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Nina Mouritzen 

빈센트 문(Vincent Moon)은 독립 영화제작자이자 사운드 탐험가(Sound explorer)이지만, 더 앞서야 하는 설명은 ‘여행자’다. 그가 태어난 곳? 프랑스. 하지만 국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빈센트 문에겐 세상 사람들과 그들이 만드는 소리, 소리가 울려 퍼지는 땅 위의 삶만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는 카메라와 마이크, 컴퓨터 등 최소한의 장비가 든 배낭을 메고 세계를 누빈다. 이렇게 만든 작품엔 ‘존재하지만 조명받지 못했던’ 것들이 정직하게 담겨 있다. 빈센트 문은 작품으로 영리활동을 하지 않으며, 작업물 대다수를 온라인에 무료로 배포한다. 알수록 신비로운 그를 소개한다.

 

테이크 어웨이 쇼

2006년, 빈센트 문과 친구 크리스토프 아브릭(Christophe Abric)은 음악에 푹 빠져 있었다. 크리스토프 아브릭은 음악 웹사이트 ‘La Blogotheque’를 운영 중이었고, 둘은 이 공간을 활용해 음악을 흥미롭게 담아낼 방법을 궁리한다. 프로젝트 ‘테이크 어웨이 쇼(The Take Away Shows)’는 이렇게 탄생했다. 테이크 어웨이 쇼가 만드는 콘텐츠의 콘셉트는 명확하다. 좋은 음악 하는 아티스트, 일상과 가깝지만 기상천외한 장소, 자연스럽고 세련된 편집.

테이크 어웨이 쇼의 Arcade Fire, 엘리베이터에서 찍다가 파리의 올랭피아로 옮겨 찍었다
Doveman ‘Castles’, 피아노 공장에서 촬영

테이크 어웨이 쇼는 주류 음악 산업에서 가장 먼 방식으로 기획‧제작되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아케이드 파이어는 엘리베이터에서, R.E.M은 달리는 차 안에서, 본 이베어는 몽마르뜨의 낡은 아파트에서, 도브맨은 뉴욕의 피아노 공장에서 연주하며 노래한다. 빈센트 문은 무대가 아닌 낯선 공간에 선 아티스트를 보여줬고, 컨텐츠를 보는 사람들은 묘한 친밀함을 느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 건 당연한 일. 빈센트 문은 이제 테이크 어웨이 쇼를 떠났지만, 흔들리지 않고 콘셉트를 지켜가는 이 쇼는 계속된다. 슈퍼올가니즘, 이어스 앤 이어스 등 새로운 아티스트들과 함께!

Superorganism ‘Everybody Wants To Be Famous’, 레스토랑과 장난감 가게에서 촬영
Years & Years ‘Take Shelter’, 런던의 버려진 지하철역에서 촬영

La Blogotheque 홈페이지 
La Blogotheque 유튜브 채널 

 

 

Sound Explorer

테이크 어웨이 쇼가 성공한 후 빈센트 문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다. 단편 영상이나 여러 뮤지션과 협업한 음악 작업물도 많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계를 돌며 소리와 민속 음악들을 수집하고, 이 소리가 있는 풍경을 담은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다. 빈센트 문은 ‘실재’를 가장 최신의 방식으로 담아서 공유하려는 창조적 인간으로 보인다. 그는 체첸, 우크라이나, 북부 에티오피아, 아르메니아, 페루 아마존 등 전통과 음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그리고 쉽게 다가갈 수 없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소리와 음악, 전통을 흥미롭게 담는다.

<THE GREAT JIHAD • sufism in Chechnya>(2012), 체첸에서 찍은 영상 중 일부

팀 없이 작업하는 빈센트 문은 보통 발붙인 지역에서 협업할 멤버를 찾는다. 물론 이렇게 찾은 멤버는 보통 현지인으로, 음악과 영상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 지역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들이다.

<Sonidos del Perú ◊ JORGE CHOQUEWILLKA Y SU FAMILIA>(2013), 페루에서 찍은 영상 중 일부

빈센트 문은 자신이 기록하는 이유를 또렷하게 밝힌다. 독창적인 문화를 가졌으며, 지금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제 문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볼 수 있기를 바라서라고. (그래서 언젠가 그들의 손자가 “할아버지, 예전에 비욘세만큼이나 멋졌잖아?”라며 기뻐하길 기대하면서!)

위의 내용이 담긴 빈센트 문 TED 강연 영상

빈센트 문의 작품엔 문화를 만들고 지켜가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과 경외가 가득하다. 지금 그는 브라질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끝없이 신비롭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이 사람의 작업이 더 궁금하다면 홈페이지를 참고하자.

 

빈센트 문 홈페이지 

 

메인 이미지 출처 ‘Seismograf’ 
참고 자료 빈센트 문 TED 강연(2014.10)

 

Editor

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