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수 Writer

ukiyoe

야마시타 기요시, 여름밤 불꽃놀이

특히 일본에서 불꽃놀이는 여름의 풍물이다. 더위가 한창인 7, 8월이 되면 일본 곳곳에서 불꽃놀이가 열린다. 화가 야마시타 기요시는 그런 일본의 여름밤을 화폭에 담았다. 찰나 동안 빛을 내뿜는 국화 모양의 불꽃, 불꽃이 수면에 비친 모습과 그것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머리와 몸 위로 살짝 빛이 비친 모습까지 매우 섬세하게 구현된 연작이 야마시타 기요시를 ‘불꽃놀이의 화가’로 불리게 한 대표작이다.

photography

6월 9일 한낮,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학교 정문 앞

세월이 무상하다지만, 30년 만에 공개된 사진 한 장에선 뚜렷한 세월이 느껴지지 않는다. 모교 앞에서 집회를 하던 22살의 대학생이 경찰의 폭력으로 사망한 당시를 담은 일련의 사진들은 잘 보존된 선명한 색과 형태는 물론 세련된 화면 구성도 보여준다. 사진은 역사적 아이콘으로 남은 이한열 열사의 이미지를 보다 가까이 끌어당기고, 세월 사이의 거리가 실제로 좁혀진 듯한 효과마저 낳는다. 사진의 힘일까, 시간이 흘러도 크게 변하지 않은 세상 탓일까.

game

게임 <모뉴먼트 밸리>에 영감을 준 이미지들

<모뉴먼트 밸리 1>이 한 소녀의 이야기였다면, <모뉴먼트 밸리 2>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고요하고도 환상적인 게임의 분위기, 사물의 질감을 구현하는 청각 경험, 간단한 화면 터치로 캐릭터나 구조물의 반응과 동작·변형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터렉션 디자인은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았다. 출시한 2014년에 까다로운 애플의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한 <모뉴먼트 밸리>가 어떤 시각 이미지의 영향을 받았는지 살펴보자.

aqua

프리다이빙, 한 마리 돌고래처럼

프리다이빙은 스쿠버 탱크 없이 수면에서 충분히 호흡한 후 숨을 참고 자신이 견딜 수 있는 만큼 깊이 들어갔다가 돌아오는 스포츠다. 익스트림 스포츠로 분류되고, 많은 사람이 더 깊은 바다에 닿으려다 세상을 떠난다. 바닷속으로 빠져들며 점차 죽음과 가까워지는 다이버들의 얼굴에 떠오른 평안함은 스포츠 그 이상의 숭고함에 대한 감각을 선사한다. 여전히 이 지구는 얼마나 거대한가.

magazine

여행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잡지들

혼란스러운 예비 여행자들도, 베테랑 여행자들도 감탄하는 여행 매거진과 무크지를 소개한다. 개별적인 정보들의 단순한 조합보다, 잡지가 지향하는 감성적 흐름과 주제 속에서 일관된 스타일을 보여주는 책들이다. 우리가 여행지에서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미리 보여주고 소개하는 본연의 임무는 물론, 그 자체로도 한 권의 책으로서 훌륭한 완성도를 지니고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지금 한국의 젊은 여행자들이 원하는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food & drink

중국 음식을 먹는 시간

중식은 한국인의 외식문화에서 큰 지분을 차지한다. 어느새 대만식 만둣집, 양꼬치 전문점, 홍콩식 딤섬 가게, 훠궈나 마라 요리 전문점까지, 현지의 맛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중식당이 다양해졌다. 이렇게 요리와 문화를 경험하는 가운데 중식 요리를 다룬 이미지들을 보면, 더욱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당장 식당으로 달려가라고 우리를 부추기거나, 저건 꼭 먹어봐야지 다짐하게 하거나, 그림의 떡처럼 아름답고 혹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몇 가지 장면들을 소개한다.

thriller

웰컴 백 투 '트윈 픽스'

<트윈 픽스(Twin Peaks)>는 1990년부터 1년 동안 방영된 미국의 30부작 드라마다. 작은 마을에서 한 소녀가 시체로 발견되고, 이를 둘러싸고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난다는 내용이다. 이 시리즈의 감독은 바로 영화감독 데이빗 린치고, 무려 25년이 지난 2017년 5월, 그 후속 시즌이 공개되기도 했다. 30년 전의 트윈 픽스를 슬쩍 돌아본다.

campaign

경고: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

2016년 12월부터 담뱃갑에 경고 이미지가 삽입되었다. 어떤 행위의 위험성을 상기하기 위해 특정 이미지가 동원된다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다. 사회에 경각심을 일으키려 이토록 구체적인 혐오의 이미지를 법적으로 동원한 사례를 이 외에도 찾을 수 있을까? 이 사진들은 연출일까, 실제일까? 이 강렬한 이미지들은 우리에게 그 이면에 숨은 의미들에 대한 궁금증을 수없이 불러일으킨다.

poster

이미지 정치: 누구를 고르시겠습니까?

