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은 특별한 수 없이 얻어지고 그래서 쉽게 낭비된다. 허투루 써버려도 나름대로 빛나는 게 젊음이지만, 길지 않은 그때 어떤 이들은 뭔가 해보기도 한다.

왼쪽부터 경성수(기타), 이장오(보컬·기타), 이철민(베이스), 이해인(드럼), 동수(신시사이저)

밴드 공중그늘도 이렇게 탄생했다. 함께 얘기하고 웃고 마시던 친구들은 문득 뭐든 만들고 싶어졌고, 밴드를 결성한다. 무리한 기색 없는 이들의 음악에선 마음먹은 일만을 제대로 해내려는 집요함과 차분함이 느껴진다. 사이키델릭, 드림팝, 슈게이징 등 여러 장르를 오가는 노래의 바탕엔 가라앉은 감정이 깔린 듯하지만, 그 위로는 담대하고 찬연한 시도들이 묻어 있다. 다시 무력해질지라도 삶을 누려보려 애쓰는, 젊음의 흔한 표정이 이 밴드의 음악엔 있다.

EP <공중그늘> 커버

공중그늘은 11월 11일 첫 EP <공중그늘>을 발표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노래 6곡으로 꽉 채운 앨범을 들고 온 밴드를 만나 음악을 듣고 더 궁금해진 것들을 물었다.

 

 

Q 공중그늘의 시작이 궁금해요. 밴드는 어떻게 결성했나요?

해인 원래 서로 친한 친구들이었어요. 함께 놀고 일은 각자 하다가, 우리 늦기 전에 생산적으로 재미있는 일 한번 해보자고 뜻이 맞아서, 2016년 초에 결성했습니다.

 

Q 밴드 결성 전에도 음악을 해왔어요?

장오 취미와 직업의 경계에서 하고 있었죠.

동수 전 원래 악기보다는 싱어송라이터 느낌으로 음악을 하고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는데, 밴드 결성 이야기가 나오면서 해인이가 제게 신시사이저를 맡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그렇게 신시사이저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Q ‘공중캠프’와 ‘우리동네 나무그늘’이라는 공간의 이름을 합해서 밴드 이름을 만들었다고요. 두 공간은 밴드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성수 두 공간은 저희가 자주 술 마시거나 같이 놀면서 왔다 갔다 했던 곳이에요. 밴드 이름 정할 때, 해인이가 자주 가던 공간 이름에서 따보자고 하더라고요. 아이디어가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그 얘기할 때도 공중캠프에 있었고요.

 

Q 이번 EP에는 약 1년 전부터 데모로 발표한 노래가 여러 곡 들어 있어요. 새롭게 정식 EP를 준비하면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장오 더 좋은 사운드와 편곡? 어떻게 하면 질적으로 더 나아질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만들었어요.

성수 사운드요. 언제나 원했던 사운드를 내려고 열심히 작업했습니다.

철민 데모로 발표했던 곡들을 재작업하면서, 같이 모여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다시 잡는다거나 하는 세부적인 과정도 있었어요.

성수 데모 만들기 전에 만든 스케치 음원이 있었거든요. 그것도 다시 들어보면서 우리가 잊고 넘어갔지만 좋았던 사운드가 있었는지 체크하기도 했고…. 편곡도 바뀌었고요.

‘파수꾼’ MV

 

Q 앨범 전체를 듣다 보면 여섯 곡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 느낌이에요. 유기적으로 배열된 것 같아서 듣기 편한데, 곡 순서는 어떻게 정했어요?

장오 어느 정도 흐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첫 번째가 ‘파수꾼’이고 마지막이 ‘산책’이 된 건 더 자연스러웠어요. 파수꾼은 저희가 밴드를 시작한 계기가 된 노래고, 산책은 라이브 할 때마다 늘 마지막으로 들려드리는 곡이거든요.

철민 매번 같은 셋리스트로 공연하는 걸 경계해서, 라이브 때마다 순서를 바꾸려고 노력했어요. 그 과정에서 어떤 흐름이 자리 잡혀서 배열은 쉽게 결정했어요.

성수 특히 ‘잠’에서 ‘선’ 넘어가는 부분, 잠이 딱 끝나자마자 선으로 넘어가는 부분은 의도한 뉘앙스가 있어요.

