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중심의 호칭 ‘애완동물’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우리는 이제 동물과 ‘함께’ 산다는 의미로 ‘컴패니언 애니멀(Companion Animal)’을 번역한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중 반려견은 오랜 시간 인류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덕분에 감동적인 일화가 유독 많이 전해진다. 2018년 개봉한 <베일리 어게인>을 포함해 반려견에 관한 근작 세 편을 모아봤다.

 

<베일리 어게인>

A Dog's Purpose | 2017 | 감독 라세 할스트롬 | 출연 조시 게드, 데니스 퀘이드

반려동물은 대부분 사람보다 한발 앞서 세상을 떠난다. 그래서일까.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가 있던 반려동물이 마중 나온다”라는 이야기는 사실과 무관하게 많은 반려인들의 심금을 울린다. <베일리 어게인>은 이러한 상상을 조금 더 발전시킨다. 먼저 떠나보낸 반려견이 이전 생의 기억을 지닌 채 환생 한다는 것.

영화 <베일리 어게인> 예고편

소년 ‘이든’과 함께 생을 누리다가 삶을 마감한 반려견 ‘베일리’. 이후 베일리는 뜻밖에 세 차례나 환생하며 네 명의 반려인과 네 번의 생을 살아간다. 본연의 기억을 간직한 수 차례의 환생 덕분에 베일리는 더욱 성장하고 인간과 가까워진다. 원작 소설의 작가 W. 브루스 카메론은 키우던 개를 잃고 힘들어하던 여자친구를 위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벨과 세바스찬>

Belle and Sebastien | 2014 | 감독 니콜라스 배니어 | 출연 펠릭스 보쉬, 체키 카료

록 밴드 벨 앤 세바스찬의 이름은 개와 소년의 우정을 그린 동명의 프랑스 동화 <벨과 세바스찬(Belle et Sébastien)>에서 유래했다. 1965년 프랑스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던 이 이야기는, <언터처블: 1%의 우정>(2011)을 만든 프랑스 제작사 고몽에 의해 2014년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벨과 세바스찬> 예고편

아름다운 알프스 마을에 사는 소년 ‘세바스찬’. 어느 날 마을의 양 떼가 습격을 당하고 마을 사람들은 이를 옆 마을 양치기에게 쫓겨난 미친개의 소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바스찬이 우연히 마주친 떠돌이 개는 소문과 달리 선한 눈빛을 한 채 잔뜩 겁에 질려 있다. 세바스찬은 어른들 몰래 개를 돌보며 ‘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둘은 특별한 친구가 된다. 흥행에 힘입어 2017년에는 속편 <벨과 세바스찬, 계속되는 모험>이 나왔다.

 

<화이트 갓>

White God, Fehér isten | 2015 | 감독 코르넬 문드럭초 | 출연 조피아 프소타, 산도르 즈소테르, 릴리 모노리

동물권과 더불어 인권에 대한 메시지를 함께 전달하는 작품도 있다. 유기견 ‘하겐’과 13세 소녀 ‘릴리’의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영화 <화이트 갓>이다. 작품은 인간에게 버림받은 개들의 혁명을 감성적이면서도 신선한 투쟁기로 그려냈다는 평을 이끌어내며, 제67회 칸 영화제 2관왕을 수상했다.

<화이트 갓> 예고편

순종이 아닌 잡종견에게 부과하는 세금 때문에 집에서 쫓겨난 하겐. 그런 하겐을 찾아 나선 릴리 앞에, 하겐은 유기견 보호소에 있던 250여 마리의 동료 개와 함께 나타난다. 제목 ‘화이트 갓’은 인류 사회에서 강자로 군림하는 ‘백인’을 상징한다. 영화에서 개들을 학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백인이며, 개는 약자로서의 동물을 대표하지만 동시에 다른 인종을 대변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