‘장미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4월 말이다. 선거 공보가 속속 유권자들의 집에 도착하고, 거리에는 후보들의 포스터가 게시되었다. TV와 온라인 매체에서는 대선 후보들의 광고를 방영하고, 대선 후보 토론회는 연일 새로운 이슈를 쏟아내며 화제를 모은다. 광고와 포스터, 공보 책자의 만듦새는 물론 대선주자들의 패션과 헤어스타일, 메이크업에도 관심이 뜨겁다. 바야흐로 이미지의 시대다.

photography

여전히 행복한가요? 사진가 김옥선

여성 사진가로서 김옥선만큼 꾸준한 관심을 받아온 작가는 드물다. 그의 작품은 마치 집과 모델을 일시적으로 사진관에 옮겨놓고 셔터를 누른 것 같다. 거기에는 미묘한 껄끄러움, 부대낌, 어긋남과 불편함 같은 것들이 만들어내는 드라마가 있다.

north korea

북한,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때때로 ‘한반도 위기설’이 찾아와야 비로소 분단국가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곤 한다. 우리는 북한 젊은 통수권자의 외모, 격앙한 북한 공영방송 아나운서의 목소리 같은 것들을 익히 알고 있다. 지금 보는 북한의 이미지들은 남한에서는 전쟁, 전체주의, 폭력, 독재처럼 이미 과거가 된 것만 같은 어떤 기억들을 현재로 소환하는 매개다. 북한은 쉬운 농담이고, 조악한 이미지다. 하지만 동시에 북한은 한국의 어두운 과거, 어디엔가 도사린 공포이자 현재 진행형의 불안이다.

family

할머니는 손녀의 미래다

“할머니”라는 말이 자연적으로 의미하는 듯한 감상들, 말하자면 시골에 거주하는 희생적이고 온화한 늙은 여성 같은 표상이나 반대로, 보글보글한 파마머리에 드세고 억척스러운 여성으로 지칭하는 것은 이제 낡은 것처럼 보인다. 다양한 할머니들을 그만큼이나 다양한 방식으로 손주들이 기억하고, 함께 만들어 간다. 조금이라도 이 순간을 함께 하고 싶어서. 효심 때문이 아니라, 꼭 애정 때문도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가 이렇게나 많고 넓으므로.

book

<유물즈>, 좋은 건 같이 보고 싶어서

김서울이 쓰고 김은하가 디자인한 책 <유물즈>는 개인이 역사적, 심미적 가치를 지닌 ‘유물’을 감상하는 독특한 방식을 ‘유물즈’라는 이름으로 장르화한 책이다. 시종 유쾌하고 격의 없는 평이 유물 사진에 덧붙여지는 책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자연히 ‘덕력’이 느껴진다. <유물즈>를 읽고 나면, 어느샌가 박물관의 예쁘고 못생긴 그릇이나 불상들 사이에서 누군가와 깔깔 웃고 있을지 모른다.

lgbtq

2017년의 서울과 드래그 퀸(Drag Queen)

변신이나 변장은 언제나 사람들을 매혹한다. 그런 의미에서 드래그는 재미있는 정체성의 놀이이기도 하다. 드래그 퀸은 사회 속에서 ‘여성’이라고 부르는 문화의 조각들을 단순히 가져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성’에 대한 자기 생각과 느낌을 드래그에 반영한다. 거기에는 자신이 살아온 문화, 사회적 환경, 자신의 의식이 담겨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드래그의 독창적인 아름다움과 개성 등은 여타 예술 장르나 시각문화에도 여러모로 영향을 끼쳤다.

fashion

진화하는 패션 필름의 세계

패션 필름(Fashion Film)은 패션 브랜드와 기업이 제품 광고를 목적으로 만드는 짧은 영상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패션 필름은 지금 무엇이 가장 인기 있고, 세련된 것인지를 짧은 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패션쇼 백스테이지의 모델 메이크업 동영상부터 스타들의 인터뷰, 유명 예술가와 협업한 단편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패션 필름의 세계를 소개한다.