 

Q 모든 곡 크레딧에 멤버 이름이 아니라 밴드 이름이 쓰여 있어요. 모든 곡을 함께 만드나요? 노래를 만드는 방식이 궁금해요.

해인 작곡과 편곡 등 모든 과정에 함께 참여해서 완성해요. 물론 곡마다 최초 스케치를 해온 사람은 있어요. 다들 스케치를 가져오면 다 같이 들어보고 합주하면서 발전시키거나 컴퓨터로 녹음하면서 만들어나가는 거죠.

장오 모티브가 되는 스케치는 지금 들어보면 거의 완전히 다른 곡이라고 느껴질 정도예요. 그만큼 많이 편곡하기 때문에, 작곡 편곡 모두 밴드 이름으로 쓰고 있습니다.

철민 물론 스케치 자체가 굉장히 좋아서 최대한 그 느낌을 살린 곡도 있어요. 완전히 달라진 곡도 있고.

동수

Q 노래들 이야길 해볼게요. ‘잠’은 후반부가 특히 재미있어요. 점점 고조되다가 당황스러울 만큼 갑자기 끝나죠. 꿈속에서 헤매다 잠에서 깨는 느낌을 주려고 한 건가요?

철민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되는, 비몽사몽한 상태를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장오 후반부는 <오페라의 유령>에서 팬텀과 크리스틴이 주고받듯 노래하는 부분과, 바흐의 ‘무한히 상승하는 캐논’에서 점점 올라가다가 다시 원조로 돌아오는 형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또 갑작스레 끝낸 건 꿈에서 현실로 돌아와서 바로 다음 곡으로 연결하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였고요.

해인 그런 의도 외에 음악적인 재미도 생각했어요. 고조되면서 더 사이키델릭한 느낌이 들어서요. 흔하지 않고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곡이 될 것 같았어요.

 

Q 음악적인 재미를 말했는데, ‘잠’뿐 아니라 ‘선’도 그렇고 공중그늘의 음악 전반에서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해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로 이어진달까요?

장오 사운드를 구상할 때나 곡을 구성할 때 그 점을 많이 생각해요. 좀 더 신선하게 만들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너무 납득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나아가지는 않도록 조율하고요.

해인 전 일반적으로 말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훈련을 많이 안 한 상태에서 곡을 쓰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레 그런 특징이 생기기도 해요. ‘어, 이건 너무 이상한데?’ 싶으면 멤버들이 고쳐줄 때도 있고.

왼쪽부터 철민과 해인

Q 네 번째 트랙 ‘농담’은 이번 EP 수록곡 중에 가장 묘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풍겨요.

장오 처음 제가 통기타로 스케치를 만들어서 가져왔거든요. 이 곡은 염세적이고 자포자기한 마음, 어두운 심정으로 썼어요. 그래서 어둡고 우울한 무드가 흐르던 곡이었는데, 감정에서 거리를 두고 편곡하려다 보니 새로운 곡이 되더라고요. 더 밝은 화성을 사용하고 리드미컬한 리듬을 넣고, 사운드도 많이 조정했어요. 다 같이.

 

Q ‘농담’은 데모로 미리 공개하지 않았던 노래이기도 하죠?

장오 이제껏 공중그늘 이름으로 만들어온 결과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를 소개하는 명함과 비슷한 느낌으로 데모를 발표했어요. 그런데 첫 번째 싱글 <파수꾼>과 두 번째 싱글 <선>을 발매하면서 그런 과정이 불필요해졌고요. 무엇보다 새롭게 뭔가를 딱 접했을 때 재미있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데모를 더 업로드하지 않고 바로 곡을 수록했죠.

 

Q ‘연애’는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느낀 곡이에요. 멜로디는 종잡을 수 없었고, 주문 같은 가사에 살짝 세뇌당하는 느낌도 들었고요. 이런 노래에 ‘연애’라는 제목이 붙었다는 점도 흥미로워요. 연애의 어떤 면을 담으려 했나요?

해인 연애와 관계에 대해 환상을 가진 사람들, 환상을 좇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 노래 속 화자는 제삼자일 수도, 연애를 하는 당사자일 수도 있고요. ‘연애’라는 단어 자체에선 아름답고 로맨틱한 느낌이 풍기는데, 정작 노래 내용은 현실적이라서 더 재미있게 느끼실 것 같네요.

