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36만 관객을 동원하며 많은 관객들을 추억 속에 빠지게 한 강형철 감독의 영화 <써니>에는 귀에 익은 팝송이 등장한다. 1970년대 독일의 유로디스코 그룹 보니 엠(Boney M)의 데뷔 앨범 <Take the Heat off Me>(1976) 속 ‘Daddy Cool’에 이어 두 번째 싱글로 발매된 곡으로, 당시 디스코텍이나 다방에서 디제이들이 음반이 닳도록 틀었던 곡이다. 35년 만에 국내 영화의 제목으로 다시 쓰이면서 영화 흥행뿐만 아니라 국내 음원차트에도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영화 <써니>에 다시 등장한 보니 엠의 ‘Sunny’

이 곡이 만들어진 시기는 1963년. 작곡자 바비 헤브(Bobby Hebb)의 아픈 기억이 서려 있다. 시각장애인이었던 부모님 밑에서 태어난 그는 고향 내쉬빌에서 세 살 때부터 형과 함께 듀엣으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어느 날 나이트클럽에서 나오던 형이 칼에 찔려 사망했고, 같은 날 존경하던 존 F 케네디 대통령 또한 암살당했다. 두 가지 비극이 겹치며 충격에 빠진 그는 다시 희망을 찾기 위해 다음 날 곡을 만들었다. “Sunny, yesterday my life was filled with rain.” 라는 첫 소절은 그의 절망스러운 심정을 표현한 것이다.

바비 헤브의 어린 시절(The Hebb Family). Via notrightpodcast
바비 헤브의 ‘Sunny’ 실황 연주. 바비 헤브의 원곡은 미국 R&B 차트 3위에 올랐다

이처럼 원곡은 보니 엠의 경쾌한 디스코 버전과는 달리, 참담한 심경을 이겨내고 미래의 희망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한동안 슬픔에 빠져있던 그는 3년 후인 1966년에야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 곡을 발표했는데, 그 전에 당시 유행하던 재즈 버전으로 다른 가수들이 이미 발표한 후였다. 일본의 재즈 가수 미에코 히로타(弘田三枝子)의 노래로 가장 먼저 음반 발매되었고, 재즈 연주자 데이브 파이크(Dave Pike)의 연주곡이 앨범 <Jazz for the Jet Set>(1965)에 수록되기도 했다.

미에코 히로타 ‘Sunny’(1965)
데이브 파이크의 <Jazz for the Jet Set>에 수록한 ‘Sunny’

이 곡은 그 후 수많은 가수들이 자신의 레퍼토리로 삼아 수백 회에 걸쳐 녹음된 명곡이 되었고, BMI는 이 곡을 ‘20세기 노래 100선’ 중 25위에 올렸다. 1970년대 세계적으로 디스코 열풍이 불자 바비 헤브는 이 곡을 디스코풍으로 리메이크한 ‘Sunny 76’를 발표하기도 했으나, 정작 디스코 열풍은 독일에서 거세게 불었다. 독일에서 캐리비언 출신의 가수들을 주축으로 구성한 디스코 그룹 보니 엠(Boney M)의 노래 ‘Sunny’는 유럽 전역에서 차트 수위를 달리면서 히트하였고, 오늘날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광고에서 들을 수 있는 우리 시대 명곡이 되었다.

보니 엠 ‘Sunny’(1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