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 속 신체는 대부분 성적인 대상으로 소비된다. 그래서 신체 자체가 갖는 아름다움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한 사람의 몸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많은 선과 색, 구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야릇한 감정보다는 고요한 기분을 느끼기 마련이다. 몸에 대한 차분한 시각과 표현으로 눈길을 끄는 최나랑 작가를 소개한다.

최나랑 작가는 스무 살 즈음부터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으며, 누군가의 벗은 몸을 찍으면서 사진에 더 매료되었다고 한다. 어떤 무용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몸으로 표현하는 일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쏟기 시작했는데, 이는 사진 속에 드러나는 인물의 신체, 움직임 등에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젠틀몬스터를 포함한 탬버린즈, 언아큐파이드랩 등 국내 브랜드들과 함께 작업했다.

그의 사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단연 인물이다. 특히 신체 일부가 선이나 면으로 읽히거나, 정지된 화면임에도 불구하고 움직임이 느껴지기도 하는 등 프레임 속 신체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의상은 신체의 연장으로 해석되며, 절제된 배경색은 피부색과 대비되어 신체를 부각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창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이나 문, 소파 등 가구의 구성은 인물이 그저 프레임 속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각 인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사연을 갖고 있는지 상상하는 즐거움을 더해본다면, 작가의 사진을 조금 더 서정적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본문, 메인 이미지 ⓒ최나랑, 출처 최나랑 인스타그램)

최나랑 홈페이지

 

Writer

낭만주의적 관찰자. 하나의 위대한 걸작보다는 정성이 담긴 사소한 것들의 힘을 믿는다.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있으며, 종종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물건을 만든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간, 예술로 삶을 가득 채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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