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 유독 꺼내 듣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제목이, 가사가, 뮤직비디오가 하얀 눈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들을 소개한다.

 

위아더나잇 ‘눈이 오는 날’

‘별, 불, 밤’, ‘티라미수 케익’ 등 그동안 통통 튀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사랑받은 밴드 위아더나잇(We Are The Night)이 이번에는 신시사이저를 최대한 절제한 발라드풍의 싱글 ‘눈이 오는 날’로 돌아왔다. 이는 2013년 데모가 완성된 이후 5년 만에 나온 곡. 보컬 함병선이 눈이 내리는 날 창밖을 보며 들었던 기분을 담았다. 여기에 편안한 어쿠스틱 사운드,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이 어우러져 포근한 감상을 안긴다. 아이슬란드에서 직접 촬영한 뮤직비디오도 반갑다. 거친 질감의 화면에 담아낸 겨울의 조각들이 “따듯한 동시에 외로운 기분이 드는 곡”이라는 멤버들의 설명을 잘 대변한다.

 

오존 ‘Thoms Piano’

오존(O3ohn)은 ‘신세하 앤 더 타운’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했고, 2016년 10월 데뷔 EP <[O]>를 발표하며 솔로로 나섰다. 지금껏 단 두 장의 EP를 발매한 신인 뮤지션의 행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리스너들과 업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두터운 지지를 모은 오존은 이제 신의 중심부에 묵직이 자리한 이름 가운데 하나가 됐다. 올해 1월 발표한 ‘Thoms Piano’는 지글거리는 인트로의 이펙트, 서서히 공간감을 넓혀 가는 신스 사운드, 중간중간 삽입한 플루트 등 다양한 악기들이 듣는 재미를 안기는 곡. 새가지 비디오(SEGAJI VIDEO)와 오존의 케미를 다시금 실감하게 하는 뮤직비디오는 대부분 서해바다에서 촬영됐다. 광활한 겨울 해변, 하얀 눈으로 둘러싸인 풍경이 리버브 걸린 오존의 몽환적인 보컬과 감각적으로 어우러진다.

 

시황 ‘설맹’

검정치마의 기타리스트이자 밴드 ‘고무동력기’의 리더 윤시황이 올해 3월 솔로 데뷔 싱글 <설맹>을 발표했다. 이 앨범에서는 고무동력기에서 보여준 음악 세계보다 한층 섬세하고 세련되게 정제된 그만의 감수성을 확인할 수 있다. ‘설맹’을 플레이하면 눈앞에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설경이 펼쳐진다. 짧은 드럼 인트로에 이은 일렉 기타 선율이 마치 햇살에 반짝이는 눈처럼 찰랑거린다. 오래된 흑백 비디오에서 채집한 겨울의 장면들도 시황의 감미로운 음색과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얼마 전 발표한 새 생글 <질투>에서도 한결같이 포근한 그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이랑 ‘임진강’

하얀 눈에 뒤덮인 임진강, 짧은 수화로 시작하는 뮤직비디오는 이내 이랑의 맑고 꾸밈없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임진강’(1957)은 월북 시인 박세영이 가사를 쓰고 고종한이 작곡한 노래다. 1968년 일본 포크 그룹 더 포크 크루세이더스(The Folk Crusaders)의 마츠야마 타케시가 일본어로 번안하며 유명해진 이 곡을 이랑이 편곡해 불렀다. 원곡에 첼로 선율을 가미한 ‘임진강’은 이랑의 여느 곡들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마음을 울리는 묵직한 힘을 지녔다. 분단의 아픔을 노래한 가사, 이를 표현한 수화는 더욱 절절하게 다가와 보는 이의 폐부를 깊숙이 찌른다. 눈 덮인 차가운 겨울이면 유난히 더 생각나는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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