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빌딩 숲이라는 수식어가 유독 어울리는 도시다. 극악한 인구 밀도와 넘쳐나는 거주공간의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조밀하게 세워진 건물들은 홍콩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됐다. 실제로 홍콩에는 전 세계 다른 어떤 도시들보다 많은 고층 건물이 세워져 있는데, 2018년 1월 기준 40층 이상의 건물이 3,500개를 넘어섰다.

프랑스 출신의 사진작가 Romain Jacquet-Lagreze는 이처럼 수직으로 빽빽하게 세워진 건물들에 묘한 매력을 느꼈고, 2009년부터 홍콩에 거주하며 도시 내 고층 건물을 다양한 콘셉트로 촬영하고 기록해왔다. 최근의 사진 시리즈 <Concrete Stories>는 홍콩에서도 오래된 건물의 밀도가 가장 높은 구룡(九龍)의 아파트 옥상 풍경을 포착한 작업물이다. 작가는 세로로 길게 이어지는 프레임 속 외벽이 다 떨어진 채 낡고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아파트의 모습을 담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그가 집중한 건 아파트 맨 꼭대기 옥상에서 편안한 차림을 한 채 각자의 일상을 보내는 주민들의 모습이다.

그들은 옥상에 빨랫줄을 연결해 빨래를 널거나 낮잠을 자고, 체조를 하거나 줄넘기를 하는 등 각자 원하는 방식대로 옥상이라는 공간을 향유한다. 굳게 닫힌 창문이 빼곡히 늘어선 아파트, 그 위 자그맣게 오픈된 공간 속에 놓인 인물들의 모습은 어쩐지 친근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그가 포착한 옥상의 모습을 천천히 둘러보자.

이외 작가의 홈페이지를 통해 홍콩의 다양한 풍경을 포착한 사진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으니, 관심이 생긴다면 방문해보자.


Romain Jacquet-Lagreze 홈페이지

 

(본문, 메인 이미지 ⓒRomain Jacquet-Lagreze, 출처 Romain Jacquet-Lagreze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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