철민 멤버들도 이 노래를 다 다르게 느꼈어요.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서 각자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곡이에요.

 

Q 타이틀곡을 ‘산책’으로 정한 이유가 궁금해요.

성수 음…. 원래는 리마스터한 버전이 들어갈 ‘파수꾼’과 ‘선’을 제외한 다른 네 곡을 모두 타이틀로 하려 했어요. 근데 이게 불가능한 일이더라고요. 타이틀은 세 곡까지만 된다고. 그때 느낌이 그냥 ‘산책’으로 가자 싶더라고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급하게 정해졌어요.(웃음)

철민 타이틀은 이제까지 싱글로 발표한 곡 말고 다른 곡으로 하고 싶었어요. 다른 노래들을 들려드리고 싶었거든요. 후보 중에 ‘산책’을 떠올리니 다들 생각이 비슷해서 쉽게 결정했어요.

성수 지금 생각하니 “우리는”이라는 가사가 들어가서 은연중에 그런 느낌이 들었나 싶기도 하네요.(웃음)

‘산책’ MV

 

Q EP 이름이 밴드 이름과 똑같은 <공중그늘>이에요. 어떤 출사표로 봐도 좋을까요?

동수 밴드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우리가 어떤 음악을 하는지, 어떤 방향성과 정체성을 가진 팀인지 많이 고민했어요. 서로 이야기도 진짜 많이 했고요. 우리가 무엇인지, 공중그늘은 어떤 밴드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는 의미로 첫 EP 이름을 지었습니다.

성수 2년 동안의 고민과 2년 동안의 결실이 담긴 앨범이니까요. 커다란 관점에서의 방향성이 들어 있는 EP긴 하지만, 앞으로 정규 등 새로운 작업물을 발표할 때 우리가 어떻게 변할지는 또 모르죠.

이철민

Q 앨범 커버부터 뮤직비디오까지, 아트 디렉팅이나 비주얼적인 측면도 돋보여요. 특히 박태석 작가와 계속 작업하고 있는데, 박태석 작가와는 어떻게 함께하게 됐나요?

성수 저희 공연 시리즈 ‘공중파’를 준비하면서 포스터를 만들어야 했어요. 우리끼리 직접 만들어보자고 이야기하고 후보작도 받아보고 그랬는데 너무 아닌 거예요.(웃음) 이건 진짜 아닌 것 같아서 수소문하기 시작했죠. 아는 분의 소개로 태석 씨를 알게 됐어요. 그렇게 첫 공중파 포스터 작업을 계기로 쭉 같이하고 있습니다.

장오 싱글 두 장과 프로필 사진, 이번 EP까지 작업해주셨어요.

해인 태석 씨와 저희 사이에 어느 정도 관계가 생긴 후, 아트와 비주얼 관련해서 조언을 구할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럴 때마다 세심하게 살펴주시는데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박태석 작가가 만든 첫 공중파 포스터, 출처 – 공중그늘 공식 인스타그램 

Q 박태석 작가의 작품과 공중그늘의 음악이 참 잘 어울려요.

해인 일단 저희가 태석 씨 작품을 무척 좋아해요. 또 멤버 모두 평소에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많이 하는데 이런 방식도 태석 씨와 잘 맞고요.

성수 좋은 동료를 만난 것 같아요. 태석 씨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웃음)

왼쪽부터 장오와 동수, 성수

Q 가사는 내지에 쓰여 있는 게 보통인데, 공중그늘 EP를 보면 겉면에 가사가 있어요. 또 보통은 뒷면에 표기하는 기본 정보들이 내지로 들어가 있고요.

장오 재미있는 요소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사실 가사가 중요한 부분이잖아요. 중요한 것을 드러내고 싶었고, 미적으로도 나을 거라 여겼고요.

 

Q 보통 CD 케이스보다 패키지가 커요. 7인치 바이닐 사이즈인데, 이렇게 만든 이유가 있을까요?

해인 가사를 뒷면에 배치하려니 공간이 너무 좁게 느껴졌어요. 좀 더 보기 편하게 만들려고 했죠. 많은 부분을 태석 씨와 의논하며 진행했어요.

