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edetta Ristori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활동하는 사진가다. 그는 쇠락해가는 것, 사라진 것과 텅 빈 곳에 애정을 갖고 이를 탐구한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한 프로젝트 <East> 역시 이러한 관심에서 비롯했다. <East>는 2차 세계 대전 후 소련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던 유럽 국가들을 새로이 조명하는 작업이다. Benedetta Ristori는 냉전 시대 발칸반도와 동유럽에 지어진 건축물에서 강한 인상을 받는다. 이후 그는 동유럽과 그 땅에 뿌리내린 이들의 삶을 똑바로 바라보기로 하고, 작업을 위한 여행을 떠난다.

그는 불가리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알바니아, 몬테네그로, 루마니아, 몰도바, 트란스니스트리아를 돌며 사진을 찍었다. 이 여정에서 사진가는 허물어지는 사회주의의 표면, 그리고 이와 대조적으로 생동감 넘치는 사람들과 문화를 동시에 목격한다. <East> 시리즈의 사진을 보자. 과거가 할퀸 흉터가 명백히 남아 있지만, 현재를 사는 사람이 일군 변화와 회복의 가능성 역시 분명히 숨 쉰다.

이 시리즈에서 도드라지는 이미지는, 냉랭하고 건조하지만 눈이 시릴 정도로 강렬한 자연. <East> 시리즈 속 사진들에 이런 풍경이 담기게 된 건 자연스러웠다. Benedetta Ristori는 역사적 건축물에 특히 관심을 가졌는데, 이들 중 대다수가 비일상적인 풍경 안에 지어졌기 때문이다.

유고슬라비아 전역에 세워진 ‘스포메닉(Spomeniks)’ 중 하나. 스포메닉은 티토(Tito)가 유고슬라비아를 이끌 당시, 2차 세계 대전 희생자를 기리며 세운 기념비를 말한다

또한 사진가는 도시를 찍을 때조차 자연 요소를 집어넣으려고 노력했다. 그 나라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어서였다. 이렇게 찍은 사진들에는 묘한 아름다움마저 느껴진다. 빛과 색깔, 공기가 빚어낸 결과다.

사진가는 이 프로젝트로써 지금껏 많은 이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동유럽을 제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더불어 그는 작업을 통해 동유럽과 서유럽의 문화적 구성 요소가 근본적으로 비슷하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East> 프로젝트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종이책으로 출판되었는데, 이는 유럽 국가뿐 아니라 호주,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구조에서 비롯한 상처, 그렇지만 결국 이어지고야 마는 삶, 그 위에서 피어오르는 문화를 직시하게 하는 사진에 국적은 필요 없다.

Benedetta Ristori는 <East> 외에도 오래 들여다볼 만한 프로젝트를 여럿 진행했다. 시대가 지나간 흔적을 담는 사진들을 그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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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edetta Ristori
참고 자료
Poplettas 인터뷰: <IN CONVERSATION WITH: BENEDETTA RISTORI>, MARGHERITA VISENTINI, 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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