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에서 공포심을 조성하는 캐릭터의 중요성은 큰 지분을 차지한다. 이들은 순수하게 상상력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전설이나 고대 문헌 또는 종교에서 유래하는 경우가 더욱 많다. 공포 캐릭터의 원조 뱀파이어(Vampire)는 동유럽의 고대 전설에서 유래했고, 늑대인간(Werewolf)은 중세 유럽부터 내려오는 미신이다. 좀비(Zombie)는 서인도 제도의 부두교에서 유래하여 세계적인 공포 캐릭터로 진화했다. 최근에는 아랍에서 유래한 공포 캐릭터 구울(Ghoul)이 등장하는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이 각각 인도와 일본에서 제작되면서 화제를 낳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도 드라마 <구울> 예고편

인도에서 제작된 3부작 미니시리즈 <구울>은 올해 8월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했고, 로튼 토마토에서 82%의 평점을 받으며 순항을 예고했다. 인도에서 활동 중인 영국 영화감독 패트릭 그레이엄(Patrick Graham)의 꿈에서 영감을 받아 스토리를 구상했고, 미국의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Blumhouse) 등 3사가 협력하였다. 그레이엄 감독은 좀비, 뱀파이어, 늑대인간 같은 기존의 공포 캐릭터에 식상함을 느끼고 새로운 공포 캐릭터를 찾아 헤맸다. 그러던 중 자신이 구상하던 스토리에 꼭 맞는 구울이라는 캐릭터를 발견한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Tokyo Ghoul> 예고편

구울(Ghoul)은 아랍 신화에 등장하는 초자연적 괴물로, <천일야화(One Thousand and One Nights)>에 여러 차례 등장하며 다른 지역에 처음 알려졌다. 이들은 묘지 주변을 배회하며 인간의 육체를 먹거나 재물을 뺏기도 한다. 이들은 사막에 살면서 여행객들을 꾀거나 하이에나와 같은 동물로 변신하기도 한다. 또한 희생자의 죄악을 기억하여 그들의 번민을 이용하기도 하며, 마지막에는 섭취한 인육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천일야화>의 삽화에 등장한 구울

일본에서는 2011년부터 <도쿄 구울(Tokyo Ghoul)>이란 제목의 만화가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다. 여기서 구울은,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 세상에 섞여 살다가 어느 순간 빨간 눈과 가공할 위력의 촉수를 가진 괴물로 변신하며 인육 외의 음식은 섭취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도쿄 구울>은 이제까지 약 3천 4백만 부가 판매되는 인기에 힘입어, 2014년에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으며 2017년에는 실사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는 만화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하였다. 애니메이션 12편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실사 영화로 제작된 <도쿄 구울> 예고편

바야흐로 공포 캐릭터의 시대다. 최근에 나온 수녀 귀신에 이어, 슬렌더맨(Slender Man), 크룩트맨(Crooked Man) 등이 영화로 제작 중이고, 아랍의 구울이나 멕시코의 요로나(La Yorona, Weeping Woman)도 새로운 공포 캐릭터로서의 경쟁에 나섰다. 슈퍼 히어로의 캐릭터 경쟁 못지않게 공포 캐릭터의 경쟁 또한 갈수록 뜨거워질 전망이다.

2019년 개봉 예정인 <요로나의 저주> 예고편

 

메인 이미지 Via dualshock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