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환은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사람이다. 그간 밴드 이스턴 사이드킥, 스몰오를 거쳐 현재 아도이의 리더이자 보컬로 활동하며 지금까지 8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선명하고 대범한 개러지 록(이스턴 사이드킥), 광활한 사운드의 포크(스몰오), 청춘의 설레는 감정을 머금은 신스팝(아도이)까지 장르적 스펙트럼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다양한 음악을 들려줬다. 틈틈이 방송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리기도 했고, 잡지 모델 일을 하며 카메라 앞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뮤지션이기 이전에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간 음악 활동과 모델 활동, 칼럼니스트 일을 하며 겪은 에피소드들과 그를 통해 느낀 감정들을 꾸준히 글로 기록해왔다. 얼마 전 발간한 그의 첫 에세이집 <잘 살고 싶은 마음>은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어린 날의 기억으로부터 사랑과 사람에 대한 기록, 오늘을 사는 모습과 소망하는 미래를 아우르는 구성으로 짜인 책은 그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잘 살고 싶은 마음> 표지

읽다 보면 그가 지나온 삶과 시간이 선명히 펼쳐진다. 모호하고 감상적인 표현을 배제한 문장은 명료하고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으레 제 뜻대로 안 되는 씁쓸한 삶에도 유머와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가 구절마다 배어 있다. 그 속엔 통찰도 있다. 오랫동안 음악가로서의 삶을 견지해오며 몸소 터득한 경험들이 녹아든 까닭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우리는 그가 ‘잘 살 수 있게 되기를’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싶어진다.


자명한 일이지만, 산 사람은 밥을 먹고 죽은 사람은 먹지 못한다. 왼쪽 레버를 돌리면, 가스만 나오고 삶이 죽음처럼 희미해진다, 잘 살고 싶은 마음을 안다. 잘 살고 싶은 마음. 나는 결국 하나도 바꾸지 않을 거면서 기질에 반하려 애쓰고 있다. 오른쪽 레버를 돌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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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끝이다. 안타깝지만 안 쓴 폭탄은 그대로 없어진다. 언젠가부터 그런 마음을 품고 살았기 때문에 음악을 하는 자유로운 삶처럼 보여도 운신의 폭이 좁은 한정적인 삶이었다. 부당거래에 나왔던 대사처럼, 잘하고 못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잘하고 있다고 믿는 게 중요한 거. (…) 이것들을 느끼고 난 이후로, 나는 폭탄을 써버리는 쪽으로 바뀌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 오주환, <잘 살고 싶은 마음> 가운데

그런 그가 마음이 눌릴 때마다 재생했던 음악들을 보내왔다. 잘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안될 때, 달려나가야 하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때, 막연하여 주저앉아 울고 싶어질 때 이 음악들이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을 것이다.

Oh Juhwan Says,

“이랬던 시간이 있었다. 계속 뭔가가 반복되는. 사실 잘 안됐다. 나는 잘하지 못했다. 그래도 해야 했으므로 근성을 가지고 따라 했다. 대답하지 않는 무언가를 돌보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답하지 않는 무언가에 끊임없이 안부를 물어야 하는 것이 삶의 지난한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눌리는 날이면 글을 썼다. 그러면 조금은 괜찮아졌다. 책에 실린 글들은 눌린 마음을 펴기 위해 썼던 처방전 같은 글들인데 손으로 만져지는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사실 이 모든 게 여전히 매우 부끄럽다. 하지만 골몰하나 의미 없던 게으른 청춘의 시절일지라도 응원하고 싶었다. 괜찮다며 안아주고 싶었다. 잘 살고 싶었다.

우리가 감탄하며 들은 음악이 반드시 우리를 구하진 않는다. 그런 음악은 공구 상자처럼 따로 있어서, 필요할 때만 다가와 우리에게 들리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위안 받아야 할 때 호불호를 떠나 어쩔 수 없이 들은 적 있는 노래를 듣는 게 아닐까?”

 

1. Bahamas ‘All I've Ever Known’

아픈 목소리고, 아픈 멜로디다. 이 아픈 노래를 계속 듣고 싶은 밤이 있다. 아닌 척해도 사는 건 지저분하고 엉망이다. 사랑은 없고, 외롭다고 느껴질 때. 깊은 밤 독한 술을 목구멍 안으로 밀어 넣으며 노래를 들었다. 노래는 짧고, 밤은 길다. 그래서 반복해서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팠으니깐.

 

2. 조동진 ‘눈부신 세상’

“유리잔에 넘치는 불빛처럼. 우리 빛나는 금빛 환상처럼. 눈부신 세상.”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음유시인이다. 모든 노래가 주옥같다. 얼마 전 돌아가셨지만 노래는 남아서 덤덤히 위로해준다.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게 맞는지 물어볼 때가 없었다. 그럴 때마다 이 노래를 들었다. 그래도 아직 세상은 아름답고,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3. 하현상 ‘Dawn’

“남은 게 없지 싶은 날 길가에 작은 조각이 밟혀서/ 버릴 게 남지 않던 날 밤잠을 못 이루던 날에 우린.” 좋은 노래는 대부분 듣자마자 알 수 있는데,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끝까지 들을 수밖에 없었다. 스물을 갓 넘긴 청년이 뱉어내는 슬픔과 우울과 고민은 서른을 훌쩍 넘겨버린 내 마음속에 파장을 일으켰다. 여전히 이렇게 좋은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뮤지션들이 있다.

 

4. 데미안 라이스 ‘Elephant’

영화 <클로저>를 보고 나오는 길 데미안 라이스의 ‘The Blower's Daughter’ 속 “I can't take my eyes off you”라는 가사와 멜로디에 사로잡혔다. 그렇게 데미안 라이스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통기타를 사서, 그의 노래를 많이 따라 불렀고, 닮고 싶어 했다. 벌써 십년도 더 지났지만, 여전히 데미안 라이스를 좋아한다. 이 영상은 2집 <9>이 나오고, 프랑스의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인데, 딱 봐도 집중하기 힘든 분위기로 보인다. 노래를 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환하고, 부자연스럽고, <아침마당>처럼 보이는 저곳은 좋은 환경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노래하는 모습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집중하고 잘하려는 마음이 느껴져 마음이 흐트러질 때면 이 영상을 꺼내 본다. 환경 탓하지 않고, 나쁜 패를 들고도 잘 싸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음악가 오주환은?

지큐, 아레나, 더블유, 블링, 맵스 등 패션 매거진 모델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개러지 록밴드 이스턴 사이드킥(Eastern Sidekick)과 포크밴드 스몰오(Small O)를 거쳐 2016년 초 밴드 아도이(ADOY)를 결성, 팀 내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다. 최근 첫 에세이집 <잘 살고 싶은 마음>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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