장오 만들고 나서 생각해보니 바이닐 시대에는 EP를 만들 때 7인치 사이즈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의미도 뒤늦게 부여하고 있어요.

EP <공중그늘> 겉면, 가운데 고양이가 동물 모양 굿즈 중 하나다, 출처 – 공중그늘 인스타그램 

Q 이번 패키지에 들어 있는 동물 모양 굿즈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어요. 미어캣, 고양이, 코끼리 모양이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겠어요.

해인 처음 동물 모양 데모 커버를 제가 그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커버를 발전시켜서 EP 발매할 때 쓰고 싶었어요. 어떤 연결성을 표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요. ‘이렇게 시작했던 것이 이렇게 발전했다!’는 느낌을 주고 싶기도 했고. 그러던 차에 태석 씨가 아이디어를 냈어요. 미어캣은 ‘선’ 데모, 고양이는 ‘잠’, 코끼리는 ‘연애’ 데모에 있던 거예요. 그나마 볼 만한 걸 고른 거죠.(웃음)

이장오

Q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건, 장오 씨 보컬 관련 이야기였어요. 원래는 뮤지션 임재범의 노래도 잘 부른다고요. 공중그늘의 음악에 맞는 하나의 악기처럼 목소리를 쓰기 위해서 어떻게 노력했나요?

장오 일단 임재범 씨 이야기는 약간 농담처럼 이야기한 면이 좀 있었고요.(웃음)

성수 이 자리에서 조정을 좀 해야겠네. 이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웃음)

장오 하지만 어느 정도 저의 목소리에는 마초성이랄지…. 그런 특성이 묻어 나왔던 것 같아요. 멤버 모두 이 점을 지양하고 배제하는 데 동의했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목소리를 중립적인 무엇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다양한 이펙팅을 사용하면서 조금씩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나갔고요. 목소리는 정말 악기와 똑같다고 생각해요. 어울리는 곳에 따라 창법도 다양해질 수 있고…. 재즈 보컬이든 록 보컬이든 성악이든 어떤 발성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목소리가 많이 달라지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정교하게 원하는 소리를 내려고 노력했어요.

 

Q 가사 역시 자꾸 곱씹고 싶은 매력이 있어요. 비슷한 짧은 문장이 반복되는데도 그 문장들이 어떤 심상을 만들어요. 일상에서 자주 쓰지 않지만 명료한 단어들이 가사에 많이 들어 있고요. 가사를 쓰는 특별한 방식이 있어요?

해인 재미있는 단어를 수집해요. 필요할 때 어울리는 부분에 쓰려고. 노래에 쓰인 “한량 한량” “우악스러운” 이런 말들도 그렇고요. 어감이 재미있다고 느꼈을 때 메모장에 적어둬요. 다른 사람과 대화하다 갑자기 생각나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도 기록해요. 또 가사는 특히 술 마시고 집에 걸어갈 때, 걸어가면서 많이 쓰기도 해요. 다음 날 많은 걸 지우긴 하지만.(웃음)

동수 원래는 즉흥적으로 가사가 잘 떠올라서 그걸로 한 곡을 쭉 써 내려가는 스타일이었어요. 밴드를 하다 보니 멤버 의견을 듣게 되더라고요. ‘이런 표현은 너무 직접적이지 않나?’ 하는 의견이 나오면 좀 더 돌려서 다르게 표현해본다거나 하는 방식으로요.

장오 해인이랑 비슷한 방식으로 쓰는 편이에요. 일단 가사를 쭉쭉 쓴 다음, 그 안에서 단어들의 발음과 어감을 확인해요. 말이 주는 느낌을 생각하면서 단어 하나하나를 정말 많이 고쳐요. 근데 저는 단어를 모으진 않고요, 문장 중심으로 모아놔요. 그걸 엄청 많이 저장해두고 그중 어울리는 게 있으면 쓰기도 하고.

철민 기본적으로 멤버들 모두 비슷할 거예요. 감정에 호소하는 느낌을 주는 가사는 피하려고 해요. 과한 감정을 자제하고 한 걸음 떨어져서 뭔가를 보는 시선으로 가사를 쓰려고 노력합니다.

