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젊은 감독 마놀로 카로(Manolo Caro)의 신작 드라마 <꽃들의 집(La Casa De Las Flores)>이 2018년 8월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트위터를 통해 소위 ‘막장 가족 드라마’로 잘 알려진 이 블랙 코미디 시리즈는 오래도록 꽃집을 운영하며 명성을 쌓아온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겉보기에는 완벽하고 평화로운 꽃집처럼 보이지만, 그 안은 비밀스러운 문제들로 곪아 있다. 마치 움츠러들어 있던 꽃들이 만개하듯, 자극적이고 발칙한 사건들은 한순간도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된다.

<꽃들의 집> 예고편

어느 날 아버지의 오랜 정부가 갑자기 비밀을 폭로하고,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드라마가 시작된다. 그의 아내와 자식들은 존재조차 몰랐던 정부의 아이와 함께 지내게 되고, 이를 계기로 가족들을 둘러싸고 있던 수많은 문제가 하나둘씩 드러난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소위 비정상적이고 비규범적이라 일컬어지는 수많은 일들의 중심에 놓인다. 다소 억지스럽고 과장되게 느껴지는 설정과 스토리임에도 이 드라마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건, 그러한 말도 안 되게 비일관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이야기가 우리네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도 대부분 겉으로 괜찮은 척 하루를 살아가기에. 대개 우리는 속으로 크고 작은 문제들을 안은 채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문제를 극복해 나갈 뿐이다.

‘파울리나’ 역의 세실리아 수아레스(좌)와 ‘엘레나’ 역의 에이슬린 델베즈(우)
‘디에고’ 역의 후안 파블로 메디나(좌) ‘훌리안’ 역의 다리오 야스베크 베르날(우)

드라마를 보는 내내 스스로가 가진 편견과 선입견을 발견할 수도, 캐릭터들의 자극적이고 발칙한 대처에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본성과 욕망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꽃들의 집>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아무리 부당하고 참기 힘든 현실이라도, 결국 우리는 사랑하는 이들을 보호하고 용서해야 한다는 깨우침은 아닐까. 한 편당 30분 정도의 짧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어, 지하철을 타고 움직일 때나 잠깐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보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를 궁금해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말이다.

 

Writer

낭만주의적 관찰자. 하나의 위대한 걸작보다는 정성이 담긴 사소한 것들의 힘을 믿는다.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있으며, 종종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물건을 만든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간, 예술로 삶을 가득 채우고자 한다.
박재성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