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 대학교 철학과의 해리 프랭크퍼트 교수는 저서 <개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에서 언어 분석 기법을 통해 ‘개소리’라는 말에 담긴 숨은 의미와 개소리의 사회적 파급력에 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이 책은 미국의 대선 기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트럼프의 막말을 둘러싼 현상을 해석하는데 널리 인용되기도 했지요. 이제 그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 시점에, 우리 주변에 만연한 개소리에 대처하는 근본적인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음악이라면, 어떻습니까?

 

“집에 가! 집에 가서 취직이나 해!”

2016년 2월 1일, 트럼프는 아이오와 주에서 유세를 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모여든 지지자들을 향해 이렇게 얘기했지요. “만약 옆에서 나에게 반대하는 누군가가 토마토를 던질 것 같으면 그냥 쥐어 패버려라. 소송 비용은 내가 부담하겠다. 약속한다.” 그리고 3월 9일에는 정말로 그런 폭력 사태가 일어납니다. 하지만 소송 비용을 부담하지는 않았다고 하네요. 증오의 유세를 이어가던 트럼프는 3월 11일, 세인트루이스에서도 그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러자 트럼프는 그들을 몰아내며 “집에 가! 집에 가서 취직이나 해!”라고 외쳤죠.

Donald Trump Rally in St. Louis, Peobody Opera House

R.E.M.은 2011년 10월 21일에 해산하였습니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고, 우리는 알맞게, 우리가 원하는 방법으로 끝내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서요. 아무도 죽지 않고, 살아서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넘도록 밴드는 정말로 아무런 활동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대체로 공화당이 집권했던 시기에 명반을 쏟아냈던 전력을 보면 지금이야말로 재결성하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렵겠습니다만.

R.E.M.은 환경과 여성, 인권을 위한 기금 조성에 참여하였고 미얀마의 인권과 아웅산 수치 여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기여하는 등 사회・정치적인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해왔습니다.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보면, 밴드는 1981년 데뷔 이후 꾸준하게 메시지를 전달해 오다가 1991년에 발표한 앨범 <Out of Time>을 기점으로 인간의 내면을 더욱 깊게 응시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언제나 변하지 않았는데요. 앨범의 수록곡 ‘Shiny Happy People’은 사랑과 행복에 대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찬가입니다.

사람들, 사람들, 여러 사람 사이에서 나를 만나요
사랑을, 사랑을, 당신의 사랑을 내게 뿌려 주세요
행복을, 행복을, 마을로 가져가 주세요
그리고 꽃이 자라는 땅에 묻어 주세요
금처럼 은처럼 반짝이네요

R.E.M. ‘Shiny Happy People’ 

 

“이반카가 내 딸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녀와 사귀었을 것이다.”

트럼프의 여성 비하 발언은 너무 많아서 다 늘어놓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만, 비교적 점잖은 표현만 골라 봐도 “<어프렌티스>(자신의 리얼리티 TV 쇼)에 나오는 모든 여자는 나에게 의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꼬리를 쳤다. 당연하지만”이라든가, “이반카가 내 딸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녀와 사귀었을 것이다”라든가, “다른 후보들과 나의 차이점은 내가 더 정직하고 나의 여성들이 더 아름답다는 점이다”도 있고, “알다시피, 젊고 아름다운 ‘쭉빵’ 여자를 갖고 있으면 언론에서 뭐라고 하든 별로 상관하지 않게 된다”도 있습니다. 농담이라고는 합니다만. 재밌습니까?

Trump “If Ivanka weren’t my daughter, I'd be dating her.”

2012년 5월, MCA는 암으로 세상을 뜨게 되고, 2014년 7월 Mike D는 MCA를 기리는 마음으로, 자신과 Horovitz가 Beastie Boys(비스티 보이즈)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그래서 이제 앞으로 Beastie Boys의 모습은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1980년 뉴욕에서 하드코어 펑크 밴드로 결성하여 힙합과 록을 넘나들며 재밌고 신나고 멋지고 통쾌한 음악을 들려주었던 세월은 어느새 30년이 지나버렸습니다. 그리고 MCA의 이름 Adam Yauch는 브루클린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의 이름으로 남았습니다.

