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에 니키 미나즈가 등장해 랩을 하고, 반대로 방탄소년단 멤버가 찰리 푸스와 한 무대에 올라 찰리 푸스의 노래를 부른다. 두아 리파와 블랙 아이드 피스의 새 앨범에 각각 블랙핑크와 씨엘이 피처링으로 참여한다. 국내 아이돌과 해외 대세 아티스트의 연이은 콜라보레이션 이슈는 놀랍고 신기하기만 하다. 생각해보면 과거에도 해외 뮤지션과 아이돌의 만남은 꾸준히 있어 왔다.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콜라보레이션을 되짚어보자.

 

Flo Rida X 보아

2000년대 후반은 한국 가수들의 세계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었던 시점이다. 선두는 보아였다. 그가 미국 데뷔 음반 <BoA>(2009)의 선공개 곡으로 미리 발표한 ‘Eat You Up’은 미국 현지 트렌드에 최적화된 사운드, 탄탄한 보컬과 댄스로 이룬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빌보드 차트 ‘Hot Dance Club Play’ 부문 8위에 올랐다.

보아 ‘Eat You Up’(2008) MV

‘Eat You Up’의 프로듀싱을 맡은 헨릭 존백(Henrik Jonback)은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의 히트곡 ‘Toxic’(2003)에 참여한 베테랑이었고, 리믹스 버전의 피처링을 맡은 플로 라이다(Flo Rida)는 현지 신에서 가장 핫한 뮤지션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보아의 뒤를 이은 세븐은 당시 트렌드와 거리가 멀었던 Lil’ Kim과 협업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얻었다.

 

Diplo X 지드래곤 & 탑

원더걸스가 국내 시장에서 성공한 후, JYP엔터테인먼트는 꾸준히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으나 눈에 띄는 결실을 얻진 못했다. 오히려 실력파 아이돌 이미지를 쌓아간 YG엔터테인먼트의 빅뱅과 2NE1의 성과가 주목할 만했다. 어느새 국내 인기 장르로 자리 잡은 EDM 장르, 그중에서도 트랩 음악의 선구자 격인 디플로(Diplo)는 당시 일찌감치 YG 엔터테인먼트의 러브콜을 받은 바 있다.

지드래곤 & 탑 ‘뻑이 가요’(2010) 무대 영상

지드래곤의 경우 표절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리믹스 버전을 함께하며 논란을 무마했던 플로 라이다와의 협업(‘Hearthbreaker’(2009))이 있고, 미시 엘리엇과 같이 부른 ‘늴리리야’(2013)도 있지만, 신선한 샘플링 사운드와 높은 완성도를 갖춘 ‘뻑이 가요’가 유독 좋은 합을 들려주었다. YG 엔터테인먼트의 메일을 받고 지드래곤과 탑에게 딱 어울리는 비트를 선사한 디플로는 당시 케이팝에 대한 사전 정보가 하나도 없었던 상태였다.

 

Bracelet X 젤로

우리에게 이름은 물론 음악과 비주얼 모두 익숙하지 않은 스웨덴의 한 신예 밴드가 뜬금없이 한국 아이돌과 협업했던 일도 있다. 북유럽 시장에서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한 젊은 팝 밴드 브레이슬렛(Bracelet)이 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선택한 콜라보레이션의 파트너가 B.A.P였던 것.

Bracelet ‘Breakaway (feat. 젤로)’(2016) MV

1970년대에 스웨덴 뮤지션 아바(ABBA)가 큰 인기를 끌었다지만, 그 후 스웨디시 팝은 영미권 팝이나 록에 비해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그래서 브레이슬렛과 B.A.P의 협업곡 역시 큰 화제가 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해외 뮤지션이 먼저 손을 내밀어 만든 곡 중간에, B.A.P의 젤로가 우리말 가사로 랩을 하는 장면은 충분히 신선한 인상을 주었다.

 

Nicki Minaj X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과 니키 미나즈(Nicki Minaj)의 콜라보레이션은 올해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다. 한국 뮤지션으로서 빌보드 차트 최고 순위를 기록한 것도 부족해 나날이 전 세계로 이름을 뻗어 나가던 방탄소년단은 급기야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실력과 인지도를 갖춘 니키 미나즈에게 피처링을 제안했고, 니키 미나즈가 이를 흔쾌히 수락하면서 협업이 성사되었다.

방탄소년단 ‘IDOL (feat. Nicki Minaj)’(2018) MV

사실 방탄소년단과 직간접적으로 협업 제안을 한 해외 아티스트는 공개된 수만 해도 무척 많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도리어 제안이 없던 니키 미나즈를 선택했다. ‘IDOL’은 두 뮤지션의 화려하고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가 잘 어우러지며 그야말로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뮤직비디오 영상을 화려하게 수놓는 한글 발음 자막은 니키 미나즈의 아이디어였다.

 

John Legend X 웬디

‘SM STATION’은 SM 엔터테인먼트가 2014년 시작한 디지털 음원 발표 프로젝트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많은 아이돌 멤버들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그룹 활동과 무관하게 혼자서, 또는 장르나 기획사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뮤지션과 협업해 솔로 음원을 발표했다.

John Legend X 웬디 ‘Written In The Stars’(2018) MV

레드벨벳 웬디와 존 레전드(John Legend)의 만남은 지난 SM STATION의 깜짝 콜라보레이션 중에서도 가장 큰 화제가 되었다. 완벽한 가창력으로 유명한 존 레전드인 만큼, 국내 아이돌 그룹 멤버와의 듀엣 소식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았다. 하지만 무드를 이끄는 존 레전드의 진한 보컬과 웬디 특유의 좋은 리듬감과 중성적인 음색이 어우러져 세련된 R&B 발라드를 완성함으로써 또 하나의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되었다.

 

메인 이미지 출처 - 방탄소년단 ‘IDOL (feat. Nicki Minaj)’ MV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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