소통한다.
사진의 힘이 흐르는 순간을 포착해 정지시키는 데에 있다면, 영화는 여러 순간의 인과관계를 포함한 연속적 서사를 연출하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장면으로써 대화를 시도하는 의도는 같다. 그만큼 사진과 영화의 관계는 긴밀하다.
2019년, 발렌시아가의 선택을 받은 로버트 야거. 앵글을 꽉 채운 경직된 모델들과 빛바랜 모노톤은 이전 발렌시아가 캠페인들과 확연히 다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그의 독특한 이력과 개성은 진입 장벽 높은 하이패션계에 신선한 영감으로 다가왔다.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는 패션계의 이단아 혹은 혁명가라 불리며 전 세계 패션애호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비록 그는 현재 종적을 감추어 버렸지만, 과거의 그가 보여준 독특한 행보는 기존의 패션계가 고수하던 스타일과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추구함으로써 늘 새로운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스웨덴의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는 81세의 나이로 사망하기 전, 사후 20년 동안 자신의 작품을 봉인해 달라는 의미심장한 유언을 남긴다. 그가 동시대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 단정했던 건, 여성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어려운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가 그 근원이었다.
그는 소비에트 정권 아래 낙오자란 오명 안에 갇힌 이들에게 ‘유로지비’ 라는 이름을 부여한다. 바보 성자, 즉 겉보기엔 미천하지만 실제로는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보고 보고 듣는 지혜자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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