성수 저도 문장은 모아두는데. 길 걷다 생각나면 적어놓고요…. 근데 곡에 입힐 때는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 것 같긴 해요.(웃음)

 

Q 공중그늘은 곡을 만들 때 청각 이외에 다른 감각까지 고려한다고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요?

장오 음악이라는 게 사실 결과적으로는 청각과 관련이 깊잖아요. 근데 청각적인 신호를 받았을 때, 그 신호가 여러 다른 감각들, 예를 들어 이미지라든지 촉각이라든지…. 이런 측면에서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많이 생각해서 작업해요.

이해인

Q 공중그늘의 공연 시리즈 ‘공중파’는 어떻게 시작했어요?

성수 밴드를 만들고 공중캠프에서 종종 합주를 했어요. 그러다 ‘우리도 공연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와서 ‘그래? 그럼 하자!’ 이런 느낌으로 시작하게 된 거죠.

 

Q 뚜렷한 색을 가진 아티스트들과 공중파를 함께했죠. 참여 뮤지션 사이에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해요.

(공중파 참여 뮤지션 - 단편선, 새소년, 스몰타운, 챔피언스, 사뮈, 악어들, 데카당, 위댄스, 신해경, 전자양)

성수 열심히 좋은 활동을 하고 계시던 분들께 부탁드렸죠. 평소 좋아하는 음악가들이기도 했고…. 공중그늘과 비슷한 조건에서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비슷한 세대들이 같이 공연을 하면 의미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희와 그들 모두 같이 변하는 과정에 있고, 그 모습을 공중파에 오는 분들께 보여주는 것도 뭐랄까…. 다들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 것 같아서.

 

Q 앞으로도 지금처럼 공중파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해인 어떻게든 해야 해서 하려고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시기마다 상황이 달라지기도 하고요. 좋은 걸 만들 수 있을 때 하려고 합니다.

 

Q 음악의 모티브나 영감은 어디서 얻어요?

성수 여러 가지가 있는데 보통 일상, 특히 갈등에서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해인 사람 사이 관계나 평소 감정에서 영감을 얻어요. 생각들이 제일 끓어오르는 순간은 역시 술 먹고 집에 갈 때….(웃음) 아니면 작업실에 있을 때나 화나거나 감정의 진폭이 클 때도 떠오르는 것들이 있고요. 또 영감이라고 하긴 좀 그런데, 곡을 만들 때 크게 신경 쓰는 건 멤버들의 생각이에요. 어쨌든 멤버들이 인정해야 편곡을 시작할 수 있으니까.

동수 안 풀려서 계속 고민만 하다가…. 잊어버리면 어느 순간 정리가 딱 되기도 하더라고요. 천천히 시간을 갖다 보면 뭔가 나오기도 해요.

장오 인간관계도 넓지 않고 직접적인 경험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래서 문학이나 영화, 다른 분들이 만든 음악처럼 간접적인 경험에서 영향을 많이 받아요. 그런 것들을 보고 듣다 보면 무언가가 떠올라서 진행하게 될 때가 많아요.

철민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이 모티브가 될 때가 많고요. 다른 창작자들의 창작물을 보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죠. 영화일 수도 있고…. 주로 영상이에요. 모티브를 얻으면 발전해나가요.

 

Q 음악 이외의 취미나 좋아하는 것, 관심사는 뭐예요? 멤버들 개성이 다 달라서 더 궁금해요.

철민 넷플릭스에서 다큐멘터리나 드라마를 봅니다. 요즘 넷플릭스가 현재 최대 관심사예요. 최근엔 다큐멘터리 시리즈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를 재미있게 봤어요.

장오 쉬면서 책 읽고 영화 보고…. 또 요즘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동물권과 비거니즘(veganism)이에요. 실제로 비건 지향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동수 취미라고 뚜렷하게 말할 것들이 떠오르지 않아요. 음악…? 바쁘게 살고 있어요.

해인 취미가 그리 많진 않아요. 한가할 땐 저도 넷플릭스 봐요. 다큐멘터리보단 드라마, 쉴 수 있는 프로그램 위주로요. 또 요즘 제일 재미있는 일은 인터넷으로 장비 구경하는 거. 음향 장비나 신시사이저 보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되게 비싼 거로요.(웃음)

성수 게임과 드라마…. 전 넷플릭스 말고 왓챠플레이에서 HBO 드라마 보고 있어요. 전 HBO가 더 좋아요.(웃음)

경성수

Q 밴드 전체적으로는 피쉬만즈의 영향을 크게 받긴 했지만, 멤버별로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 보여요. 좋아하고 지향하는 음악은 어떤 것들인가요?

