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엑스파일>(The X-Files)부터 최근의 <블랙 미러>(Black Mirror)까지 이어지는 SF 드라마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기원에 <트와일라잇 존>(Twilight Zone) 이 있다. 1959년부터 1964년까지 다섯 시즌에 걸쳐 미국 CBS에서 제작한 앤솔로지 드라마로, 괴생명체, 외계인, 유령 등 초자연적이고 불가사의한 현상을 다룬 156개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다. 어린 스티븐 킹과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 방송을 보면서 SF 작가와 SF 감독의 꿈을 키운, 말하자면 SF 팬들의 컬트 클래식으로 추앙되는 드라마였다.

긴장감을 높이는데 일조한 <트와일라잇 존>의 테마음악
재즈 아카펠라 그룹 맨하탄 트랜스퍼가 패러디하고 샘플링한 ‘Twilight Zone/Twilight Tone’(1979)

<트와일라잇 존>의 리부트 시리즈가 2019년을 목표로 제작된다는 소식이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제작자 겸 호스트였던 로드 설링(Rod Serling)의 자리를, 감독 데뷔작 <겟 아웃>(2017)으로 오스카 각본상을 수상한 조던 필(Jordan Peele)이 대신한다. CBS가 <트와일라잇 존>의 리부트 드라마를 기획하던 중, 최근 SF나 호러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조던 필 감독을 접촉하여 SF 컬트 클래식의 부활에 대한 열망을 확인한 것이다. 그의 ‘Monkeypaw Production’은 J.J.아브람스의 ‘Bad Robot Productions’와 함께 HBO 드라마 <Lovecraft Country>를 제작하고 있어서, 두 개의 중요한 컬트 클래식 리바이벌에 나서게 되었다.

조던 필 감독의 <트와일라잇 존> 공식 예고편

<트와일라잇 존>은 그동안 여러 차례 드라마나 영화로 리메이크되었다. 옴니버스 영화로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총감독을 맡은 <Twilight Zone – The Movie>(1983)이 있었고, 곧이어 제작된 리메이크 드라마(1985~1989)는 국내에서 <환상특급>이라는 제목으로 KBS2 채널에서 방송되어 인기를 끌었다. 두번째 리메이크 드라마(2002~2003)는 포레스트 휘테커가 호스트 역할을 맡았지만 기대만큼 인기를 끌지는 못하였다. SBS<어메이징 스토리>(1993)나 MBC<환상여행>(1996~1998), 일본 후지TV의 <기묘한 이야기> 등 모두 <트와일라잇 존>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Watchmojo.com’의 <Twilight Zone> 에피소드 Top 10

조던 필 감독은 처음에 호스트로 나서기를 주저했다. 근래에 오바마 대통령의 패러디 연기를 했던 코미디 배우라서 <트와일라잇 존>의 으스스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이끌어낼 내레이션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던 까닭이다. 리부트 시리즈라 천명한 만큼, 반세기 전의 오리지널 드라마나 과거의 리메이크 시리즈와는 완전히 다른 형식과 스타일로 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형식이 되든 <블랙 미러>와의 비교나 경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천부적인 스토리텔러로 호평받는 조던 필 감독이 얼마나 능력을 발휘하여 시대의 변화에 부응한 새로운 <트와일라잇 존>을 만들어낼지 기대해보자.

 

(메인 이미지 Via destructo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