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천만 관객을 모으지는 못하지만, 1만 명에게만은 잊을 수 없는 감동과 중요한 기억을 선사하는 소중한 영화들이 있다. 주로 ‘다양성 영화’로 총칭하는 국내외 저예산 독립/예술영화 이야기다. 아무래도 ‘대박’의 가능성이 크지 않다 보니 주로 대형배급사보다는 소규모 영화배급사들에 의해 세상과 만난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이 ‘작은 영화배급사’들이 ‘다양한 영화’를 극장에 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영화산업을 지원하기 위함도 있지만, 무엇보다 관객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볼 기회를 얻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고, ‘문화 다양성’이란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지켜져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스타 캐스팅과 자본력으로 중무장한 ‘천만 영화’가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시간표를 독차지하는 풍경이 더는 유별나 보이지 않는 시대에, 영진위의 개봉지원금은 ‘다양성 영화’의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해왔다. 독립영화 감독들은 이 돈(현물 포함)으로 색 보정, 사운드 믹싱 같은 후반 작업을 하여 영화를 마무리하고, 영화사들은 상영본을 만들고 전단을 찍고 포스터를 뽑는다. 그 결과 관객들은 더욱 다채로운 선택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대한민국 최고 실세로 권력을 누려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직접 내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르며 문화계 블랙리스트 중에서도 VIP 클래스임을 인증받은 영화사 ‘시네마달’ 역시 다른 소규모 독립 영화사들과 마찬가지로 영진위의 ‘다양성 영화 개봉지원금’을 꾸준히 신청해왔다. 2008년 문을 연 이래 2017년인 지금까지 200여 편의 다큐멘터리 상영에 관여, 60편이 넘는 영화를 개봉해온 베테랑 배급사이자 국내 유일의 독립 다큐멘터리 전문 배급사로서 예술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영화들을 소개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신청하는 족족 영진위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지난 필모그래피를 봤을 때 납득하기 힘든 상황. 회사 대표에 대한 뜬금없는 세무조사도 권력 개입에 대한 의혹을 키웠다. 그 ‘언젠가부터’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배급에 나선 이후다. 그렇다. 이 영화를 초청했다는 이유만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존폐 위기에 처하게 했던 바로 그 영화다.

겁을 집어먹을 법도 하다. 하지만 이 뚝심 있는 배급사는 그러거나 말거나, <다이빙벨> 이후에도 세월호의 진실을 파헤치고 유족들의 슬픔을 어루만지는 다큐를 두 편이나 더 개봉시켰다. 하지만 중요한 지원금이 끊긴 상태에서 2년여의 세월을 버텨내는 것이 쉬울 리 없다. 최근 최악의 경영난으로 끝내 회사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는 ‘블랙리스트 VIP’ 시네마달의 주요 배급작을 소개한다. 권력과 자본을 향한 날 선 비판, 환경과 먹거리에 관한 고민, 개인적 삶에 대한 고찰까지 다양하다. 최근 시네마달의 어려움을 나누려는 움직임이 영화인들의 목소리와 소셜미디어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양이니, 아래 영화들에 관심이 간다면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당장 힘을 보태고 싶다면, 유료 다운로드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나의 살던 고향은(GOGURYEO)> (2016)

도올 김용옥 선생이 중국 연변대학에서 객좌교수로 강의를 하면서 겪은 경험을 일기 형태로 기술한 <도올의 중국 일기>를 전격 다큐멘터리 영화화했다. 류종헌 감독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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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들의 섬(THE ISLANDS OF SHADOWS)> (2016)

“동료의 죽음을 남의 죽음으로 받아들여야 일을 할 수 있”었던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삶과, 아직 현재진행형인 투쟁 이야기. 김정근 감독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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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땅(TOUR OF DUTY)> (2016)

철거를 앞둔 경기 북부의 미군 기지촌에 사는 세 여성을 망각 속에서 끄집어내는 영화. 김동령, 박경태 감독 작품.