성수 공중캠프가 피쉬만즈 팬 커뮤니티잖아요. 거기서 6년 정도 스태프를 했어요. 그래서 밴드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가장 좋아해서 빠져 살았던 밴드는 피쉬만즈(フィッシュマンズ, Fishmans)라든가 키세루(キセル, Kicell)였어요. 이들은 덥이나 레게를 언젠가 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 밴드이기도 해요. 지금은 굉장히 다양한 음악을 좋아해요. 전자음악, 록, 케이팝…. 다들 그렇지 않나? 한국 옛날 노래들도 재미있고 좋아요.

해인 원래 전자음악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전자음악 하는 친구한테 전자음악을 배우기도 했고. 공중그늘이라는 밴드도 전자음악 쪽으로 해보려고 했는데 방향이 좀 달라졌어요. 전 어떤 장르 하나를 딥하게 파고드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고요. 어느 장르든 조금씩 좋은 부분들이 있다고 느껴요. 요즘은 밴드에 도움 될 만한 음악 위주로 많이 듣죠.

동수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피아노 학원에 다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참 재미있게 피아노를 쳤어요. 당시 배웠던 클래식 곡의 멜로디나 리듬이 지금 작업에도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아요. 저희 노래도 섬세하게 들여다보면 그런 특징이 살짝 보이더라고요. 좋아하는 팀은 요즘엔 파슬스(Parcels)요. 내한도 와요. 그 팀이 너무 좋더라고요.

장오 다양하게 좋아해요. 어렸을 때부터 퀸이나 라디오헤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너바나처럼 클래식이라 불리는 뮤지션들도 많이 들었고요. 매시브 어택도 좋고. 또 프랑스 뮤지션을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세르쥬 갱스부르(Serge Gainsbourg), 프랑수아즈 아르디(Françoise Hardy)부터 요즘엔 라 팜(La Femme)이나….

철민 시기적으로 내 상태가 어떤가에 따라 음악 취향이 달라져요. 요즘엔 킹 기자드 앤 리자드 위자드(King Gizzard & The Lizard Wizard)라고 되게 강한 사운드의 연주를 들려주는 밴드인데, 이 팀 음악을 듣고 있고요.

 

Q 이번 EP는 2년간 밴드가 해온 걸 딱 묶어서 정리한 결과물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앞으로가 더 궁금해지고요. 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지, 음악으로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성수 좀 더 잘하고 싶어요. 더 좋고 새롭고 재미있는 걸 만들고 싶고요.

해인 새로운 걸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하나고요. 또 하나는 유행을 타서 잠깐 인기를 얻는 음악보다는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이 들을 만한 음악을 만들고 싶은 거요.

동수 멤버들이 동의할진 모르겠지만, 저 혼자 품은 꿈이라고 해야 할까요? 굉장히 인기 많은 노래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요. 대중적으로 인기가 정말 많은. 근데 의도해서 노리고 만든다기보다는 정말 내가 좋아서, ‘이게 내 음악이다!’ 하고 만들었는데 터지는….(웃음) 소망이 있다고 해야 하나.

장오 음, 이율배반적으로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멤버들이 음악으로 먹고살 수 있게 되면 좋을 것 같으면서도, 타협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나가고 싶네요.

철민 곡을 많이 쓰고 싶고요. 멤버들이 쭉 이야기해온 것처럼, 곡을 많이 쓸 수 있는 환경에서 많은 곡을 쓰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그 다양한 것들을 압축해서 앨범으로 내면 좋겠어요.

 

Q 올겨울에 예정된 계획을 물을게요.

해인 공연을 많이 할 거예요. 일단 12월 1일엔 EBS 헬로루키 결선 공연이 있고, 12월 내내 공연이 많아요. 그 후엔 준비를 잘해서 공중파도 하려고 합니다.

 

 

인터뷰 김유영
사진 이강혁
장소 프런트데스크 Front D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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