illustration

오브리 비어즐리와 혼란 속의 살로메

세기말의 혼란이 가득한 영국 빅토리아 시대 말기. 오브리 비어즐리는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의 삽화를 그렸다. 가느다랗고 장식적인 선, 검은색과 흰색의 극적인 대비, 과감한 패턴, 노골적인 성적 묘사로 활동 당시 수많은 반향과 잡음을 함께 일으켰다. 안타깝게도 25세에 요절하고 말았지만, 그의 삽화들은 아직도 어둡고 불가사의한 정서 속으로 보는 이들을 이끈다. 도회적 세련미가 넘치는 오브리 비어즐리의 그림은 여전히 사진보다 생생하다.

illustration

일러스트레이터 이일주, 피바람이 부는 와일드 월드

이일주 그림의 주된 테마는 폭력이다. 낙서처럼 보이기도 하면서 강박적일 만큼 디테일한 묘사가 돋보이는 날카로운 정서는 우리 안에 눅진하고 검은 타르처럼 엉겨 붙은 감정을 쿡쿡 찌른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세상의 악에 대한 대체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누군가를 찌르고 싶다는 기분을 느껴본” 적 있다면, 대신 자신의 그림을 보라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부디, 직접 찌르지는 말라는 말. 꼭 내 안의 잔인함을 엿보기라도 한 듯 그는 묵묵히 피가 튀기는 장면들을 부지런히 그려낸다.

fantasy

<스티븐 유니버스>가 그리는, 있는 그대로 완벽한 세계

1989년생 여성이자, 커밍아웃한 성 소수자며, K-Pop과 일본 만화 팬인 리베카 슈거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스티븐 유니버스>가 주는 메시지는 “너는 있는 그대로 완벽하다”는 것이다. 판타지로 가득하지만, 결국 그 세계에 현재진행형으로 억압받는 소수자들을 전면으로 내세우며 인종, 성별, 계급 차별에 투쟁한다. 존중과 자기 긍정의 메시지를 사랑으로 감싸 능란하게 펼치는 <스티븐 유니버스>는 지금 이 시점에 꼽을 수 있는 가장 혁신적인 애니메이션 중 하나다.

photography

래리 클락이 보고하는 젊음의 어떤 장면들

집 앞마당에서 부모가 아이들을 때려도 아무 일 일어나지 않던 미국의 소도시 털사에서 나고 자란 래리 클락. 소도시 10대들의 불우한 삶을 10년 동안 여과 없이 담아낸 사진집 <털사(Tulsa)>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유스컬쳐’의 거장으로 불리는 사진가이자 영화감독 래리 클락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자.

video art

미술관에 간 슈퍼 마리오

<포켓몬 고>는 ‘어떻게 하면 한 사람을 밖으로 나가게 할 수 있을까?'를 과제이자 목표로 삼아 만든 게임이다. 이처럼 사용자와 서비스 사이 상호작용을 다루는 인터렉션 디자인은 특히 게임 분야에서 빛을 발한다. 2012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 14점의 비디오 게임을 소장하기로 했을 때 비평가들은 왈가왈부했지만, 정작 게임을 즐기는 일반 사람들은 기꺼워했다. 이것은 대중들이 고급한 예술과 저급한 예술의 구분에 무심한 결과일까? 아니면 이미 많은 이가 이 게임들을 훌륭한 디자인의 결과물로 간주하고 있다는 뜻일까?

illustration

이가 시리도록 달콤한 앤디 워홀의 일러스트레이션

패션과 문화, 돈과 명성의 중심지 뉴욕에서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로 커리어를 시작한 앤디 워홀. 팝 아트의 선구자가 되기 전, 처음 세상을 향해 발을 디딘 20대의 앤디 워홀은 어떤 모습일까. 정제되지 않은 욕망과 호기심, 흥미가 설탕처럼 흩뿌려져 반짝이는 그의 1950년대 일러스트레이션 책을 소개한다.

true story

그레이 가든스(Grey Gardens)의 두 이디스(Edith)

세기의 아이콘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고모와 사촌인 이디스 부비에 빌 모녀. ‘빅 이디’와 ‘리틀 이디’로 불리며 낡은 저택 그레이 가든스에서 생활한 이들의 삶을 단순히 쇠락한 명망가 여성의 비극으로만 볼 수는 없다.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영감의 원천이 된 두 이디스의 삶을 조명한다.

tv animation

솜사탕처럼 달콤한 “바바파파 요—술!”

동그란 눈과 속눈썹, 웃는 입에 두루뭉술한 분홍색 몸을 한 바바파파는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차이와 평등, 조화의 가치를 전달하는 바바파파의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친절한 세계를 구경하자.

painting

모험가, 화가 최욱경

1970년대, 거대한 캔버스 앞에서 고독한 사투를 벌이다 45세에 요절한 화가 최욱경. 그가 성취한 예술 세계와 여성예술가로서의 선구적 위상을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