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보다는 유튜브를 더 많이 보는 시대다. 사람들은 사진이나 글이 아닌 영상으로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공유한다.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를 합친 브이로그(Vlog)는 급변하는 미디어 시대에 일상을 기록하기 더없이 좋은 매체다. 무엇보다 누군가의 취향이 듬뿍 담긴 일상은 이를 감상하는 이들에게 또 다른 영감의 원천이 되어준다. 각자의 고유한 개성이 고스란히 스민, 브이로그 유튜버 3인을 소개한다.

 

오눅(Onuk)

오눅(Onuk)은 물 흐르듯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도쿄 일상 브이로그를 올린다. 유튜버이자 직장인인 그의 콘텐츠에는 매일의 출근룩, 회사에서 먹는 점심밥, 퇴근한 뒤 집에서 해먹는 요리와 같은 평범한 일상들이 정갈하게 담긴다. 요리하는 장면이 위주지만, 레시피를 자세히 보여주는 요리 유튜버들과는 다르다. 그보다는 맛있고 건강한 한 끼를 직접 만들어 먹는 소박한 즐거움이 영상에 오롯이 스며 있다. BGM을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멘트나 자막도 최소화한 그의 영상은 밋밋한듯하지만, 들여다볼수록 단정하고 충실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언제나처럼 군더더기 없는 편집도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준다. 그만의 느낌으로 꾸며진 공간, 자신의 감각과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가구와 패션 아이템들을 보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재미다. 오눅은 유튜브 채널을 만들기 전, 먼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해왔다. 그가 본격적으로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업로드한 건 올해 2월부터. 그로부터 8개월 남짓 흐른 지금, 그의 유튜브 계정 구독자수는 11만을 넘겼다.

특히 마음이 복잡해서 가라앉히고 싶을 때 그의 영상을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딱히 화면에 집중해서 들여다볼 필요도 없다. 식기와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 음식이 팬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 길을 걷는 소리와 같은 백색소음들이 어지러운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혀줄 거다.


오눅 인스타그램
오눅 유튜브

 

 

김갈릭(KimGarlic)

김갈릭(KimGarlic)은 좀 더 자유분방하고 다채로운 일상을 업로드한다. 그의 콘텐츠는 메이크업, 요리, 감명 깊게 읽은 책, 취미 등 폭넓은 카테고리를 포괄하지만, 김갈릭은 이 모든 걸 ‘각 잡고’ 기획하거나 촬영하지 않는다. 그저 퉁퉁 부은 얼굴로 잠이 덜 깬 채 앉아 있거나, 느릿느릿 커피를 내려 마신 뒤 인스턴트 햄버거를 먹고, 배부르면 다시 침대에 눕는 등 자신의 일상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사실 그는 브이로그를 시작하기 전, 뷰티 콘텐츠로 먼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채널 구독자들로부터 브이로그를 올려달라는 요청이 늘었고, 시범 삼아 올린 브이로그 영상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오늘날까지 온 것. 그래서 그의 영상에는 메이크업 장면이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다만 초기의 영상이 메이크업 방법이나 제품을 설명하는 ‘메이크업 튜토리얼’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메이크업을 일상 속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에 비중을 둔다. 무엇보다 김갈릭의 영상엔 특유의 발랄하고 유쾌한 에너지가 그득하다. 이 ‘비글미’ 넘치는 일상을 보고 있으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김갈릭 인스타그램
김갈릭 유튜브

 

 

Eunice Lee

원목 가구, 향초, 파자마, 요리, 좋아하는 음악…. 캐나다에 거주하는 Eunice Lee의 영상에는 작지만 확실한 취향의 조각들이 촘촘히 담긴다. 차를 마시거나 요리를 하고, 좋아하는 빈티지 소품들로 방을 꾸미는 등 일상적인 일을 하며 나지막이 수다를 떠는 영상에서, 온전하고 충실하게 삶을 일궈가는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Eunice Lee는 종종 그달 좋아했던 음악, 영화, 드라마, 물건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플레이 리스트나 자신이 구독하는 유튜버들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콘텐츠를 따로 만들어 올리기도 한다. 올해로 만 19세의 어린 나이지만 자신만의 또렷한 취향과 가치 기준이 있고 야무지게 일상을 살아가는 그의 태도가 영상 곳곳에 스며 있다. 무엇보다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그의 영상은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순간의 감정이나 소소한 행복들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하다.

타인의 잘 정돈된 일상을 지켜보는 일은 삶을 보다 더 행복하고 윤택하게 만들어보려는 마음가짐에 가까울지 모른다. 자신의 공간과 일상을 정성스럽게 가꾸는 일, 그런 모습을 담은 브이로그 영상들은 우리들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도 그 자체로 빛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Eunice Lee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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