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크(HONK)는 자신의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다. 동시에 그는 감각적인 드로잉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다른 뮤지션의 작사, 작곡에 참여한 한 멀티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장범준의 1집 앨범을 비롯해 문웅주의 EP <HIKI>, 임경동 감독의 단편영화 <나의 투쟁>의 영화음악 작업 등 여러 앨범에 참여했다.

홍크 1집 정규 <MONOSANDALOS> 앨범 커버

이렇듯 예술의 범주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그가 지난 11월 15일, 드디어 자신의 첫 정규 앨범 <MONOSANDALOS>를 내놓았다. 2016년의 첫 EP(<You Drink I Honk>)를 포함해 이미 4장의 EP를 발표했으니, 꽤 늦은 감이 있는 첫 정규다.

앨범 발매에 앞서 선공개한 싱글 ‘눈’ 뮤직비디오

잘 들리지 않는 가사에 집중하며 홍크의 음악을 곱씹어본다. 특유의 낮고 짙은 보컬, 나른하고 몽환적인 기타 톤, 모호하고 시적인 표현들로 채워진 노랫말이 모여 하나의 심상을 만들어낸다. 단번에 귀에 꽂히는 선명한 멜로디는 없지만, 그래서 앨범 속 내밀한 이야기에 더욱 집중해서 듣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그의 음악은 귀로 흘러들어 왔다가 끝내 마음에 박혀 깊은 공명을 만들어낸다.

작년 9월 발표한 EP <gaerong>의 수록곡 ‘남과 남은’ Live. 정규 앨범에는 리마스터링 버전의 음원으로 수록됐다
EP <gaerong> 수록곡 ‘어쩌면’ MV. 역시 리마스터링되어 정규 앨범에 수록됐다


어쩌면 아침 해를 등지는 게 무서워서
말을 아끼다
가끔은 자던 혀를 더듬어서
어울리는 단어를 고르자

- ‘어쩌면’ 가사 중

 

정규 1집 <MONOSANDALOS> 스페셜 EPK 영상


모난 말을 던져 생채기가 난
거울을 먼저 닦자

무거운 기분을 업고 놀자
취할 술도 없다만

- <MONOSANDALOS>에 수록한 ‘안자려고 안잔게 아니고’ 가사 중

 

단어 하나, 표현 하나 허투루 쓰는 법이 없는 섬세한 노랫말을 따라가다 보면, 곡을 썼던 당시 그의 감정 상태를 어렴풋이 더듬어볼 수 있다. 나른하고 멜랑콜리한 기운에 빠져들게 하는 사운드는 소프트 록과 슈게이징 사이의 어느 지점에 자리한다. 나른한 기타 톤, 낮고 블루지한 보컬, 미니멀한 비트로 구성된 그의 음악은 킹 크룰(King Krule)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불완전성과 섬세함, 의외의 전개가 안겨주는 유니크함이 이들의 음악에 공통으로 배어 있는 까닭이다.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인 ‘이아손’ 뮤직비디오.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신과 같은 존재에 괴로움과 불평을 토로하는 내용을 담았다

홍크는 다수의 EP 끝에 마침내 내놓은 첫 정규 앨범의 테마를 ‘모노산달로스’(MONOSANDALOS)로 정했다. 이는 ‘한쪽 신발만 신은 사람’을 뜻하는 말로, 그리스 신화의 영웅인 이아손이 변신한 헤라를 업고 강을 건너다 한쪽 신발을 잃어버린 일화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불안정한 마음을 업고 살아가는 우리 세대를 대변하기 좋은 이미지라 생각해서 정했다고 한다.

정규 앨범 마지막 트랙 ‘젖은 머리를 기대는 당신은’ Live
더아이콘티비 인터뷰 영상

이유 모를 불안함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이따금 밀려드는 우울한 감정들은 번번이 뜻 모를 내면으로 꼬꾸라진다. 그래서 홍크의 음악은 더욱 소중하다. 그의 말마따나, 억누르고 참고 있던 감정들을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수면 위로 끌어내 분출해보자.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지도 모른다.

ⓒ홍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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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출처- 홍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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