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음반 판매량 1억 7천만 장을 돌파하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세기의 아이콘’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 그가 이룬 업적들을 나열하면 이렇다. 7회 연속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석권한 팝 디바, 그래미상 6회, 에미상 2회를 포함해 총 415번의 수상 기록을 쌓은 아티스트….

그는 셀 수 없이 많은 상을 안았고, 빠른 시간에 명예와 인기를 얻는 등 전 세계가 열광한 슈퍼스타였지만, 한편으로 끊임없이 가십에 시달리며 지독한 고립감을 안고 살았다. 정상의 자리에 올랐으나, 비극의 그림자를 끝내 외면하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떠난 그의 삶을 지난 8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휘트니> 속 몇몇 장면으로 되짚어봤다.

어린 시절의 휘트니 휴스턴

휘트니 휴스턴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외모를 타고났고, 가스펠과 백업 가수로 활동한 부모에게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며 가수가 되었다. 그 배경에는 딸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그를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원하는 팝 디바로 성장시킨 어머니 씨씨 휴스턴의 예지력과 기획력이 있었다. 휘트니 휴스턴은 특유의 소울풀하면서도 힘 있는 보컬, 신인답지 않은 정교한 감정 처리로 평단을 놀라게 했고, 알앤비, 댄스, 어덜트 컨템포러리, 가스펠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단숨에 주목받는 스타가 됐다.

영화의 예고편과 오프닝 시퀀스에 쓰인 휘트니 휴스턴의 ‘I Wanna Dance With Somebody’

그런 그를 최정상의 반열에 올려준 데엔 영화 <보디가드>(1992)의 공이 있었다. 직업 정신이 투철한 보디가드(케빈 코스트너)와 온실 속 꽃처럼 보호받는 톱스타(휘트니 휴스턴)가 만들 수 있는 가장 뻔하고 개연성 없는 이야기로 영화는 혹평을 받았을지라도, 휘트니 휴스턴이 부른 OST 앨범만큼은 지금껏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반으로 손꼽힌다. 1992년 전 세계는 ‘앤다이아’로 시작하는 단 한 곡의 노래로 대동 단결되었으니 말이다.

‘I Will Always Love You’ MV

“휘트니 휴스턴이 제 상대 여주인공이라는 게 흑인 사회에선 큰 이슈였나 봐요. 전 그런 식으로 안 보고 단순하게 예쁘고 아름다운 가수 아가씨로 봤죠. 그런데 다시 생각하니까, 이 아가씨는 비행기를 멈춰요. 그리고 수많은 백인 여배우들이 그랬듯 계단을 뛰어 내려가서 남자주인공과 키스하죠. 그게 모든 걸 바꿔놓아요.”

- <보디가드>의 상대역 케빈 코스트너의 인터뷰 중

휘트니 휴스턴은 이 영화를 통해 연기, 노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음으로써 커리어의 정점에 오른다. 그러나 반짝반짝 빛나는 명성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의 성공에 질투와 패배감을 느낀 남편 바비 브라운의 존재가 의도치 않게 발목을 잡은 까닭이다. 3년의 연애를 거쳐 1992년 시작한 결혼 생활은 바비 브라운의 외도와 폭행으로 휘트니에게 상처를 주었다. 그의 삶은 불행한 결혼 생활로 인해 점차 망가져 갔다. 하지만 이혼을 곧 삶의 실패로 여긴 휘트니 휴스턴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차라리 바비 브라운의 요구대로 함께 추락하기를 택한다. 그렇게 코카인, 마리화나 등 각종 약물중독으로 망가진 휘트니 휴스턴의 목소리와 외모는, 이전의 모습이 너무나도 빛났기에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게다가 아버지 존 휴스턴은 딸의 돈에 혈안이 된 인물이었고, 수많은 가족이 휘트니 휴스턴이 버는 돈으로 흥청망청 살았으며, 반면 그는 점점 궁핍해져 갔다

다큐멘터리 <휘트니>는 휘트니 휴스턴의 빛나는 재능과 그 이면의 어두웠던 그림자를 잊지 말자고 말하는 듯한 작품이다. 세월이 흘러도 휘트니 휴스턴에 대해 계속해서 회자될 두 가지 테마, 그의 음악과 인생 이야기가 여기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최전성기를 누렸던 스타, 그리고 가십거리로 소비되었던 무대 밖의 삶. 영화는 생전 그 두 모습으로만 기억되던 휘트니 휴스턴의 또 다른 이야기를 스크린에 소환해낸다.

위에 소개한 장면은 일부일 뿐이다. 휘트니 휴스턴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었던 마빈 게이부터, 그를 곁에서 지켜본 매니지먼트 스태프들과 가족, 지인들까지 30여 명의 인터뷰가 담긴 다큐멘터리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