 

<나쁜 나라(CRUEL STATE)> (2015)

2014년 4월, 진도 앞바다에서 생중계된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평생을 유가족으로 살게 된 단원고 학생들 유가족의 진상규명 투쟁 1년의 기록. 김진열, 정일건, 이수정 감독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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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아리랑(MIRYANG ARIRANG)> (2015)

농사꾼으로 평생 일궈온 땅에 송전탑이 세워진다는 소식이 들리고, 삶의 터전인 마을을 지키기 위해 나선 밀양 어르신들의 투쟁 이야기. 박배일 감독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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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가족의 딜레마(AN OMNIVOROUS FAMILY’S DILEMA)> (2015)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던 어느 겨울, 영화감독 윤은 가족과 함께 살아있는 돼지를 찾아 나섰다가 농장의 이면을 알게 되고, 좋아하는 돈가스를 더는 마음 편히 먹을 수 없게 된다. 황윤 감독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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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인공위성(THE BASEMENT SATELLITE)> (2015)

티셔츠 1만 장을 팔아 1억 원의 인공위성 발사비용을 충당한 뒤, DIY 방식으로 인공위성을 만들어 우주로 띄우겠다는 아티스트 송호준. 그의 망원동 지하 작업실 고군분투기. 김형주 감독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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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벨(THE TRUTH SHALL NOT SINK WITH SEWOL)> (2014)

구조하지 않는 해경, 책임지지 않는 정부, 거짓을 퍼뜨리는 언론. 사람들이 볼까 두려워 영화 표 대량 예매와 대량 취소를 반복하고, 초청 확정만으로 국내 최대의 국제영화제를 존폐 위기에 처하게 한 영화. 이상호, 안해룡 감독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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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제국(THE EMPTRE OF SHAME)> (2014)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던 초일류기업 삼성의 반도체 공장에 입사한 젊은이들. 열심히 일한 그들이 얻은 것은 백혈병, 뇌종양, 유방암, 그리고 죽음이었다. 홍리경 감독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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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노(NORA NOH)> (2013)

한국 최초의 패션쇼 개최, 윤복희의 미니스커트와 펄시스터즈의 판탈롱을 스타일링한 장본인. 개봉 당시 85세였던 패션디자이너 노라노 선생의 일대기. 김성희 감독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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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싶은 것(THE BIG PICTURE)> (2013)

‘평화’를 주제로 한중일 작가들의 그림책 출판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한국 작가 권윤덕은 위안부 피해자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작업을 시작하지만, 논쟁과 출판 연기 통보로 지쳐만 간다. 권효 감독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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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올드 힙합 키드(TOO OLD HIPHOP KID)> (2012)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에서 꽤 인기 있는 래퍼들의 이면. 바쁜 직장생활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힙합을 놓지 못하는 그들의 이야기. 정대건 감독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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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문(TWO DOORS)> (2012)

2009년 1월 20일. 철거민 5명, 경찰 특공대원 1명 사망. 철거민들의 불법 폭력시위인가, 공권력의 과잉 진압이 원인인가에 관한 팽팽한 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 날의 ‘진실’을 좇는다. 김일란, 홍지유 감독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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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선(TWO LINES)> (2012)

10년간 룸메이트이자 연인으로 함께 살아온 지민과 철. 결혼적령기에 접어든 그들에게 ‘결혼’은 아직 먼 이야기인 것 같았다. 아이가 생겨버리기 전까지는. 지민 감독 작품.

 

<JAM DOCU 강정(JAM DOCU GANGJUNG)> (2011)

2007년, 유네스코가 보전지역으로 지정한 강정마을에 해군 기지 건설이 결정된다. 그 후 강정마을 주민들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길고 긴 싸움을 시작한다. 경순, 김태일, 권효, 양동규, 정윤석, 최하동하, 최진성 8명의 영화감독이 공동으로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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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의 기적(MIRACLE ON JONGNO STREET)> (2011)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어떤 주인, 네 명의 게이에 대한 이야기. 이혁상 감독 작품.

 

<살기 위하여(TO LIVE)> (2009)

서해안의 지도가 바뀐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새만금 간척사업. 하지만 평생을 갯벌에 의지해 살아온 계화도 주민들은 갯벌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 영화는 특히 여성 어민들의 삶과 투쟁에 집중했다. 이강길 감독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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