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하고 각진 스마트폰 화면 안에도 이야기가 있다. 그림 한 장, 문장 몇 개로 웃기고 울리는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속 그림 작가들을 소개한다.

 

키크니

키크니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 출처 - 작가 인스타그램 편집 

작가 키크니(keykney)는 인스타툰을 연재하는 작가다. 그의 시리즈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은 사진 여러 장을 옆으로 스와이프하며 볼 수 있는 인스타그램에 최적화되어 있다. 첫 번째 사진에서는 독자의 질문을 보여주고, 다음 사진에는 그 질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단 한 장에 담아내는 구성을 취하기 때문. ‘여기에 어떻게 답할까?’ 싶은 기상천외한 질문이나 요청도 적절하고 유쾌하게 받아치는 그의 센스는 놀라울 정도다. 때로는 폭소를, 때로는 코끝 찡한 감동을 안기는 키크니의 작품을 인스타그램에서 모두 만나자.

키크니 인스타그램 

 

 

예예 (Yé-yé)

‘아빠의 요리는 정말 맛없어’ 편 중에서, 출처 – 작가 인스타그램 

작가 예예는 엄마, 아빠, 여동생, 남동생, 뭉게(말티즈)와 함께 산다. 그는 함께이기에 일어나는 일들을 무심한 듯 따뜻한 선으로 그린다. 예예의 만화 스토리는 투박한 그림체와 똑 닮았다.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아버지 관련 에피소드는 귀엽고, 이웃이나 동네 풍경을 짚는 에피소드는 담백하고 따뜻하다. 작가는 가족 이야기뿐 아니라, 홀로 품고 있던 온갖 생각도 솔직하게 그린다. 그가 쏟아낸 무거운 고민과 감정들은 결국 평범해서, 작품을 읽는 이가 되레 위안을 얻는다.

예예 인스타그램 

 

 

반-바지.

반-바지. <단편으로 안녕>, 출처 – 작가 트위터 

작가 반-바지.는 주로 트위터에서 SF 만화를 그린다. 그의 작품은 주로 한눈에 읽어내릴 수 있는 엽편(葉篇, 단편보다도 짧은 분량)이지만, 속에 담긴 메시지는 퍽 깊어 곱씹을수록 흥미롭다. 특히 양자역학, 인공지능 등 과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작품을 보고 짜릿함마저 느끼게 될 거다(그래서인지 유독 그의 작품엔 과학 이야기로 댓글(트윗)을 다는 사람들이 많아, 이들의 대화를 지켜보는 일도 또 다른 재미다). 현실 너머의 이야기를 기발하게 풀어내는 작가에게 수많은 이들이 열광했고, 이에 힘입어 얼마 전 그는 단편을 엮은 단행본 <슈뢰딩거의 고양희>를 출간하기도 했다.

반-바지. 트위터 

 

 

스무살 동디

‘학교에서 2박 3일로 부산에 다녀왔다’ 편 중에서, 출처 – 작가 인스타그램 

짧게라도 자주 일기 쓰기, 말은 쉽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올해 스무 살인 작가 스무살 동디는 인스타그램에 그림일기를 올린다. 대학 새내기인 작가는 새로워진 일상을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그의 인스타그램엔 처음 알바하던 날, 낯선 기숙사에 적응하기, 개강과 방학 등 남들 눈엔 특별할 리 없지만 당사자에겐 ‘별일’인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꾹꾹 정성 들여 그린 듯한 기록을 훑어보는 일은 아득한 추억과 따뜻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동글동글한 그림체와 파스텔톤 색감 역시 사랑스럽다.

스무살 동디 인스타그램 

 

 

메인 이미지 출처 – 작가 인스타그램(키크니, 예예, 스무살 동디), 반-바지. <슈뢰딩거의 고양희> 표지

 

Editor

김유영 인스타그램