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인스타그램 #비주얼맵]은 지금 주목할 만한 젊은 비주얼 아티스트들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소개하고, 이들의 작업에 접근하는 간단한 가이드를 제시합니다. 

 

먹고 마시고 자수(刺繡)하자

동서고금의 역사를 들여다봐도, 확실히 많은 분야의 수예는 여성들의 영역이었던 것 같다. 사극에서는 규방의 다소곳한 아녀자가 수틀을 쥐고, 현대사에서는 여성들이 저가노동력으로 의복공장에 투입된다. 중세의 어마어마한 타피스트리들은 수녀원에서 제작되었다. 레이스 뜨기나 프렌치 자수를 하는 영화 속 귀족여성들은 섬세한 드레스 자락을 흔들며 교양 있는 손놀림을 뽐냈다. 자수는 섬세하고 반복적인 성격 덕에 귀족적인 소일거리, 고리타분한 분야일 것이라는 통념이 여전하다.

하지만 한겨울 뜨끈한 바닥에 엉덩이를 지지며 이불을 둘둘 감고 앉아 곁에는 귤바구니를 두고 미드 몇 시즌을 해치우며 누군가나 자신을 위해 뜨개질이나 십자수를 놓아 본 사람에게는, 긴 시간과 반복적 노동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자수에는 경우에 따라서 뜨개질보다 시간이 적게 걸리며, 다양한 도안을 얻을 수 있고, 책으로도 쉽게 배울 수 있는데다 단순한 재료(바늘, 실, 천과 수틀)를 필요로 한다는 취미생활로서의 이점이 있다.

게다가 인터넷은 집에서 홀로 자수를 놓던 많은 이들을 연결시켰다. 이들은 흥미로운 도안들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영감을 얻으며, 어떤 이들은 길드를 만들고(@embroidery_instaguild) 캔사스의 여성들은 ‘먹고 마시고 바느질하라(@eatdrinkstitch)’는 기치로 그룹을 만들어 술과 기술을 함께 나눈다. 좋은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하고 판매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려동물의 초상과(@emillieferris) 인물사진을 수놓아 판매한다(@ladyjanelongstitches).

전통적인 자수의 기법은 실과 천 이외의 오브제를 꿰매어 장식하는 것을 포함한다. 작은 구슬이나 스팽글, 단추를 다는 소재의 활용이 요즘에는 천에 사진을 인쇄하여 자수를 놓는 방식까지 다양해졌다(@talathings). 자수의 내용은 꽃부터 좀비까지 무궁무진하다. 어떤 이미지들은 과장되거나 기괴하게 보일 수 있는데 이는 오히려 자수 놓는 이들에게 큰 즐거움이다. 서양식 자수에 흔히 보이던 “즐거운 나의 집” 이나 “행복이 머무는 곳” 같은 문구들, 성경구절 레터링 자수의 내용은 “넷플릭스가 나를 부른다”, “내가 네 아빠다”(스타워즈)로 변했다. 페미니스트들은 성차별과 가부장제의 억압에 대항하는 욕설을 아름다운 색으로 수놓는다.

수예는 여성적 활동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활동이 수동적이거나 폐쇄적일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여성들이 만들어온 연대와 저항의 행동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퀼트로 탈출 지도를 만들었던 흑인여성들의 사례, 80년대 미국 워싱턴 몰을 뒤덮었던 에이즈 메모리얼 퀼트를 보라. 자수가 공예사에서는 어엿한 분야이지만 하급한 비예술적 노동으로 격하되는 것이 뿌리 깊은 여성 차별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래서 어떤 현대예술가들은 자수와 바느질을 전복적으로 사용했다. 여성에 대한 통념,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을 가장 여성적이라고 알려져 왔던 기법으로 폭로한 것이다.

자수는 좋은 취미활동이다. 한때 남녀 가릴 것 없이 휩쓸었던 십자수 열풍을 보라. 손쉽게 준비할 수 있고, 마음대로 변주할 수 있으며 아름답다. 무엇보다, “웰컴 투 트윈픽스” 같은 문구를 수놓아 벽에 거는 일은 누구도 해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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