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단길, 한남동에 자리한 복합 문화예술 공간 둘, 아카시아 미용실과 울프소셜클럽을 소개한다. 평범한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을 때, 잠시 소홀한 영혼을 돌볼 시간이 필요할 때, 이곳을 방문하자.

 

명랑하고 발칙한 예술가들의 살아남기, 아카시아 미용실

아카시아 미용실의 드로잉 클래스(사진 제공- 아카시아 미용실)

예술가들은 무엇으로 돈을 벌까? 그림을 그리는 이들이라면 그림을 파는 것이 정답일 테다. 그러나 세상은 복잡해졌고, 살아남기가 퍽퍽해진 만큼 예술가들이 호기심 넘치게 도전해볼 만한 바깥 영역도 다양해졌다. 서울 경리단길 안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아카시아 미용실’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돋보이는 공간이다.

아카시아 미용실의 타로&염원 드로잉 클래스 기념사진(사진 제공- 아카시아 미용실)

조금은 장난스럽게 미술(美術)의 미(美), 쓸데없을 용(冗) 자를 써서 ‘미용실’이라 부르는 이곳은 말 그대로 쓸데없음을 통해 미술이라는 장르와 아름다움이라는 삶의 가치를 지켜가기를 꿈꾼다. 청년 작가 몇명이 쌈짓돈을 모아 30년 동안 운영하다 폐업한 목욕탕을 꾸민 사실에서도 느껴지는 이 포부는, 타로와 염원 드로잉 클래스나 최애 과자 그리기 클래스, 고양이 귀엽게 그리기 클래스 등 새로운 개념의 클래스에서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이밖에 소소한 아트 마켓과 인디 뮤지션의 공연(참고로 이곳은 장르와 악기를 가리지 않는다. 가야금이나 피리 연주자도 환영이라고 한다)들도 종종 이벤트처럼 더해진다.

아카시아 미용실의 인디자인 원데이 클래스(사진 제공- 아카시아 미용실)

이 모든 것이 목욕탕 시설에서 알록달록한 조명과 방석, 명랑하고 요란한 수다와 함께 이뤄지는 분위기를 상상해보자. 아카시아 미용실을 만든 이들의 ‘쓸데없음’이라는 말이 얼마나 겸손한 역설인지 모른다. 이들의 발칙한 도전은 세상에 참으로 ‘쓸데 많은’ 신선함이지 않은가.

지난 달 아트마켓과 디제잉 파티가 함께 열린 ‘개신난장(開新亂場)’ 포스터. 출처- 아카시아 미용실 인스타그램, ⓒtongjolim

 

카페에서 고요히 쏘아 올린 페미니즘, 울프소셜클럽

울프소셜클럽 내부. 출처- 울프소셜클럽 페이스북

서울 한남동의 블루스퀘어 근처 골목 안쪽에는 페미니즘을 위한 카페가 있다. 버지니아 울프가 쓴 책에서 영감을 받아 ‘밖으로 나온 자기만의 방’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이곳은, 늘 만족스러운 음료와 디저트를 제공하는 외에도 관련 작가과의 토크, 네트워킹 파티, 책 읽기 모임 등을 다양하게 큐레이팅하여 선보인다. 예컨대 지난 봄에는 책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의 이민경 작가와 함께 여성이 생애 단계 별로 겪는 경제적 손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성의 몸을 억압하는 사회를 다룬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 <시녀 이야기>를 주제로 삼아 나이트 북클럽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감과 연대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울프소셜클럽의 메시지가 담긴 머그컵 MD. 출처- 울프소셜클럽 페이스북
울프소셜클럽에서 가을, 겨울 시즌 사랑받는 메뉴 뱅쇼. 출처- 울프소셜클럽 페이스북

물론 이곳을 두고 페미니즘이라는 키워드만을 떠올리는 것은 카페라는 정체성에 조금 무례한 일이 될 수도 있겠다. 그때그때 계절에 따라 입안을 풍요하게 채워주는 메뉴들, 그리고 감탄해 마지않을 음악 선곡(벽장에 수천 장의 LP와 CD들이 정리되어 있다)들이 발길을 모으기 때문이다. 잠시 소홀한 영혼을 돌볼 시간이 필요할 때, 울프소셜클럽을 방문하자.

울프소셜클럽의 다양한 문화 큐레이션. 출처- 울프소셜클럽 페이스북

 

(메인 이미지 출처- 아카시아 미용실 인스타그램, 울프소셜클럽 페이스북)

 

Writer

미학을 공부하고 글을 씁니다. 현대 미술과 문학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