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 없고 황당하다. 말도 안 되게 촌스러운 영상에, 저예산 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럼에도 어딘가 모르게 자꾸만 넋을 잃고 보게 되는 묘한 끌림이 있다. B급, 흔히들 ‘병맛’이라 부르는 어떤 문화에 관한 이야기다. 수많은 ‘병맛’ 중 뮤직비디오에 돋보기를 대보았다.

 

위아더나잇 '티라미수 케익'

첫 번째 뮤직비디오는 밴드 위아더나잇(we are the night)의 ‘티라미수 케익’이다. 뮤직비디오는 전자 키보드의 일렉트로닉한 사운드와 함께 정체 모를 손이 인스타그램 어플을 클릭해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곳은 밴드 위아더나잇의 인스타그램 계정. 인트로가 끝나고 노랫말이 시작되는데, 가사를 영상으로 표현한 방식이 매우 독특하다. 가사의 흐름에 따라 인스타그램 피드의 사진들이 정신없이 바뀐다. 예를 들어 ‘소년 소녀 백서’라는 노래 가사가 소년, 소녀, 백 원짜리 지폐, ‘STOP’이라 쓰인 표지판 사진 순으로 빠르게 바뀌는 식이다. 단순하고 명쾌하지만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한 번 반하고, 엉뚱한 뮤직비디오에 한 번 더 매료된다.

▲ 밴드 위아더나잇. 왼쪽부터 정원중, 황성수, 함필립, 함병선, 김보람

위아더나잇은 ‘감각적인 우리의 밤’이라는 수식어를 내세우며 꾸준히 콘서트와 앨범 발매 같은 음악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일렉트로닉 신스팝 밴드다. <별, 불, 밤>, <할리데이>, 최근 발매한 <녹색광선>까지, 위아더나잇의 음악을 찬찬히 들어보면 앨범마다 담고 있는 분위기가 약간씩 다르긴 해도, 밴드 이름처럼 ‘감성적인 밤’이라는 주제와는 꼭 맞아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에는 1주일에 한 번씩 5주간 멤버들이 돌아가며 팬들에게 페이스톡을 거는 ‘너는 부재중’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검정치마 '내 고향 서울엔'

두 번째 ‘병맛’은 검정치마의 ‘내 고향 서울엔’ 뮤직비디오다. 맨 처음 귀로만 노래를 들었을 때의 느낌은 따뜻하고 아늑하다. 잃어버렸던 그때 그 시절의 향수에 흠씬 젖어있을 즈음 뮤직비디오를 찾아 틀어보자. 혹자는 영상을 잘못 튼 줄 알고 깜짝 놀랄 수도 있다. 1980년대에나 볼 법한 옛날 폰트의 노래제목과, 복고적인 요소가 넘치다 못해 키치스럽기까지 한 화면 연출에 헛웃음이 난다. 뮤직비디오의 화룡점정은 배우 이병준의 립싱크 연기. 매끄럽고 감각적인 조휴일의 보컬에 중년 ‘아재’의 립싱크라니, 이런 부조화가 어디있나 싶지만 보다 보면 어느새 영상 속으로 빠져드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나만 알고 싶은 밴드’에서 이제는 YG 산하의 ‘하이그라운드’ 소속 아티스트가 되어 보다 대중적인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한 검정치마지만, 이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만의 재기발랄하고 독특한 정체성이 쉬이 사라지진 않을 듯해 안심이 된다.

에디킴 '팔당댐'

두 편만 보기에는 아쉬우니 하나 더. 에디킴의 ‘팔당댐’ 뮤직비디오는 검정치마의 ‘내 고향 서울엔’ 뮤직비디오와 비슷한 코드다. 촌스러운 노래방 화면 컨셉과 맞춤법 따위 과감히 무시하는 자막이 포인트다. 사실 공식 뮤직비디오는 아니고, 신곡 발표에 대한 팬들의 호응에 보답하기 위해 특별 제작한 영상물이다. 곡 제목이 ‘팔당댐’이라 직접 팔당댐에 가서 촬영했다. 이런 화면 연출 어딘가 익숙하다 싶어 생각해보니 유브이(UV)가 떠오른다. 실제 뮤직비디오의 전반적인 컨셉을 유브이의 뮤지가 잡아 주었다고. 항간에는 단돈 5만 2천 원에 이 영상을 제작했다는 말도 들린다. 저예산이면 어떻고, ‘병맛’이면 어떤가, 이렇게나 귀엽고 유쾌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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