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희>

2016 | 감독 배연희 | 19분20초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연희’(강림)는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 ‘설희’(신지혜)를 만난다. 설희는 초코파이를 주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호감을 표하는 발달장애인이다. 연희는 그런 설희가 걱정되지만 때로는 귀찮기도 하다.

단편영화 <설희>

설희는 타인의 행동을 오인한다. 초코파이를 사주겠다며 자신을 데리고 다니는 오빠들, 옷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를 털어주는 편의점 사장님 모두 자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은 설희가 지닌 순수함과 무지를 이용하려 들고, 각박한 일상에 지친 연희는 결정적인 순간에 친구를 외면하고 만다.

연희는 장애인이자 여성으로 살아가는 약자 설희의 상황을 멀찌감치 지켜본다. 영화는 그런 연희의 표정을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본다. 연희의 얼굴에는 설희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한편으로는 답답함과 짜증스러움이 교차적으로 드러난다. 결국 자신의 힘이 필요했던 순간 연희는 설희에 대한 관심을 놓아버리고, 우리는 그 모습에서 안타까움과 죄의식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설희>는 배연희 감독이 고등학교 시절 실제로 겪은 일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평소 약자를 향한 관심과 호의를 보이면서도, 정작 중요한 순간에 그들을 외면하는 우리 모습을 영화에 담았다. <설희>는 장애인영화제, 여성인권영화제 초청은 물론 2016 부산국제영화제 수상 등 여러 영화제에서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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