Beastie Boys가 처음부터 여성에 대해 올바른 가치관을 가졌던 것은 아닙니다. 데뷔 앨범을 내기 전부터 이미 록스타였던 이들은 젊었고, 자유로웠고, 순수했지만 머저리였죠. 1986년에 발표한 앨범  <Licensed to Ill> 시절의 공연에서는 여성 비하를 암시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수록곡 ’The New Style’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깔치는 어린 여자야!”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본인들의 표현대로 시간은 그들의 멍청함을 치료하였고, 머저리들은 후에 결혼할 여성들을 만나 사랑을 경험합니다. 부인들 덕에 사람이 된 이들은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며 올바른 이야기를 하고, 올바른 행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1994년에 발표한 앨범 <Ill Communication>의 첫 트랙 ‘Sure Shot’에서는 이렇게요.

진작부터 해야 했던 얘기를 해보려고 해
여성을 비하하는 짓은 이제 그만 사라져야 돼
모든 어머니와 자매와 아내와 친구들에게
나의 사랑과 존경을 보내고 싶어 다할 때까지

Beastie Boys ‘Sure Shot’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수많은 나의 적들도, 나와 맞서 싸우고 무참하게 패배해서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도. 사랑해!”

Flaming Lips(플레이밍 립스)의 2010년 내한공연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떤 일이었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만, 관객들 사이에 작은 충돌이 일어나자 무대 위에 있던 Wayne Coyne은 “싸우지 마. 우린 모두 친구야”라며 말렸죠. 원래 그런 사람이라서, 트럼프에 대해 공격적인 발언을 했던 적은 없습니다. 다만 2015년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트럼프에 대해 질문하자,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트럼프에게 너무 지루하지 않을까, 하지만 만약에 선거에서 이긴다면 농담이었다며 다른 사람에게 줘버릴 것 같다, 그런 정도로만 얘기했었죠. 하지만 최근 발매된 앨범 <Oczy Mlody>의 수록곡 ‘How??’의 음악을 듣고 뮤직비디오를 보면, 어떻게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을 뿐 트럼프와 그 주변을 둘러싼 상황에 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주 많아진 것이 아닌가 짐작합니다.

우리가 아직 어렸던 그때… 누가 우리를 못살게 굴면
우리는 그놈들을 다 죽여버렸어… 장난감 총으로 말이지
우리는 어렸고 장난감 총을 갖고 있었어

새가 노래하네... 정말 크게 노래하네
비행기가 날아가네… 구름을 뚫고…

정말 말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떻게??

The Flaming Lips ‘How??’ MV

물론 Wayne Coyne은 Flaming Lips의 음악이 그렇게 단순하게 해석되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했죠. “물론 트럼프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는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삶의 고통과 힘겨움에 매몰되어 있는 사람에게 그런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런 차원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당신이 정말로 Flaming Lips의 음악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대통령이 누구인지는 당신에게 아주 대단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 물론 나 자신도 매일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음악으로 전달하고 싶은 것은 그보다 더욱 깊은 것이다. 4년 뒤에 트럼프는 물러날 것이다. 하지만 이 음악들은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다.”

The Flaming Lips ‘The Castle’ MV

 

골든두들 멤버 박태성, 에레나(aka 정우민). 사진 박의령
Writer

골든 리트리버 + 스탠다드 푸들 = 골든두들. 우민은 '에레나'로 활동하며 2006년 'Say Hello To Every Summer'를 발표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2012년 IRMA JAPAN 레이블에서 'tender tender trigger' 앨범을 발표하였다. 태성은 '페일 슈', '플라스틱 피플', '전자양'에서 베이스 플레이어로, 연극 무대에서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였다. 최근에 여름과 바다와 알파카를 담은 노래와 소설, ‘해변의 알파카’를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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