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3월 25일 미국의 TV쇼 <Motown 25: Yesterday, Today, and Forever>에 출연한 마이클 잭슨은 신곡 ‘Billie Jean’을 부르던 중 끝자락에 신기한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마치 앞으로 걷는 듯하다가 뒤로 사르르 미끄러지던 모습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문워크(Moonwalk)라는 이름을 붙인 이 동작은 마이클 잭슨의 댄스 실력을 대표하는 시그너처로 자리 잡았다.

<Motown 25>의 공연에서 3분 40초와 4분 30초 두 번에 걸쳐 문워크를 선보이는 마이클 잭슨

마이클 잭슨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문워크는 이미 브레이크 댄서들 사이에서 ‘Popping’이라 불리던 댄스 장르이며, 세 명의 댄서들에게 기본 동작을 배워서 자신이 발전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워크의 기원을 찾아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 동작이 무려 50여 년의 역사를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캡 캘로웨이의 ‘The Buzz’

만능 엔터테이너 캡 캘로웨이(Cab Calloway)는 1930년대 뉴욕의 인기 클럽이었던 코튼클럽(Cotton Club)의 간판스타였다. 그는 재즈 가수이자 댄서였고, 자신의 밴드를 이끌면서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Minnie the Moocher’를 포함 수많은 히트곡을 배출했다. 노년에 TV에서 마이클 잭슨이 추는 문워크를 보던 그는, ‘The Buzz’라 불리던 백 스텝과 유사하다고 밝힌 바 있다.

캡 캘로웨이의 문워크 동작 영상

 

빌 베일리의 ‘Backslide’

탭 댄서 빌 베일리(Bill Bailey)의 ‘백슬라이드’(Backslide)는 지금의 문워크와 기본적인 동작이 비슷하여 최초의 문워커라는 평가를 자주 받는다. 뮤지컬 <하늘의 오두막>(1943)에서 이 동작을 처음으로 선보였고 이내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아폴로 극장에서 백슬라이드 동작을 선보이는 빌 베일리(1955)

 

코미디언 딕 반 다이크

코미디 영화배우이자 댄서인 딕 반 다이크(Dick Van Dyke)는 1950년대 인기 코미디 코너인 <Mailing a Letter on the Windy Corner>에서 지금의 문워크와 유사한 동작을 선보였는데, 이것이 문워크의 시초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90대에 접어든 지금도 여전히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 중이며 최근에는 <박물관이 살아있다 2>(2009)에 출연한 바 있다.

세찬 바람 앞에서 미끄러지는 듯한 동작을 선보이는 딕 반 다이크(1955)

 

세 명의 브레이크 댄싱팀 ‘이클립스’

1970년대 브레이크 댄서들 사이에 ‘Popping’이라는 백스텝이 유행했다. 1979년에 세 명으로 구성된 이클립스’(Eclipse)란 이름의 댄스팀이 TV에 소개되었는데, TV에 등장한 최초의 문워크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마이클 잭슨의 자서전에 나온 세 명의 댄서일 가능성이 크며, 실제 그중 한 명인 쿨리 잭슨(Cooley Jaxson)은 자신이 마이클 잭슨에게 댄스 레슨을 했다고 주장한다. 세 명 중 제프리 다니엘스(Jeffrey Daniels)가 문워크 댄서로 유명하며, 마이클 잭슨의 댄스 스타일에 깊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TV 프로그램에서 문워크를 선보이는 제프리 다니엘스. 문워크 동작은 2분경에 등장한다(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